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인 821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사가 본격화됐다. 어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공청회를 시작으로 부처별·소위원회 심사를 거쳐 다음달 30일까지 예산안 조정을 마무리하는 일정이다. 본회의 처리 법정시한은 12월 2일이다.

초유의 팽창예산인 만큼 어느 해보다 철저한 심사가 요구된다. 예산 규모가 820조9000억원으로 처음으로 800조원대에 진입했고, 증가율(본예산 기준)도 12.8%로 역대 최고다. 민생 회복과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라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확장일변도 예산을 두고 우려가 만만찮다. 재정 확대는 경기 회복을 앞당기는 순기능이 있지만 과도하면 자원 배분을 왜곡한다. 시장 정보에 둔감한 정부가 시중 자금을 빨아들여 투자를 주도하는 비효율 구조여서다.

정부 제출 예산안에 효과가 불투명한 현금지원성 사업이 다수 포함된 점도 걱정이다. 상품권을 월 15만원씩 지급하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에 책정된 예산만 1조1000억원이다. 전국 최초 시범사업 지방자치단체인 남해는 올 2월부터 약 500억원(국비 포함)을 썼지만 최근 3개월(7~9월) 연속 인구가 줄어들었다.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우선순위로 볼 때 급하지 않은 청년문화예술패스 예산도 올해보다 20배 이상 늘어난 8000억원에 달한다.

추가세수를 이전해 200조원 안팎 규모로 출범할 예정인 미래대응기금에 부실한 사업이 있는지 가려내야 한다. 청년, 균형발전 등을 강조하지만 선심성 사업이 많다. 국회 승인 없이 변경할 수 있는 기금지출 한도가 30%로 높게 설정된 점도 논란이다. 자칫 정부 쌈짓돈처럼 쓰일 우려가 큰 만큼 국회 통제장치 강화가 필수다. 취약한 지방재정도 배려해야 한다. 기금 적립분을 빼고 지방 교부액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중앙정부가 추가세수를 독식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올 예산 심사의 핵심은 반도체발 세수 풍년을 ‘지속 가능한 재정’을 만드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다. 국가재정법이 정한 대로 초과세수를 활용한 나랏빚 우선 상환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정부 계산으로도 앞으로 4년 동안 국가채무는 321조원 늘어 1700조원대로 급증한다. 프랑스 등 혼란스러운 유럽이 보여주듯 재정건전성 확보야말로 정부가 한시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