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마켓인사이트 포럼] '블랙스완'의 경제위기 해법…"무위험·고위험에 8대2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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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브 前교수가 제시한 불확실성 시대 생존법
중위험 자산에 애매한 투자는 위기 대처 못해
"비아그라는 실수로 탄생…시행착오 즐겨라"
중위험 자산에 애매한 투자는 위기 대처 못해
"비아그라는 실수로 탄생…시행착오 즐겨라"
“무위험과 고위험을 8 대 2로 섞어 투자하라.”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전 뉴욕대 교수(유니버사 이코노미스트)는 불확실성이 높은 금융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위험자산과 위험자산에 동시에 투자하는 이른바 ‘바벨(역도나 근육운동시 사용하는 기구)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신흥국의 금융위기와 글로벌 헤지펀드 운용 전략’이란 주제로 열린 ‘제4회 한경마켓인사이트 포럼’ 강연에서다.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하는 최근 한국의 투자 트렌드와는 상반된 제안으로, 그는 양 극단에 투자하는 바벨 전략이야말로 파산 없이 고수익을 누릴 가장 합리적 방법이라고 했다.
○시행착오 겪어야 위기에 강해져
탈레브 전 교수는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예컨대 80% 자금은 (국채와 같은) 무위험 자산에 투자하고 나머지 20%는 (풋옵션 등)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면, 손실의 한도는 투자금의 20% 이내로 정해지는 반면 수익은 무한하게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투자금을 중간 위험 자산에 애매하게 투자한다면 블랙스완과 같은 급작스러운 위기가 왔을 때 위험을 회피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블랙스완 같은 급작스러운 경제위기가 왔을 때 생존하기 위해서는 바벨 전략을 포함해 다섯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로 ‘시행착오를 사랑하라’고 했다. 그는 “비아그라와 아스피린은 원래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을 연구하다 탄생한 상품”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오류와 실수를 사랑해야 창조적이고 영구적인 상품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야 쉽게 깨지지 않는 강한 체질을 만들 수 있다는 탈레브의 ‘안티프래질(anti-fragile) 이론’과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안티프래질’은 ‘충격을 받으면 깨지기 쉬운’이란 뜻의 ‘프래질(fragile)’의 반대 의미로 탈레브가 만든 용어다. 그는 “보통 ‘프래질’의 반대말은 ‘강건한(robust)’이나 ‘탄력적인(resilient)’이라고 생각하지만 충격을 받으면 더 단단해지는 안티프래질이 반대개념”이라면서 “경제는 살아 있는 유기체와 비슷해서 평소 작은 실패를 통해 스트레스를 받아야 큰 위기가 왔을 때 견딜 수 있는 강한 체질로 진화한다”고 설명했다.
○창업·벤처 활성화해라
두 번째로는 지금보다 경제 규모를 더욱 분권화할 것을 주문했다. ‘규모의 경제’만을 추구할 때보다 작은 경제단위로 쪼갤 때 위기에 더 강해진다는 의미다. 탈레브는 “독일이 유럽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굳건한 이유는 기업들이 적절한 규모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창업과 벤처를 더욱 활성화하는 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래 예측에 매달리지 말 것을 주문했다. “500년 만에 한 번 발생하는 위기를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며 “미래를 상상하는 것보다 현재 시점에서 깨지기 쉬운(프래질) 위험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더 쉽다”고 했다.
이날 포럼에 패널로 참석한 찰리 웰시 머저마켓 창업자 겸 편집장은 “탈레브의 5가지 원칙은 단순히 헤지펀드 운용전략뿐 아니라 기업경영, 정치에 적용될 내용”이라고 공감했다.
김성우 트러스톤자산운용 헤지펀드본부장은 “한국은 헤지펀드 도입이 2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명확한 이론이 없었다”면서 “이번 포럼을 통해 깊이 있는 시각을 접하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하수정/정영효 기자 agatha77@hankyung.com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전 뉴욕대 교수(유니버사 이코노미스트)는 불확실성이 높은 금융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위험자산과 위험자산에 동시에 투자하는 이른바 ‘바벨(역도나 근육운동시 사용하는 기구)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신흥국의 금융위기와 글로벌 헤지펀드 운용 전략’이란 주제로 열린 ‘제4회 한경마켓인사이트 포럼’ 강연에서다.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하는 최근 한국의 투자 트렌드와는 상반된 제안으로, 그는 양 극단에 투자하는 바벨 전략이야말로 파산 없이 고수익을 누릴 가장 합리적 방법이라고 했다.
○시행착오 겪어야 위기에 강해져
탈레브 전 교수는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예컨대 80% 자금은 (국채와 같은) 무위험 자산에 투자하고 나머지 20%는 (풋옵션 등) 고위험 자산에 투자하면, 손실의 한도는 투자금의 20% 이내로 정해지는 반면 수익은 무한하게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투자금을 중간 위험 자산에 애매하게 투자한다면 블랙스완과 같은 급작스러운 위기가 왔을 때 위험을 회피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블랙스완 같은 급작스러운 경제위기가 왔을 때 생존하기 위해서는 바벨 전략을 포함해 다섯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로 ‘시행착오를 사랑하라’고 했다. 그는 “비아그라와 아스피린은 원래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을 연구하다 탄생한 상품”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오류와 실수를 사랑해야 창조적이고 영구적인 상품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적당한 스트레스를 받아야 쉽게 깨지지 않는 강한 체질을 만들 수 있다는 탈레브의 ‘안티프래질(anti-fragile) 이론’과 일맥상통하는 얘기다. ‘안티프래질’은 ‘충격을 받으면 깨지기 쉬운’이란 뜻의 ‘프래질(fragile)’의 반대 의미로 탈레브가 만든 용어다. 그는 “보통 ‘프래질’의 반대말은 ‘강건한(robust)’이나 ‘탄력적인(resilient)’이라고 생각하지만 충격을 받으면 더 단단해지는 안티프래질이 반대개념”이라면서 “경제는 살아 있는 유기체와 비슷해서 평소 작은 실패를 통해 스트레스를 받아야 큰 위기가 왔을 때 견딜 수 있는 강한 체질로 진화한다”고 설명했다.
○창업·벤처 활성화해라
두 번째로는 지금보다 경제 규모를 더욱 분권화할 것을 주문했다. ‘규모의 경제’만을 추구할 때보다 작은 경제단위로 쪼갤 때 위기에 더 강해진다는 의미다. 탈레브는 “독일이 유럽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굳건한 이유는 기업들이 적절한 규모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창업과 벤처를 더욱 활성화하는 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래 예측에 매달리지 말 것을 주문했다. “500년 만에 한 번 발생하는 위기를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며 “미래를 상상하는 것보다 현재 시점에서 깨지기 쉬운(프래질) 위험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더 쉽다”고 했다.
이날 포럼에 패널로 참석한 찰리 웰시 머저마켓 창업자 겸 편집장은 “탈레브의 5가지 원칙은 단순히 헤지펀드 운용전략뿐 아니라 기업경영, 정치에 적용될 내용”이라고 공감했다.
김성우 트러스톤자산운용 헤지펀드본부장은 “한국은 헤지펀드 도입이 2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명확한 이론이 없었다”면서 “이번 포럼을 통해 깊이 있는 시각을 접하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하수정/정영효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