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내년에 출시될 애플 아이폰9에 들어갈 배터리를 독점 공급한다. 가능하면 많은 부품회사에서 납품받으며 경쟁을 유도하는 애플의 ‘멀티 벤더 전략’을 고려할 때 이례적이다. LG화학이 배터리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축적한 데 따른 성과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20일 “LG화학이 내년 하반기에 나올 아이폰9에 들어갈 배터리를 전량 공급하기로 했다”며 “LG화학은 전용 설비에 수천억원을 투자했으며 내년 초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배터리 부문에서만 수조원의 매출 증가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이 아이폰9에 공급할 배터리는 하단이 오른쪽으로 휜 ‘L자형’ 배터리다. 전자부품 집적 기술이 발달하면서 생긴 아이폰 오른쪽 하단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애플이 맞춤형으로 주문했다. 지금까지 애플은 LG화학을 비롯해 삼성SDI와 중국 ATL, 일본 무라타제작소 등에서 배터리를 공급받았다. LG화학을 제외하고는 모두 직사각형 배터리를 제작하는 데 머물러 있다.

애플은 LG화학 외 다른 업체에서도 L자형 배터리를 납품받기 위해 ATL 등에 연구개발비까지 지원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경목/고재연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