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입담으로 유명해진 '스카프 아저씨'/사진=SNS 갈무리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입담으로 유명해진 '스카프 아저씨'/사진=SNS 갈무리
"오늘 문 안 연다고 합니다. 목 아파서 쉰대요."

2일 오전 10시50분께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한 가게 사장님이 휴대폰으로 통화하면서 영업을 쉬게 됐다는 소식을 전하자 문 닫힌 천막 앞에 삼삼오오 모여 있던 손님들이 일제히 술렁였다. 아쉬움에 발을 못 떼는 손님들이 있는가 하면, "그럴 사람이야, 그럴 만 해"하며 단념하고 돌아서는 손님들도 있었다. 월요일 아침부터 60여명의 손님이 모여든 이곳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남대문시장 스카프 아저씨'로 유명한 스카프 가게, '한양사' 앞이다.
2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내 스카프를 판매하는 상점 앞에 사람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명한 '스카프 아저씨'를 보기 위해 오픈런을 하고 있다. 가게 문을 열기 전 60여명의 사람들이 몰리는 등 가게 앞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인근 상인이 오늘 휴무라는 안내를 하자 오픈런을 기다리던 사람들 사이에서 탄식이 나왔다. /영상=박수빈 기자
2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내 스카프를 판매하는 상점 앞에 사람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명한 '스카프 아저씨'를 보기 위해 오픈런을 하고 있다. 가게 문을 열기 전 60여명의 사람들이 몰리는 등 가게 앞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인근 상인이 오늘 휴무라는 안내를 하자 오픈런을 기다리던 사람들 사이에서 탄식이 나왔다. /영상=박수빈 기자
이날 한양사 앞에는 서울뿐 아니라 경기권에서 온 손님들도 있었다. 이들이 기다린 건 스카프만이 아니었다. SNS 영상으로만 보던 아저씨의 입담을 직접 듣고, 특유의 판매 방식을 경험하기 위해 먼 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경기도 안산에서 출발해 오전 8시30분 가게 앞을 찾았다는 30대 중반 여성 차모씨는 "어머니도 이 스카프 아저씨를 아신다"며 "대신 사달라고 부탁하셔서 오늘 친구들이랑 일찍 왔다. 3만원치를 사달라고 하시더라"고 했다.

실제로 스카프 아저씨를 찾는 손님들은 나이대가 다양했다. 권경희 씨(62·여)는 다음 날 밀양에 내려가 어머니와 올케에게 선물할 스카프를 사기 위해 한양사를 찾았다. 스카프를 선물하는 동시에 아저씨 이야기도 가족들과 나누고 싶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권씨는 "여기 아저씨는 나훈아 같다. 연예인 같아서 우리도 겸사겸사 직접 보고 가족들과 이야기하려고 온 것"이라며 "오늘 문을 열지 않아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스카프 아저씨 보러 왔다"…남대문시장 찾는 사람들

SNS에서 '남대문시장 스카프 아저씨'와 관련된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SNS에서 '남대문시장 스카프 아저씨'와 관련된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남대문시장 스카프 아저씨의 인기 비결은 역설적인 판매 방식에 있다. 스카프를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손님을 붙잡는 대신 "돈 쓰지 마", "하지도 않을 걸 왜 사"라며 구매를 말린다. "집에 가면 안 쓸 것"이라며 손님보다 먼저 소비를 걱정하기도 한다. 6장에 만원 등 다른 가게와 비슷한 가격에 스카프를 팔지만, 손님들은 물건보다 아저씨의 입담을 기대하며 한양사를 찾는다.

SNS에서도 스카프 아저씨의 인기는 뜨겁다. 인스타그램 릴스 등 관련 영상은 적게는 130만회에서 많게는 412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한양사의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는 일주일 만에 3만2000명을 넘어섰다. 이날 연차를 내고 오픈런을 한 30대 중반 여성 이모씨와 차모씨는 "아저씨와의 티키타카를 기대하고 왔다"며 "아저씨 때문에 올해 처음으로 남대문에 왔다. 온 김에 아그작커피부터 만두까지 다 사고 오픈을 기다렸다"고 했다.

한양사 앞에 손님들이 모여드는 현상은 한 달 전부터 이어졌다. 가게가 있는 사거리에서 만난 관광안내원은 "한 달 전부터 줄이 생긴 거로 알고 있다"며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분들도 저희에게 언제 문을 여냐고 많이 물어보신다"고 했다. 토요일인 지난달 31일에는 오후 1시께 문을 닫을 만큼 손님이 많은 편이다.

"사람 많아져 좋지만 장사는 못 해"…유명세의 명암

2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스카프 아저씨로 유명한 스카프 가게가 문을 열기 전, 사람들이 옆 가게를 구경하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2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스카프 아저씨로 유명한 스카프 가게가 문을 열기 전, 사람들이 옆 가게를 구경하고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스카프 아저씨 인기에 대한 주변 상인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남대문시장에 오는 사람들이 많아져 좋지만, 가게 입구를 막을 만큼 손님이 몰려 영업 방해가 된다는 입장이다. 남대문시장에서 30년 동안 스카프 가게를 운영한 배종민 씨(78)는 "코로나 때 시장이 죽었는데 활발해지니까 좋다. 옆집 사장님 덕분에 식당도, 커피집도, 길거리에도 사람이 늘었다. 지난달에는 지나가길 어려울 정도로 골목에 사람이 많진 않았는데 요새는 다니기도 어렵다"고 했다.

다만, 손님 통제가 안 되는 부분도 있다. 배씨는 "스카프를 새로 투하하거나, 멘트를 할 때 손님들이 '와'하면서 몰리는데 그러면 우리는 장사 손 놔야 한다"며 "가게 입구까지 사람들이 몰려 장사가 어렵다. 지금 문 열기 전에도 이렇게 많은데 문 열면 문 앞까지 사람들이 몰린다. 하지만 이웃이고 우리 손님들도 아니니까 무례하게 할 수도 없고 난감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천 제품을 파는 A씨 또한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있다"며 "불편한 건 사람들이 입구를 막고 시끄러워서 장사에 지장이 되는 점"이라고 했다.
22일 전통 맛집으로 유명한 남대문 만두집 또한 인근 가게 영업 방해 문제로 손님들 줄서기 통제를 강하게 했다. 이날 점심께 찾은 해당 만두집 앞에는 '옆 가게의 경계선을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 부탁드립니다'란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손님들이 늘자 점원은
22일 전통 맛집으로 유명한 남대문 만두집 또한 인근 가게 영업 방해 문제로 손님들 줄서기 통제를 강하게 했다. 이날 점심께 찾은 해당 만두집 앞에는 '옆 가게의 경계선을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 부탁드립니다'란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손님들이 늘자 점원은 "안쪽으로 서주세요. 조심해주세요"라며 손님들을 안내했다./사진=박수빈 기자
유명 점포를 중심으로 인파가 몰리면서 주변 상인들의 영업 공간과 방문객의 통행 공간이 겹치는 문제는 남대문시장 내 다른 점포에서도 일어난 문제다. 전통 맛집으로 유명한 남대문 만두집 또한 인근 가게 영업 방해 문제로 손님들 줄서기 통제를 강하게 하고 있다. 이날 점심께 찾은 해당 만두집 앞에는 '옆 가게의 경계선을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 부탁드립니다'란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손님들이 늘자 점원은 "안쪽으로 서주세요. 조심해주세요"라며 손님들을 안내했다.

남대문시장 스카프 아저씨로 유명한 상인 B씨 또한 인스타그램 계정에 지난달 28일 방문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너무 많은 분이 한꺼번에 찾아와 주시다 보니 오신 분들과 제대로 인사 나누고 소통하기도 어렵고 주변 상인분들께도 본의 아니게 불편을 드리게 됐다"며 주변 상황을 알렸다. 지난 31일에는 안전문제로 조기 영업종료한다는 안내문을 올리기도 했다.

다만, 한양사가 별도의 장기 휴업을 예고한 상태는 아니다.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지난 1일까지 휴무한다는 안내가 올라왔지만, 이날 영업 여부에 대한 별도 공지는 없었다. 이날 휴무 소식도 현장에서 인근 상인의 전화 통화를 통해 손님들에게 전달됐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