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도 3개월이면 말문 트인다"…삼성 외국어 교육도 국내 최강?
친구: 여보세요? ○○냐? 나다
A씨: もしもし(여보세요)
친구: 어? ○○아냐?
A씨: ひさしぶり(오랜만이야)
친구: 뭐야....맞는데...야, 너 미쳤나? 뭔소리야?
A씨: あの(저)...それがあ(그게 말이지)
친구: 에이씨, 뭐야 이거...(뚜뚜뚜뚜...)

삼성그룹에서 운영하는 외국어생활관(사내에서는 약칭 '외생관'으로 통한다)에 다녀온 삼성전자 직원 A씨는 얼마 전 오랜만에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지만 반갑게 받을 수 없었다.

한국말은 한 마디도 쓸 수 없는 이곳의 규칙 상 자신이 배우고 있는 외국어인 '일본어'로만 얘기해야 하지만 아직은 어눌하고, 친구 역시 일본어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때 아닌 '욕 세례' 만을 듣고 전화를 끊어야 했다.

돈들여 배워도 안되던데…삼성만의 교육 비결 '궁금'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통계를 보면 유학연수 지급액은 올 3분기에 13억5500만 달러로 지난해 3분기(13억7700만 달러) 이후 1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토익·토플 등 외국어 시험 응시료 등 교육서비스 지출액도 3분기에 5770만 달러를 기록, 올 들어 가장 많았다. 올 1∼3분기 기준(1억6210만 달러)으로도 2006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 취업포털사이트가 조사한 자료를 봐도 직장인 10명 중 절반 이상은 외국어, 특히 영어가 사회생활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 때문에 스스로 위축감이 든다"(57.4%)거나 "영어로 인해 직종 선택이나 이직에 제약을 받는다"(49.2%)는 직장인이 다수였다.

유치원에서부터 대학교까지 외국어 배우기에 적지 않은 돈을 쏟아붓지만 사회에 나와 번듯한 직장인이 되어도 자신있게 외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에서 사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외생관은 "벙어리도 3개월 만에 말문이 트인다"는 말이 나올 만큼 학습 효과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 직원 B씨는 "몇 년 전 외생관에서 영어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딱 3개월을 마치고 나오니 길가는 사람 누구라도 붙잡고 영어가 하고 싶더라"고 말했다. B씨는 외생관의 비결은 한마디로 '스파르타 교육 시스템'에 있다"고 설명했다.

◆ 눈떠서 잠자리 들 때까지 한국말 NO…걸리면 '퇴소' 조치

외국어의 중요성이 지금처럼 높지 않았던 1970년대 중반 경기도 용인연수원 안에 일찌감치 들어선 외생관은 능력있는 직원을 선발, 해외 지역 전문가로 키우기 위한 목적에서 설립됐다. 업무 능력은 뛰어나지만 외국어가 다소 부족한 직원들이 이곳에 들어가 일정 기간 합숙을 하며 언어를 배운다. 외생관 전체 관리는 그룹 인력개발원에서 맡고 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비롯해 러시아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유럽 주요 국가 언어과정이 개설돼 있다. 말레이어, 아랍어 등 삼성이 진출해 있는 전략 국가의 언어도 배울 수 있다. 강사 1명에 수강 인원은 많아야 10명 남짓이다.

언어별로 지역전문가 과정 10주, 주재원 4주, 글로벌 인재양성 과정 10주짜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정식 과정에 들어가기 전 개별적으로 레벨 테스트를 거쳐 실력에 맞게 반을 배정받는다.

삼성 관계자는 "'입소' 전부터 과제를 산더미처럼 부여받고 들어간 뒤에도 매일매일 과제와 시험의 연속" 이라며 "아침에 눈떠서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까지 외국어만을 써야 하고 한국말을 하다 3회 이상 걸리면 퇴소 조치되기도 한다. 외출은 주말에만 허용된다"고 소개했다.

이렇다보니 간혹 오랫만에 전화를 걸어 온 친구에게 A씨처럼 욕(?)을 먹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빡빡한 일정에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해외 파견 등 확실한 동기 부여가 있기 때문에 학습 집중도는 높은 편"이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외생관에서는 단순한 언어 교육뿐 아니라 수강생이 파견될 해외 국가의 사회, 문화 등과 매너 교육까지 실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기업마다 사내 어학교육을 강화하는 추세지만 대부분 외부 위탁 방식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며 "삼성처럼 자체 생활관을 가지고 그룹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곳은 드물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