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으로 물건값을 내는 실험이 전 세계 편의점과 백화점, 공항 면세점 등 다양한 오프라인 유통채널로 확산하고 있다. 소비자가 QR코드 등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면 매장이 직접 대금을 받는 식이다. 아직 일부 매장에서 실증이 이뤄지는 단계지만 카드망을 거치지 않고 고객과 판매자가 스테이블코인을 주고받는 시도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확대되는 스테이블코인 결제
18일 암호화폐업계에 따르면 일본 결제업체 넷스타즈는 지난 8월 편의점 로손에서 스테이블코인 결제 실증을 마쳤다. 달러에 가치를 연동한 테더(USDT)와 USD코인(USDC), 엔화 연동 코인인 JPYC를 사용했다. 결제는 디지털 지갑 메타마스크를 통해 이뤄졌다. 상품과 판매 내역을 관리하는 기존 판매시점정보관리(POS) 시스템에 스테이블코인 결제 서비스를 연결했다.
이미 일본에서는 엔화 스테이블코인 JPYC 사용처가 편의점, 음식점, 온라인몰 등 150곳을 넘어섰다. 발행사 측은 고객이 매장에 블록체인으로 코인을 직접 보내 대금을 지급하고, 매장으로부터 별도의 가맹점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부 매장에서는 절감한 결제 비용을 활용해 JPYC 결제 고객에게 할인이나 무료배송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실험에 참여했다. 중동·아프리카 결제업체 네트워크인터내셔널은 지난달 두바이에 있는 백화점 막스앤드스펜서와 아부다비 대형마트 룰루하이퍼마켓에서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시험했다. 사용한 스테이블코인은 UAE 통화인 디르함에 가치를 연동한 DDSC다. 소비자는 계산대 단말기에 표시된 QR코드를 찍어 값을 지급한다. 결제가 확인되면 매장에는 기존 결제 시스템을 통해 알림이 전달된다. 판매자는 DDSC를 지갑으로 받거나 디르함으로 정산받을 수 있다. 네트워크인터내셔널은 시험을 마친 뒤 UAE 가맹점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위스에서는 취리히공항에서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이뤄졌다. 면세점 운영업체 아볼타는 지난달 공항 면세점에서 여행객이 디지털 지갑으로 구매대금을 지급하는 실증을 진행했다. 고객이 QR코드를 찍으면 블록체인을 통해 고객과 아볼타 간 자금이 직접 이동하도록 했다.
◇실증 시작한 한국 카드사
각국에서 이런 실험이 잇따르는 건 스테이블코인을 일상적인 상거래에 적용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어서다.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하면 카드망의 정산 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판매자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외국인 고객은 보유한 스테이블코인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현지 통화로 환전할 필요가 없다.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시장에서 활성화되는 건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얼마나 편리한지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정화폐를 스테이블코인으로 지갑에 옮기는 절차와 전송 수수료 등은 소비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잘못 보낸 돈을 돌려받거나 구매를 취소했을 때 환불받는 절차도 중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자 역시 받은 스테이블코인을 현금으로 바꾸는 등의 추가 비용과 수고가 들면 도입을 주저할 수 있다”고 했다.
국내 카드사도 결제 실험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지난달 BGF리테일, 나이스정보통신, 안랩블록체인컴퍼니와 함께 편의점 CU 매장에서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실증했다. 비씨카드도 지난해 외국인이 보유한 스테이블코인을 디지털 선불카드로 전환해 국내 편의점과 카페, 마트에서 QR로 결제하는 실증을 마쳤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기존 가맹점에서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처리하고 취소·환불까지 지원할 수 있는지 기술을 검증하는 단계”라며 “실제 서비스 출시는 관련 제도와 소비자 보호 기준이 구체화되는 속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