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 3'. 사진=테슬라 제공
테슬라 '모델 3'. 사진=테슬라 제공
올 들어 반도체 공급난으로 중고차 가격이 신차 값을 앞지르는 현상이 빚어지는 가운데, 출고 대기 기간이 다른 완성차 업체들보다 더 긴 편인 테슬라 차량의 경우 일부 중고차와 신차 가격이 1000만원 이상까지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중고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에 따르면 테슬라 차량 중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차종인 '모델 3 롱레인지'의 경우 현재 시세가 연식과 주행거리에 따라 5500만~7000만원대 후반에 형성됐다.

특히 21년식에 주행거리가 5000km 이하 차량의 경우 신차보다도 비싼 7900만원까지 지불해야 한다. 테슬라 한국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모델의 신차값은 6979만원. 출고 대기 기간이 없고 주행거리가 짧은 '신차급' 중고차 값이 약 1000만원가량이나 비싼 셈이다.

테슬라의 다른 모델도 상황은 비슷하다. 신차 가격이 8039만원인 '모델 3 퍼포먼스'의 경우 21년식에 1만km 이하의 주행거리를 뛴 차가 이보다 높은 8300만원에 매물 등록됐다.

신차 가격 7989만원인 '모델 Y 롱레인지'의 경우 중고차 시세가 7800만~9100만원에 올라와 있다. 가장 높은 가격에 매물이 등록된 차량은 9124만원으로 역시 신차 가격보다 1100만원 이상 비싸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의 경우 국내에서 브랜드 충성고객층이 형성된 데다 중고차의 경우 구매하자마자 곧바로 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중고 시세가) 비싸게 형성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테슬라 신차의 인도 시점이 언제가 될지 기약 없다는 점도 '중고차 웃돈'을 부채질했다.

테슬라의 경우 국내 인도 가능 시점을 계약자들에게도 알려주지 못할 정도로 출고 날짜가 불확실하다. 고객들 사이에선 "차량 받기까지 1년 정도 걸리면 행운"이라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이 같은 '출고 대란'에 테슬라는 최근 '모델 S'와 '모델 X'의 국내 신규 접수를 중단하고 차량 가격을 '시가'로 바꿔 예약제로만 운영하고 있다. '모델 3 롱레인지'의 경우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인도가 불확실해지자 지난 7월 국내에서 신규 계약을 일시 중단한 바 있다.

테슬라는 전 세계 시장에서 소비자에게 별도로 알리지 않고 수시로 차 가격을 인상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국내에서도 올해 들어 총 4차례에 걸쳐 모델별 신차 값을 900만~1000만원 올렸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