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구속] "총수 구속해야 정의 실현되나…기업가정신 훼손될까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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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문가들의 우려
삼성, M&A 등 장기적 의사결정 힘들 것
5~10년 후 미래 고민할 리더십 공백 심각
삼성, M&A 등 장기적 의사결정 힘들 것
5~10년 후 미래 고민할 리더십 공백 심각
“기업가정신이 후퇴하고 대외 신인도가 하락하지 않을까 걱정이다.”(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
“5~10년 후 무엇을 할지 고민할 사람이 없어진 게 가장 큰 문제다.”(이경묵 서울대 경영대 교수)
경제 전문가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이 삼성에 중장기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상적인 경영 활동은 전문 경영인들이 기존 시스템에 따라 할 수 있지만 총수 결단이 필요한 중대 사안은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의사결정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진보 성향의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도 “삼성은 다른 재벌보다 총수 일가의 영향력이 작고 전문 경영자들의 역량도 뛰어나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구속된다고 해서 삼성 경영이 붕괴된다고 말하는 건 과장”이라면서도 “(80억달러에 달하는) 하만 인수 같은 대형 인수합병(M&A), 지주회사 전환 등 그룹 차원의 경영은 상당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없는데…”
법원의 이 부회장 구속 결정에 대해선 안타깝다는 시각이 많았다. 김인호 회장은 “한국 형사소송법은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는 한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이 부회장이 주요 기업인이기 때문에 법 적용에 예외를 인정해서도 안 되지만, 주요 기업인이라는 이유로 필요 이상으로 법을 적용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대기업 총수를 구속해야 정의가 실현되고 불구속하면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다거나, 이번 구속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도 “이 부회장 구속에 따른 파장은 우리나라가 먹고사는 문제와 연결돼 있다”며 “총수의 인신을 구속하고 수사해야 그 수사가 잘 되는지에 대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보다는 정의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문제”라며 “지금은 사회 전체가 분노에 휩싸여 있지만 나중에 후회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 M&A 지연될 것”
삼성의 성장사를 다룬 《삼성 웨이》의 저자 이경묵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말이 나올 만큼 세상이 빠르게 바뀌고 있고 삼성도 거기에 적응해가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데 이 부회장이 구속돼 있으면 그걸 하기 어려워진다”며 “과거 이건희 회장 때도 이 회장의 역할은 단기 성과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전문 경영인들에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하라’고 끊임없이 자극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복거일 사회평론가도 “기업은 환경이 바뀌면 끊임없이 적응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미세한 기류를 보고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많다”며 “그런데 결단을 내려야 하는 사람이 없으면 결정을 미루게 되고 결국 실기(失機)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회장은 이 부회장의 구속이 삼성뿐 아니라 재계 전반의 기업가정신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에 한국 최대 기업의 경영자를 구속한 것은 기업 이미지 훼손에 그치지 않고 전체 기업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대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삼성,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삼성이 사상 초유의 ‘총수 부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윤 교수는 “경영진이 총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거버넌스(지배구조)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복거일 평론가는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정치와 경제의 관계에 대해 ‘불가근 불가원’이라고 했다”며 “삼성도 이번 일을 계기로 성찰의 시기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회장은 시련을 겪고 나서 더 강해지느냐, 평범한 경영자가 되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더 강한 경영자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 교수는 “삼성 그룹 특유의 의사결정 방식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래전략실이 하라면 하는’ 식의 의사결정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 교수는 “세상 모든 집단에는 컨트롤타워가 있다”며 “컨트롤타워를 인정하되 각 계열사의 이익과 부합하도록 독립적인 이사회와 사외이사를 두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용석/강현우/박재원 기자 hohoboy@hankyung.com
“5~10년 후 무엇을 할지 고민할 사람이 없어진 게 가장 큰 문제다.”(이경묵 서울대 경영대 교수)
경제 전문가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이 삼성에 중장기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상적인 경영 활동은 전문 경영인들이 기존 시스템에 따라 할 수 있지만 총수 결단이 필요한 중대 사안은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의사결정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진보 성향의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도 “삼성은 다른 재벌보다 총수 일가의 영향력이 작고 전문 경영자들의 역량도 뛰어나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구속된다고 해서 삼성 경영이 붕괴된다고 말하는 건 과장”이라면서도 “(80억달러에 달하는) 하만 인수 같은 대형 인수합병(M&A), 지주회사 전환 등 그룹 차원의 경영은 상당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없는데…”
법원의 이 부회장 구속 결정에 대해선 안타깝다는 시각이 많았다. 김인호 회장은 “한국 형사소송법은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는 한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이 부회장이 주요 기업인이기 때문에 법 적용에 예외를 인정해서도 안 되지만, 주요 기업인이라는 이유로 필요 이상으로 법을 적용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대기업 총수를 구속해야 정의가 실현되고 불구속하면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다거나, 이번 구속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교수도 “이 부회장 구속에 따른 파장은 우리나라가 먹고사는 문제와 연결돼 있다”며 “총수의 인신을 구속하고 수사해야 그 수사가 잘 되는지에 대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보다는 정의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문제”라며 “지금은 사회 전체가 분노에 휩싸여 있지만 나중에 후회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 M&A 지연될 것”
삼성의 성장사를 다룬 《삼성 웨이》의 저자 이경묵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말이 나올 만큼 세상이 빠르게 바뀌고 있고 삼성도 거기에 적응해가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데 이 부회장이 구속돼 있으면 그걸 하기 어려워진다”며 “과거 이건희 회장 때도 이 회장의 역할은 단기 성과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전문 경영인들에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하라’고 끊임없이 자극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복거일 사회평론가도 “기업은 환경이 바뀌면 끊임없이 적응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미세한 기류를 보고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많다”며 “그런데 결단을 내려야 하는 사람이 없으면 결정을 미루게 되고 결국 실기(失機)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회장은 이 부회장의 구속이 삼성뿐 아니라 재계 전반의 기업가정신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에 한국 최대 기업의 경영자를 구속한 것은 기업 이미지 훼손에 그치지 않고 전체 기업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대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삼성,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삼성이 사상 초유의 ‘총수 부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윤 교수는 “경영진이 총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거버넌스(지배구조)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복거일 평론가는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정치와 경제의 관계에 대해 ‘불가근 불가원’이라고 했다”며 “삼성도 이번 일을 계기로 성찰의 시기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회장은 시련을 겪고 나서 더 강해지느냐, 평범한 경영자가 되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더 강한 경영자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 교수는 “삼성 그룹 특유의 의사결정 방식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래전략실이 하라면 하는’ 식의 의사결정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 교수는 “세상 모든 집단에는 컨트롤타워가 있다”며 “컨트롤타워를 인정하되 각 계열사의 이익과 부합하도록 독립적인 이사회와 사외이사를 두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용석/강현우/박재원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