최태원 "AI 시대, 대학 졸업장 필요 없어…나라도 창업할 것"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 시대에는 대학 졸업장보다 실제 문제를 해결해 본 경험과 실행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학의 역할도 지식을 전달하는 데서 벗어나 학생들이 AI를 활용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기르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지난 16일 방영된 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 강연에서 대학생의 질문에 답하며 "AI를 활용하는 능력은 대학을 졸업했는지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대학에 다니는 동안 기업이나 조직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 시행착오를 겪어본 사람이 현장에서 훨씬 유능한 인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 교육의 방향을 설명하면서 학교를 지식 습득의 공간에서 실험과 도전의 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최 회장은 "학교는 배우는 곳이 아니라 실험하는 곳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가르쳐 주는 내용을 익혀 열심히 따라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배움의 개념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AI 시대에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도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 회장이 제시한 핵심 역량은 문제 해결 능력, 질문하는 능력, 사고력, 공감 능력, 적응력,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등이다. 정해진 지식을 얼마나 많이 습득했느냐보다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능력이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진=EBS 방송 화면
/사진=EBS 방송 화면
최 회장은 특히 AI를 직접 활용해 결과물을 만들어보는 경험을 강조했다. 그는 "기회가 생기면 AI를 활용해 무엇이든 만들어 보라"며 "AI를 이용해 자신만의 방법을 찾고, 그 결과를 어떻게 현실에 적용할지 고민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AI가 일하는 방식과 고용 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개인이 특정 기업에 고용되는 전통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기업이나 프로젝트를 선택해 일하는 방식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앞으로는 어느 회사에 소속되는지를 넘어 어떤 프로젝트를 어떤 방식으로 수행할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단기간에 이뤄질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AI 도입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지면 대규모 해고 등 사회적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변화를 한꺼번에 밀어붙이기보다 하나씩 실험하면서 기업과 사회가 적응할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이 AI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새로운 환경에 최대한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며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수록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방식도 다양해질 것"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AI를 활용해 창업에 나설 의향도 밝혔다. 그는 "AI를 가지고 20대로 돌아간다면 주저하지 않고 창업하겠다"며 "한국 사회나 인류가 직면한 가장 어려운 문제, 많은 사람이 고통받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 문제를 대표적인 해결 과제로 들었다. 기존 농업 방식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면 새로운 재배 기술이나 영양 공급 방식, 인공식품 등을 개발해 대안을 찾겠다는 구상이다. AI를 단순히 업무 효율을 높이는 도구로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최 회장은 이번 강연에서 AI 시대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사회와 인류, 조직이 당면한 문제를 AI를 활용해 정의하고 해결하는 사람이 미래의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고력과 공감 능력, 시행착오를 거치며 적응하는 능력,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경제 시스템 역시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기존 견해를 재차 밝혔다. 사회적 성과를 창출한 주체에 세금 일부를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방식 등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 회장은 사회적 성과를 더 적은 비용으로 만들어내려는 경쟁이 혁신을 촉진하고 사회 전반의 비용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일 경제협력 확대 필요성도 언급했다. 양국의 협력을 단순한 교류나 연대에서 경제공동체 수준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에너지를 공동 구매하고 저장시설을 함께 활용하는 방안을 협력 과제로 제시하며, 이를 통해 관련 비용을 5~10% 절감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강연은 'AI와 새로운 자본주의 그리고 청년'을 주제로 진행됐다. 최 회장은 사회문제 해결과 경제의 역할, AI 활용 기반의 사회 구축, 한·일 경제협력, 청년 세대와의 대화 등을 다루며 AI 시대에 필요한 교육과 노동, 경제 시스템의 변화를 제안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