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액주주 단체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상속세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고려아연과 한진칼의 자금이 부당하게 사용돼 주주에게 손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19일 소액주주 단체 공정주주포럼은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 최 회장과 조 회장, 이명희 정석기업 이사, 조현민 전 정석기업 대표, 지창배·이정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등 6명을 고발했다고 밝혔다. 고발장에 따르면 조 회장 등 한진그룹 총수 일가는 2019년 조양호 전 회장 별세 이후 약 2700억원의 상속세를 부담하게 됐다.

원아시아파트너스는 2021년 3월 사모펀드 ‘저스티스제1호’를 결성했고, 고려아연은 전체 약정액 503억원의 99.2%인 499억원을 출자했다. 같은 달 펀드가 설립한 투자목적회사 재규어제1호는 총수 일가로부터 비상장사 정석기업 지분 12.22%를 481억5000만원에 매입했다.

이 펀드는 2023년 12월 청산됐으며 정석기업 지분은 고려아연에 현물배당됐다. 이후 한진칼은 2025년 5월 해당 지분을 고려아연으로부터 520억6200만원에 사들였다. 총수 일가의 상속세는 2024년 10월 완납됐다.

공정주주포럼은 이 거래를 통해 고려아연이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 저리 대출을 제공하고, 한진칼이 원리금 상환 부담을 대신 떠안았다고 봤다. 고려아연이 본업과 무관한 회사의 지분 매입 자금을 댄 경위와 펀드 출자 과정에서 이사회 승인·공시를 우회했는지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한진칼의 지분 매입 가격이 충분한 가치평가 없이 결정됐으며, 공시에는 거래 상대방이 ‘일반주주’로 기재됐다고 지적했다.

고발인 측은 이번 거래로 고려아연이 최대 약 130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추산했다. 고려아연이 출자한 사모펀드는 2021년 정석기업 지분을 481억5000만원에 매입했고, 이 지분은 2023년 고려아연에 현물배당된 뒤 2025년 520억6200만원에 매각됐다. 차액은 39억1200만원으로, 연 수익률로 환산하면 단리 기준 약 1.96%다.

공정주주포럼은 고려아연이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대신 비상장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줬다면 지난 1월 기준 비상장주식담보대출 금리 하단인 연 8.5%(1월 기준)를 적용해 약 169억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었을 것으로 봤다. 이에 실제 수익과 기대수익의 차액인 약 130억원을 손해액으로 산정했다. 연 5%의 금리를 적용해도 손해액은 약 61억원에 달한다는 주장이다.

공정주주포럼은 당시 계약의 콜옵션(매수 청구권)·풋옵션(매도 청구권) 존재 여부, 이사회 의결과 가치평가 과정, 거래 관계자 사이의 공모 여부 등을 수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공정주주포럼 관계자는 “여러 단계의 펀드와 투자목적회사를 거치면 이사회도, 주주도, 감독당국도 전체 그림을 볼 수 없다”며 “같은 방식이 다른 기업집단에서 되풀이되지 않도록 엄정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영기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