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기차 충전 시설에 대한 누적 투자 규모가 올해 1000억달러(약 124조원)를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완성차 시장 강자인 메르세데스벤츠에 이어 ‘유통업계 1인자’ 아마존도 전기차 충전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전기차 충전시설 투자 1000억달러 돌파 전망
14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전기차 충전 시설 누적 투자 규모는 620억달러(약 77조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투자액은 290억달러(약 36조원)로 1년 전(120억달러)보다 142% 늘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중국에서 늘어난 공공충전소 60만 곳이 세계 투자 비중의 61%를 차지했다”며 “중국의 전기차 시장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확장한다면 올해 세계 누적 투자 규모는 1000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충전 시장 진출을 선언한 완성차 업체도 나왔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에서 차지포인트, MN8 등 충전 업체와 협업해 연내 미국에 첫 충전소를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후 유럽과 중국으로 사업을 확장해 2030년까지 충전소 1만 곳을 운영하겠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마르쿠스 샤퍼 메르세데스벤츠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대형마트 뒷마당의 쓰레기통 옆 같은 장소가 아니라 안전한 곳에 충전소를 보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연내 사업 진출을 선언한 미국 시장의 전기차 충전소는 지난달 기준 모두 4만3000여 곳이다. 이 중 3분의 2를 테슬라와 차지포인트가 과점하고 있다.

테슬라가 전 세계에 운영 중인 자체 충전소 ‘슈퍼차저’는 지난해 11월 4만 곳을 돌파했다. 테슬라는 연내 이 충전소를 1만 곳 더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의 강세가 확연한 미국과 달리 유럽에선 시장점유율 6%를 넘긴 업체가 없다. 메르세데스벤츠는 120~250㎾로 충전 가능한 슈퍼차저에 맞서 최대 350㎾급 충전시설을 보급하기로 했다.

아마존도 충전사업에 발을 들였다. 아마존은 CES 2023에서 “음성 인식 인공지능(AI) 비서인 ‘알렉사’를 활용한 전기차 충전 안내 서비스를 올 하반기 내놓겠다”고 밝혔다. 충전망 업체인 EV고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용 가능한 인근 충전소를 알렉사로 안내하는 방식이다. 전기차는 생산 업체나 모델별로 충전 속도와 플러그 유형이 달라 충전소 선택이 까다롭다.

다른 업체들도 전기차 충전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볼보는 지난해 3월 스타벅스와 손잡고 미국 스타벅스 매장에 충전시설을 운영하기로 했다. 작년 8월 유타주에서 충전소 운영을 처음 시작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미국 교외 지역에 있는 자사 대리점 위주로 충전소 4만 곳을 설치할 계획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1030만 대로 전년(650만 대)보다 59% 늘었다. 지역별 판매량은 △중국 600만 대(58%) △유럽 260만 대(25%) △북미 120만 대(12%) 등의 순이었다. 블룸버그는 올해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32% 늘어난 1360만 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