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월가 투자자들은 전날의 뉴욕증시 급락으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하루 앞선 5일 뉴욕증시에서는 하루 만에 S&P500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2조9000억달러 증발했습니다. 민주당의 중간선거 압승으로 AI 데이터센터 규제 우려가 커진 데다 헤지펀드와 퀀트펀드의 강제 매도까지 겹쳤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AI 투자에 대한 불안이 주식시장을 넘어 신용시장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네덜란드 대형 은행 ING는 데이터센터 관련 대출채권 5억달러어치를 매각하려 하고 있습니다. AI 인프라에 투입된 막대한 자금을 과연 회수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AI 산업의 기업가치를 가늠할 또 하나의 시험대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앤트로픽의 기업공개, IPO입니다. 당초 1조5000억달러로 예상됐던 기업가치가 1조달러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공모 규모 축소는 물론 상장 연기 가능성까지 거론됩니다.

적극적인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지 못하는 것도 앤트로픽 IPO를 앞둔 신중론이 퍼지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1. S&P500 시총 2조9000억달러 증발…역대 최대

미국 뉴욕증시가 5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관련주를 중심으로 폭락하면서 사상 최대 규모의 시가총액이 증발했습니다.

S&P500지수 편입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 약 2조9000억달러 감소했습니다. 하루 기준 역대 최대 감소 규모입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2.3% 폭락했습니다. 뉴욕증시 3대 지수 모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했던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큰 하루 하락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급락의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한 이후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꼽힙니다.

그러나 주가 하락 폭이 이처럼 커진 데에는 헤지펀드의 레버리지 축소와 마진콜에 따른 강제 매도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나티시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스솔루션스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잭 야나시에비치는 시장에서 대규모 디레버리징이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디레버리징은 투자자들이 차입금을 줄이기 위해 보유 자산을 매각하는 현상입니다. 주가가 급락하면 차입금을 활용한 투자자들의 자기자본이 빠르게 줄어듭니다.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이 추가 담보를 요구하는 마진콜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투자자가 추가 자금을 납입하지 못하면 주식을 강제로 매각해야 합니다. 이러한 매도가 주가를 더 떨어뜨리고 다른 투자자들에게도 마진콜을 유발하면서 연쇄적인 매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헤지펀드들의 투자 전략이 동시에 타격을 받은 것도 하락 폭을 키웠습니다.

LPL리서치의 수석 자산군 전략가 애덤 턴퀴스트는 헤지펀드들이 매수와 공매도 포지션 양쪽에서 손실을 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일부 헤지펀드는 AI 산업의 성장으로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한 기업을 매수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기업에는 공매도 포지션을 구축했습니다.

그러나 AI 수혜주가 급락하고 공매도 대상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면서 양쪽에서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턴퀴스트는 이러한 상황을 투자자들이 가장 피하고 싶었던 방향으로 시장이 움직이는 '페인 트레이드(Pain Trade)'라고 표현했습니다. 추가적인 강제 청산이 발생할 가능성도 경고했습니다.

매도세는 기술주를 넘어 헬스케어와 필수소비재 등 경기방어주로도 확산됐습니다. 투자자들이 위험을 줄이고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업종을 가리지 않고 주식을 매도한 결과입니다.

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하루 만에 69.7% 폭등했습니다. 약 2년 만에 가장 큰 상승률입니다.

VIX는 S&P500지수 옵션 가격을 바탕으로 향후 30일간 시장이 예상하는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월가에서는 레버리지 축소와 강제 청산이 추가로 발생할 경우 시장 변동성이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2. 퀀트펀드 강제 매도가 기술주 폭락 키웠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AI 관련 기술주가 급락한 가운데 퀀트펀드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의 기계적인 매도가 하락 폭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5일 나스닥100지수는 6.4% 폭락했으며 시가총액은 약 2조3000억달러 감소했습니다.

JP모간은 이번 급락 과정에서 시스템 투자 펀드들이 대규모로 주식 비중을 축소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시스템 투자 펀드는 기업의 실적이나 사업 전망보다는 주가 추세와 변동성 등 정해진 지표에 따라 매매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상품거래자문업자(CTA)가 운용하는 추세추종 전략입니다. 주가가 상승하면 주식 비중을 늘리지만 주요 기술적 지표가 무너지면 자동으로 주식을 매도하거나 공매도 포지션으로 전환합니다.

JP모간의 브램 캐플런이 이끄는 주식 파생상품 전략팀은 5일 오전 주요 미국 주가지수가 핵심 모멘텀 지표를 잇달아 하향 돌파하면서 CTA 펀드들이 레버리지를 급격하게 줄였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뉴욕증시 정규장 개장 이후 첫 90분 동안 S&P500 선물 순매도 규모는 약 110억달러에 달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기계적인 매도 압력이 아직 끝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입니다.

JP모간은 변동성 목표 전략을 활용하는 펀드들이 앞으로 며칠 동안 약 500억달러 규모의 주식 익스포저를 추가로 줄여야 할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변동성 목표 펀드는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면 투자 위험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주식 비중과 레버리지를 자동으로 축소합니다.

따라서 주가가 추가로 하락하지 않더라도 높아진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매도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바클레이스는 더 큰 규모의 잠재적 매도 압력을 제시했습니다.

바클레이스의 주식 전술 전략 모델에 따르면 시스템 투자 펀드들은 향후 24~48시간 동안 약 1350억달러 규모의 미국 주가지수 선물을 매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시장 혼란 이후 가장 큰 하루 포지션 조정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는 규모입니다.

다만 1350억달러는 실제 매도가 확정된 금액이 아니라 모델에 따른 잠재적 매도 규모입니다. JP모간의 500억달러 추정치와도 서로 다른 투자 전략을 기준으로 산출됐기 때문에 단순 합산해서는 안 됩니다.

레버리지 ETF의 매도도 폭락을 증폭시켰습니다.

JP모간에 따르면 레버리지 ETF들은 5일 장 마감 무렵 600억달러가 넘는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가운데 약 90%가 기술주 관련 상품에서 발생했습니다.

주요 매도 대상은 반도체 ETF와 나스닥100 ETF, 기술주 업종 ETF 등이었습니다.

레버리지 ETF는 일반적으로 기초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2배 또는 3배 추종하도록 설계됩니다. 주가가 급락하면 목표 레버리지를 유지하기 위해 장 마감 무렵 투자 비중을 줄여야 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결과적으로 AI 기업의 성장 전망에 대한 우려가 주가 하락을 촉발했고, 기술적 지표 붕괴에 따른 퀀트펀드 매도와 레버리지 ETF의 포지션 축소가 하락 폭을 더욱 키운 셈입니다.

다만 JP모간은 레버리지 ETF의 매도 압력이 앞으로 다소 줄어들 가능성도 제시했습니다.

이미 상당한 규모의 투자 비중 축소가 진행되면서 레버리지 ETF의 내재적인 숏감마 익스포저가 시장 1% 움직임당 약 75억달러에서 65억달러로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앞으로 같은 폭의 주가 변동이 발생하더라도 기계적인 매매 규모가 이전보다 작아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월가에서는 AI 투자에 대한 우려가 얼마나 완화되는지뿐 아니라 시스템 펀드들의 강제적인 포지션 축소가 언제 마무리되는지가 증시 반등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3. ING, 데이터센터 대출 5억달러 매각…AI 신용위험 확산

네덜란드 대형 은행 ING가 약 5억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관련 대출채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6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ING가 데이터센터 관련 대출 약 12건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하려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입찰 마감일은 오는 19일이며 최소 입찰 규모는 1000만달러입니다. ING 측은 관련 논평을 거부했습니다.

이번 거래는 데이터센터 대출채권만으로 구성된 이례적인 매각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특히 매각 대상에는 오픈AI와 소프트뱅크, 오라클이 공동 추진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관련 대출도 포함됐습니다.

뉴멕시코주에 건설되는 대규모 스타게이트 데이터센터 부지를 지원하는 대출 가운데 2500만달러 규모가 매각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오라클은 해당 데이터센터 개발업체에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이유로 한 통지서를 발송했습니다.

불가항력은 계약 당사자가 통제할 수 없는 예외적인 상황으로 계약상 의무를 정상적으로 이행하기 어려울 때 적용될 수 있는 개념입니다.

다만 오라클이 구체적으로 어떤 사유로 통지서를 발송했는지, 프로젝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ING는 이 밖에도 밴티지 데이터센터와 사이러스원 등 주요 데이터센터 운영업체 관련 대출채권을 매각하려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 거래는 AI 투자에 대한 불안감이 주식시장에서 신용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한 이후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습니다.

특히 텍사스주 차기 주지사가 데이터센터 신규 건설의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하면서 관련 기업들의 사업 전망에 불확실성이 확대됐습니다.

고수익채권 시장에서도 데이터센터 개발업체 관련 채권 가격이 하락했습니다. 코어위브와 갤럭시디지털 관련 정크본드가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습니다.

월가에서는 AI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막대한 차입금을 신용시장이 얼마나 더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와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는 스페이스X 관련 대규모 반도체 금융 거래에서 대출 일부를 다른 투자자들에게 분산 매각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두 회사는 지난 10월 해당 거래에 참여하기로 약정했지만, 실제 대출 가격이 결정되기 전에 시장 상황이 악화하는 위험에 직면했습니다.

은행들은 대출채권 매각뿐 아니라 SRT라는 금융기법을 활용해 AI 관련 신용위험을 줄이고 있습니다.

SRT는 '중요 위험 이전(Significant Risk Transfer)'의 약자입니다. 은행이 대출채권을 그대로 보유하면서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의 일부를 다른 투자자에게 넘기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은행이 데이터센터 개발업체에 총 10억달러를 대출했다면 이 대출을 계속 보유하면서 최초 1억달러의 손실을 투자자가 부담하도록 계약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5000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하면 약정된 조건에 따라 투자자가 이를 부담합니다. 반대로 손실이 발생하지 않으면 투자자는 위험을 떠안은 대가로 수수료나 투자수익을 얻습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채권을 팔지 않고도 신용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규제 요건을 충족하면 자기자본 부담을 줄여 추가 대출 여력을 확보할 수도 있습니다.

ING도 지난 10월 네덜란드 연기금 운용사 PGGM과 50억유로, 약 56억달러 규모의 대출 포트폴리오에 대한 SRT 거래를 체결했습니다.

대상에는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에너지, 통신,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프로젝트 대출이 포함됐습니다.

다만 50억유로는 위험 이전 대상인 전체 대출 규모이며, ING가 해당 금액을 모두 매각하거나 PGGM이 모든 손실을 보장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이번 5억달러 규모의 대출채권 매각 추진과 기존 SRT 거래 역시 별개입니다.

월가에서는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지연되거나 예상보다 수익성이 낮아질 경우 대출을 받은 기업들의 상환 능력이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AI 투자에 대한 시장의 불안이 기술주 주가 하락을 넘어 은행 대출과 회사채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4. 나스닥 조정장 진입…3개월 뒤 평균 9.4% 반등

미국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가 5일(현지시간) 5.52% 급락하며 공식적인 조정장에 진입한 가운데 월가 일각에선 반등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급락은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한 이후 AI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면 나스닥지수가 조정장에 진입한 이후 중기적으로 반등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CNBC가 지난 10년간 나스닥지수의 조정장 사례 10차례를 분석한 결과, 조정장 저점에서 3개월 뒤 평균 9.41%, 6개월 뒤에는 평균 17.03% 상승했습니다.

다만 조정장 진입 직후에는 추가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확인됐습니다.

2018년과 2020년, 2022년, 2025년에는 조정장 진입 이후 한 달 동안 추가적인 매도 압력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2022년에는 조정장 진입 이후 6개월 동안 나스닥지수가 18.3% 추가 하락했습니다. 1년 뒤에도 24.3% 떨어진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과거 평균 수익률이 이번에도 빠른 반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간선거 이후의 장기적인 주가 흐름은 상대적으로 긍정적이었습니다.

기술적 분석업체 캡시시스의 창립자 프랭크 카펠레리에 따르면 1974년 이후 13차례의 미국 중간선거 가운데 나스닥지수는 선거 12개월 뒤 12차례 상승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8년입니다. 당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이후 나스닥지수는 상승했지만 같은 해 12월 급격한 매도세가 나타났습니다.

그럼에도 중간선거 1년 뒤 나스닥지수는 약 15% 상승했습니다.

카펠레리는 중간선거 이후 증시가 장기적으로 상승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상당한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조정장의 핵심 변수는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대한 정책적 불확실성입니다.

특히 텍사스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 지나 이노호사 당선인이 데이터센터 신규 개발을 즉각 중단하는 모라토리엄을 공약한 점이 투자심리에 충격을 줬습니다.

텍사스는 미국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집중되는 지역 가운데 하나입니다. 데이터센터 건설 제한이 현실화할 경우 AI 인프라 투자 속도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날 아이셰어즈 반도체 ETF(SOXX)는 12% 폭락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2020년 3월 이후 최악의 하루 낙폭입니다.

다만 6일에는 일부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습니다.

미국 반도체 업종 ETF는 장 초반 거래에서 4.7% 반등했으며 엔비디아 주가도 4% 상승했습니다. AI 데이터센터 기업 아이렌(IREN)은 AI 클라우드 매출 급증 발표 이후 14% 급등했습니다.

월가의 대표적인 기술주 강세론자인 댄 아이브스는 이번 폭락을 절호의 매수 기회라고 평가했습니다.

아이브스는 6일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시장이 마치 민주당의 중간선거 승리로 미국의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완전히 중단될 것처럼 반응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번 급락을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과 2025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당시의 폭락에 비유했습니다.

당시에도 기술주가 급락했지만 이후 주요 기술주를 저가에 매수할 기회가 됐다는 설명입니다.

아이브스는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지연되거나 일부 차질을 빚을 수는 있지만 미국의 AI 인프라 구축 자체가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향후 증시 반등 여부는 민주당의 데이터센터 규제 정책이 실제로 얼마나 강화되는지, AI 기업들의 투자 계획이 유지되는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입니다.

5. 앤트로픽 IPO 몸값 1조5000억달러 흔들

미국 인공지능 기업 앤트로픽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주요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높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앤트로픽의 IPO에 참여할 예정인 주요 투자자 3명이 당초 예상됐던 1조500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낮춰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가운데 한 투자자는 기업가치가 1조달러 수준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기존 예상치보다 약 33% 낮은 수준입니다.

앤트로픽은 추수감사절 직전인 11월 셋째 주 IPO를 추진하고 있으며 최대 1000억달러를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AI 관련 기술주가 급락하면서 초대형 공모를 기존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일부 투자자는 공모 규모가 당초 예상됐던 1000억달러에서 약 800억달러로 축소될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기업가치 하락 압력을 완화할 수 있는 변수는 앤트로픽의 빠른 매출 성장입니다.

WSJ에 따르면 앤트로픽의 10월 말 기준 연환산 매출 규모는 800억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연환산 매출은 최근 매출 추세가 1년 동안 유지된다고 가정해 계산한 수치로, 실제 최근 12개월 동안 발생한 매출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기업가치를 1조5000억달러로 가정하면 연환산 매출 대비 기업가치 배수는 약 18.8배입니다. 기업가치가 1조달러로 낮아지면 이 배수는 12.5배로 떨어집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앤트로픽의 10월 실적을 확인한 뒤 기업가치 조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앤트로픽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려는 것은 AI 모델 개발과 컴퓨팅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앤트로픽은 지난 9월 말 기준 1466억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IPO를 통해 800억달러를 추가 조달하면 단순 계산상 현금 보유액은 2266억달러에 달합니다. 다만 상장 전후 현금 지출과 공모 비용 등을 반영하지 않은 수치입니다.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시장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IPO를 연기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최근 기술주 급락으로 큰 손실을 입은 기관투자자들이 단기간에 다시 AI 산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앤트로픽 경영진과 IPO 자문사들은 앞으로 며칠 안에 만나 상장 계획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경쟁사인 오픈AI도 최근 자금조달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WSJ에 따르면 오픈AI는 최근 투자 유치에서 당초 목표했던 300억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약 110억달러를 확보했습니다.

기업가치는 1조2500억달러로 평가됐으며 당초 목표했던 수준보다 낮았습니다.

그동안 AI 기업들은 막대한 성장 잠재력을 바탕으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왔지만 최근에는 실제 수익성과 투자금 회수 가능성에 대한 검증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앤트로픽의 IPO는 AI 산업 전체의 기업가치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됩니다.

앤트로픽은 구글과 아마존, 엔비디아 등 주요 기술기업들과 사업 및 투자 관계로 연결돼 있습니다.

따라서 앤트로픽이 기업가치를 대폭 낮추거나 상장을 연기할 경우 다른 AI 기업들의 기업가치에도 하락 압력이 가해질 수 있습니다.

향후 관건은 앤트로픽이 빠른 매출 성장을 통해 높은 기업가치를 정당화할 수 있는지, 기관투자자들이 AI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 의지를 유지할 수 있는지입니다.

6. 테슬라, 사이버트럭 생산 축소…사실상 단종 수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사이버트럭 생산을 내년 중반부터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머스크는 6일(현지시간) 새벽 소셜미디어 X를 통해 텍사스주 오스틴 인근 기가팩토리에서 사이버트럭 생산을 단계적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해당 공장은 현재 사이버트럭 부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일한 테슬라 공장입니다.

이에 따라 사이버트럭이 사실상 단종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테슬라는 완전 단종 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머스크는 이번 생산 전환의 목적이 2인승 완전자율주행 로보택시인 사이버캡(Cybercab)의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이버트럭 수석 엔지니어 웨스 모릴은 X를 통해 사이버트럭이 중요한 기술 개발 플랫폼이었으며 관련 기술은 사이버캡을 통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이버트럭의 교체용 부품도 계속 공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이버트럭은 머스크가 한때 테슬라 역사상 최고의 제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던 전기 픽업트럭입니다.

그러나 출시 이후 판매 부진과 잇따른 리콜, 예상보다 높은 판매가격 등이 겹치면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테슬라는 지난해 3월 외장 장식 부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사이버트럭 4만6000대 이상을 리콜했습니다.

올해 4월에는 바퀴가 분리될 위험 때문에 후륜구동 사이버트럭 173대 전량을 리콜했습니다.

판매가격도 초기 계획과 크게 달라졌습니다.

머스크는 2019년 사이버트럭을 처음 공개하면서 가격이 3만9900~6만9900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현재 가장 저렴한 모델의 가격도 8만달러를 웃돌고 있습니다.

해외시장 진출에도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사이버트럭은 유럽연합(EU)과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판매를 위한 규제 승인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번 생산 조정은 테슬라가 전통적인 전기차 제조보다 자율주행 기반의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으로 해석됩니다.

사이버캡은 운전자를 전제로 하지 않는 2인승 자율주행 택시로, 테슬라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추진하는 핵심 제품입니다.

다만 사이버캡의 실제 생산 확대 규모나 수익성, 완전자율주행 상용화 일정 등은 이번 발표에서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발표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가 급락한 직후 나왔습니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5일 10% 넘게 급락하는 등 최근 이틀 동안 시가총액이 약 2160억달러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시가총액도 약 2400억달러 줄었습니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 감소분을 합하면 약 4560억달러에 달합니다.

시장에서는 이를 이른바 '머스크 매도세(Musk Selloff)'로 부르고 있습니다.

지난 3일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하면서 머스크의 사업에 대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머스크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을 지원하는 정치활동위원회(PAC)에 4억달러 이상을 기부했습니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AI 데이터센터 투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관련 지출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합병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상황에서 정치적 환경 변화가 머스크의 사업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한편 테슬라 주가는 전날 급락 이후 6일 개장 전 거래에서 약 2% 반등했습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