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 40대 미혼 여성 중 학력이 높고 경제적 여유를 즐기는 '골드 미스'.이들의 급격한 증가가 한국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저출산의 핵심 원인으로 분석됐다. 통계청 통계개발원은 11일 이 같은 내용의 '한국의 출산 보고서'를 발표했다.



◆도시 미혼여성 증가 심각

출산 연령대에서 결혼하지 않는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2000~2005년 사이 여성들의 미혼율을 보면 25~29세 여성은 39.7%에서 59.1%로 높아졌다. 결혼 연령이 늦어지는 풍토에 따른 것이다. 특히 예전 같으면 왕성한 출산이 가능한 나이라고 할 수 있는 30~34세 여성의 미혼율이 10.5%에서 19.0%로 배 가까이 높아졌다. 이들이 결혼 자체를 하지 않기 때문에 결혼 여성의 출산을 장려하기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주더라도 절대 출산 숫자가 늘지 않는 것이다. 35~39세 여성의 미혼율 역시 같은 기간 4.1%에서 7.6%로 증가했다.

미혼 여성에는 고학력 · 전문직이 많다는 게 특징이다. 30~34세 미혼 여성 중 관리 · 전문직 비율은 27.4%나 됐다. 반면 자녀가 있는 결혼 여성 중에선 그 비율이 9.7%에 불과했다. 이들은 아이들 때문에 집안일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40~44세인 미혼여성의 대학원졸 비율(5.2%)은 기혼 유자녀 남성(4.1%)보다 높았다.

지역별 미혼율 격차도 컸다. 2005년 미혼여성 비율 상위 1~3위는 서울 강남구(21.0%),대구 중구(20.8%),부산 중구(18.1%)가 차지했고 하위 1~3위는 전남 무안군(0.8%),울산 북구(1.5%),충북 증평군(1.9%) 이었다. 통계개발원은 "서울,부산,대구를 중심으로 저출산 지역이 시간이 갈수록 고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가 집중된 도시지역에서 결혼하지 않는 여성 증가가 저출산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결혼해도 직장생활이 걸림돌

임금근로자의 저출산 문제도 심각했다. 임금 근로자의 평균 출생아 수는 1.75명으로 자영업자(2.13명),사업주(1.91명),무급가족봉사자(2.30명)보다 낮았다.

경제활동과 출산을 병행하기 어려운 현실이 두 자녀 비율의 지속적인 감소로 나타났다. 출산가구의 자녀 수 변화를 보면 세 명 이상의 다자녀 비율은 큰 변동이 없었지만 한 자녀 비율은 2000년 45.3%에서 2007년 51.2%로 꾸준히 증가했다. 반면 두 자녀 비율은 41.6%에서 36.5%로 감소했다. 출산율이 가장 낮은 곳은 부산 중구로 0.84명(2007년 기준)이었으며 이어 서울 강남구, 부산 서구 순으로 낮았다.

실업자의 출생아 수는 전 연령층에서 취업자나 비경제활동인구(만 15세가 넘은 인구 가운데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사람, 곧 일할 수 있는 능력은 있으나 일할 의사가 없거나, 전혀 일할 능력이 없어 노동공급에 기여하지 못하는 사람)보다 적게 나타났다. 출산에서 안정적인 경제활동이 중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 수준 및 직업별 출산율은 하향 평준화 경향이 강해 저출산의 원인을 더 이상 여성의 고학력에서 찾아보기는 힘들어졌다. 40대 이후 여성의 경우 교육 수준별 출산율 차이가 감소하면서 40~44세에서는 출생아 수가 초졸 이하 2.10명,중졸 2.00명,고졸 1.95명,대졸 1.91명으로 차이가 미미해졌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