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117조 '긴축편성'..국방ㆍ복지비는 8~10% 증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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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나라살림(일반회계)이 올해보다 2.1% 증가한 1백17조5천억원 규모로 잠정 확정됐다.
국방비가 18조9천억원으로 8%가량 늘어나 국내총생산(GDP)의 2.8% 수준을 차지하고,공무원 봉급은 4.8% 인상된다.
또 청년실업 해소와 △서민 주거생활 안정 △보육사업 △노인복지 등에 대한 예산 배정을 늘리되 나머지 예산은 증액 규모를 최대한 억제,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세수와 세입의 균형을 맞추기로 했다.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은 29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의 2004년 예산안 편성 방향을 보고했다.
이러한 예산 증가율은 최근 10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박 장관은 "내년 국세 수입은 올해보다 7조2천억원 증가한 1백11조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지만 공기업 주식 매각 등 세외수입이 올해보다 4조원 적은 6조원 정도로 줄어들 전망이어서 예산 증가율을 2%대로 정했다"고 말했다.
예산처는 올해 물가 상승률을 포함한 경상성장률이 5.2%,내년에는 8%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균형재정 기조를 유지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분야별로는 복지 분야 예산과 국방비가 가장 크게 늘어난다.
박 장관은 "서민층의 생활안정,여성의 사회진출 확대를 위한 육아사업 등 복지 분야 예산이 가장 높은 비율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노 대통령은 "저소득 서민층에 대한 세심한 배려는 물론 실업으로 고통받는 차상위 계층을 지원하고 노인문제에 대해서도 각별히 신경써 달라"고 당부했다고 박 장관은 전했다.
예산처는 이와 함께 내년 국방예산을 18조9천억원으로 올해보다 1조4천억원(8%) 증액,GDP 대비 2.8% 수준으로 높이는 데 이어 2005년에는 GDP의 2.9% 수준으로 올리는 등 계속 늘려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공무원 보수는 기본적으로 3% 인상하고 2천억원 정도를 예비비로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관례적으로 공무원 임금과 관련된 예비비는 모두 지출돼 왔기 때문에 공무원들의 실질적인 임금 인상률은 4.8%에 달할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예산 편성때 적자재정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첫번재 예산인 만큼 할 일은 많은데 들어올 돈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계한 내년 세수는 1백11조5천억원으로 올 4분기 때부터 경기가 본격 회복되는 것을 전제로 한 것.게다가 한전 KT 등 쓸 만한 공기업의 민영화가 대부분 완료돼 세외수입도 올해 10조8천억원보다 44% 적은 6조원대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에 비해 세수가 고작 2조4천억원 늘어나는데다 그나마 내국세의 28%를 지방에 주도록 돼 있어 지방교부금으로 1조3천억원을 빼면 가용재원은 1조1천억원에 불과하다.
공무원 임금 올려주는 데만 써도 돈이 바닥나는 상황에서 한때는 국채발행을 통해 가용재원을 확보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국가가 빚을 내 적자 국채를 발행해 나라살림 규모를 키우기보다 국민경제 최후의 보루인 재정의 건전성을 택했다.
예산처 관계자는 "막판까지 국채발행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었으나 공적자금 상환을 연기하고 국채를 발행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상환유예된 공적자금은 2005년 이후 순차적으로 갚아나가게 된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