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일은 빨라졌는데 성과는 그대로?…'판단하는 리더십'이 필요할 때 [글로벌인재포럼 2026]
기업들이 앞다퉈 인공지능(AI)을 도입했지만 정작 조직 전체의 생산성은 답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AI 도구로 개별 업무의 효율성을 높였더라도 이를 기업의 전체적인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인간 리더의 판단과 책임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AI 도입 효과 측정 어려워"

AI로 일은 빨라졌는데 성과는 그대로?…'판단하는 리더십'이 필요할 때 [글로벌인재포럼 2026]
5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6'에서 니나 요르덴 영국 케임브리지대 베넷 공공정책스쿨 교수는 "기업의 약 70%가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80% 이상은 최근 3년간 생산성에 영향이 없었다고 응답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AI로 개별 업무의 처리 속도는 빨라졌지만, 이 성과가 조직 전체의 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의미다.

요르덴 교수는 컨설팅·법무 등 전문서비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도 소개했다. AI가 할 수 있는 업무와 기업이 실제로 AI에 맡길 수 있는 업무 사이에 간극이 있었다는 게 주요 골자다. 그는 "기술적 복잡성과 데이터 품질 문제, 예산 부족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리면서 AI 활용 효과가 기업 전체로 확산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AI 도입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설문에서 기업들은 비용 절감, 매출 증대 등 재무적 성과를 AI 도입의 주요 목적으로 꼽았지만, 정작 과거 주요 기술 도입 프로젝트에서 이 같은 성과를 제대로 측정하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 요르덴 교수는 "기업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AI 같은 기술을 통한 재무적 성과를 측정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요르덴 교수는 AI를 도입하는 것만으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AI 기술이 빠르게 범용화되고 있어서다. 그는 "기술을 통해 누구를 위해 어떤 가치를 창출할지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며 "리더는 자신의 조직을 진단하고, 어디에서 가치가 창출되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더 역할은 판단과 책임

AI로 일은 빨라졌는데 성과는 그대로?…'판단하는 리더십'이 필요할 때 [글로벌인재포럼 2026]
AI가 발전할수록 인간의 판단이 더 중요해진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정선 한국IBM 인사총괄 상무는 이를 'AI 신뢰의 역설'이라고 정의했다. 정 상무는 "AI가 더 빠르게 자연스러운 답을 줄수록 우리는 덜 질문하고 덜 검증하게 된다"며 "AI가 의사결정에 더 많이 개입할수록 정작 책임 소재가 흐려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AI가 분석한 결과가 정확하더라도 이를 바탕으로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AI가 업무의 맥락과 조직의 상황을 온전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 상무는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패턴을 찾지만, 조직의 의사결정은 패턴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며 "AI가 결과물을 보여주면, 리더는 그 안에 어떤 맥락이 있는지 파악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유능한 리더의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과거에는 무엇이든 척척 답하고 명확하게 지시하는 사람이 유능한 리더였지만, 이제는 더 좋은 질문을 던지고 팀원들이 판단 기준을 세우도록 돕는 사람이 좋은 리더"라며 "가장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가장 좋은 사고를 이끌어내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AI로 일은 빨라졌는데 성과는 그대로?…'판단하는 리더십'이 필요할 때 [글로벌인재포럼 2026]
이재원 현대오토에버 경영지원실장은 AI 시대에 관리자가 목표를 제대로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상사가 'AI 활용률을 30%까지 높이라'고 지시하면 직원들이 불필요한 회의록 요약까지 AI에 맡겨 목표치만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수치상 목표를 달성했더라도, 실제 업무가 개선되진 않은 셈이다.

그는 AI가 관리자 업무를 대신하더라도 중간관리자 역할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봤다. 이 실장은 "중간관리자라는 직책을 없애더라도 그 기능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며 "서로 다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사정을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역할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AI가 답을 내느 시대에도 무엇을 질문할지 결정하고, 결정에 책임을 지며 그 결과를 사람들과 함께 감당하는 것은 인간 리더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양지윤/한명현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