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LNG선박 기술' 좌초 위기…누구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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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한국형 LNG선 첫 건조…핵심자재 멤브레인 양산 늦어져
선박 두 척 6개월 연기 요청에…가스공사 "보상해라" 벌금 수백억
국내유일 멤브레인 업체 TMC
"10년 걸릴 기술 2년에 개발하고 이런 취급 받으면 회사 문닫아야"
선박 두 척 6개월 연기 요청에…가스공사 "보상해라" 벌금 수백억
국내유일 멤브레인 업체 TMC
"10년 걸릴 기술 2년에 개발하고 이런 취급 받으면 회사 문닫아야"
대표적인 고부가 선박인 LNG(액화천연가스)선의 핵심 부품을 국산화하기 위한 2년여의 프로젝트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가스공사, 조선사와 함께 LNG 저장탱크 양산 기술을 독자개발해온 국내 중소업체가 납기 지연으로 도산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LNG선 건조 수익 절반이 해외로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국산 LNG저장탱크 기술을 적용한 17만4000㎥급 LNG선 두 척에 대한 인도를 연기해달라고 지난달 화주인 한국가스공사와 발주사인 SK해운 측에 요청했다. 지난달 말 인도할 예정이던 ‘SK세레니티’호는 내년 2월로, 이달 말 인도 예정인 ‘SK스피카’호는 내년 3월로 6개월씩 늦춰달라는 것이다.
가스공사는 올해부터 2037년까지 20년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사빈패스로부터 연간 50만t의 셰일가스를 가져오기로 하고 운송업체로 SK해운을, 선박 건조업체로 삼성중공업을 2014년 선정했다. 이 선박은 LNG선 제조 핵심기술을 처음 국산화해 업계의 관심이 컸다.
국내 조선사가 세계 LNG선 시장의 3분의 2를 장악하고 있지만 정작 LNG선에 탑재되는 저장탱크는 프랑스 GTT사에 의존해왔다. 그동안 한 척에 100억원씩(건조 수익의 절반) 총 3조원가량을 로열티로 지급했다.
LNG를 운송하기 위해서는 영하 163도의 극저온 상태로 액화시켜 밀폐된 탱크에 저장해야 한다. 멤브레인(저장탱크 내벽)은 LNG가 액화와 기화되면서 수축과 팽창을 반복할 때 용접 부위가 터지지 않도록 정밀한 디자인으로 설계된다. 이 때문에 가스공사와 조선사, 중소협력업체까지 나서 2년여에 걸쳐 기술 개발에 성공했고 처음으로 이를 삼성중공업이 제작하는 선박에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멤브레인 설계는 가스공사 자회사인 KC, 제작은 국내 유일의 LNG 멤브레인 업체인 TMC가 맡았다.
◆지체상금에 발목 잡힌 기술 자립
하지만 LNG선 저장탱크를 제작하는 데 들어가는 멤브레인 양산이 예상보다 4~5개월 늦어지면서 선박 건조가 연쇄적으로 지연됐고, 납기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문제가 불거졌다. 멤브레인 기술을 구현하는 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린 것이다. 처음으로 자체 기술로 LNG탱크를 만들다 보니 설계 변경도 잦았다.
선박을 발주한 가스공사는 인도 지연의 책임을 물어 SK해운에 지체상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과 KC, 탱크제조업체 TMC까지 줄줄이 손해배상책임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삼성중공업이 물어야 할 보상금액만 230억원, KC와 TMC도 각각 70억원 물게 될 전망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멤브레인 관련 업체들이 문을 닫게 된다는 점이다. TMC는 자본금 10억원, 연매출 400억원대인 중소기업이다. KC 역시 모회사 가스공사의 지원이 없으면 파산이 불가피하다. 최원호 TMC 회장은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연구개발(R&D) 인력이 200명 추가로 투입됐고 비용도 예상보다 두 배 이상 들었다”며 “양산이 4~5개월 늦었다고 지체상금을 물리면 회사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4500억원짜리 선박도 무용지물 위기
TMC가 문을 닫으면 삼성중공업에도 큰 타격이다. 2015년 4500억원에 수주한 2척의 LNG선이 사실상 고철 덩어리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90% 이상 건조가 완료된 이 선박들은 TMC에 맞게 설계돼 수입산 멤브레인으로 대체할 수도 없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TMC는 국내 유일 LNG 멤브레인 제작사로 문을 닫으면 납품을 대체할 기업이 없다”며 “향후 10년간 약 2조원에 달하는 로열티를 아낄 기회가 날아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중공업과 KC, TMC 등은 산업통상자원부와 가스공사 측에 지체보상금 부과를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심정적으로는 억울하겠지만 내부 규정상 지체상금을 면제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GTT도 새 멤브레인 개발에 4년 이상 걸렸는데 한국이 2년밖에 안 걸렸는데도 4~5개월 지연됐다고 지체상금을 부과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구태완 부산대 융합학부 교수는 “10년도 더 걸릴 수 있는 기술 자립을 2년 만에 해낸 것”이라며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LNG선 건조 수익 절반이 해외로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국산 LNG저장탱크 기술을 적용한 17만4000㎥급 LNG선 두 척에 대한 인도를 연기해달라고 지난달 화주인 한국가스공사와 발주사인 SK해운 측에 요청했다. 지난달 말 인도할 예정이던 ‘SK세레니티’호는 내년 2월로, 이달 말 인도 예정인 ‘SK스피카’호는 내년 3월로 6개월씩 늦춰달라는 것이다.
가스공사는 올해부터 2037년까지 20년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사빈패스로부터 연간 50만t의 셰일가스를 가져오기로 하고 운송업체로 SK해운을, 선박 건조업체로 삼성중공업을 2014년 선정했다. 이 선박은 LNG선 제조 핵심기술을 처음 국산화해 업계의 관심이 컸다.
국내 조선사가 세계 LNG선 시장의 3분의 2를 장악하고 있지만 정작 LNG선에 탑재되는 저장탱크는 프랑스 GTT사에 의존해왔다. 그동안 한 척에 100억원씩(건조 수익의 절반) 총 3조원가량을 로열티로 지급했다.
LNG를 운송하기 위해서는 영하 163도의 극저온 상태로 액화시켜 밀폐된 탱크에 저장해야 한다. 멤브레인(저장탱크 내벽)은 LNG가 액화와 기화되면서 수축과 팽창을 반복할 때 용접 부위가 터지지 않도록 정밀한 디자인으로 설계된다. 이 때문에 가스공사와 조선사, 중소협력업체까지 나서 2년여에 걸쳐 기술 개발에 성공했고 처음으로 이를 삼성중공업이 제작하는 선박에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멤브레인 설계는 가스공사 자회사인 KC, 제작은 국내 유일의 LNG 멤브레인 업체인 TMC가 맡았다.
◆지체상금에 발목 잡힌 기술 자립
하지만 LNG선 저장탱크를 제작하는 데 들어가는 멤브레인 양산이 예상보다 4~5개월 늦어지면서 선박 건조가 연쇄적으로 지연됐고, 납기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문제가 불거졌다. 멤브레인 기술을 구현하는 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린 것이다. 처음으로 자체 기술로 LNG탱크를 만들다 보니 설계 변경도 잦았다.
선박을 발주한 가스공사는 인도 지연의 책임을 물어 SK해운에 지체상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과 KC, 탱크제조업체 TMC까지 줄줄이 손해배상책임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삼성중공업이 물어야 할 보상금액만 230억원, KC와 TMC도 각각 70억원 물게 될 전망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멤브레인 관련 업체들이 문을 닫게 된다는 점이다. TMC는 자본금 10억원, 연매출 400억원대인 중소기업이다. KC 역시 모회사 가스공사의 지원이 없으면 파산이 불가피하다. 최원호 TMC 회장은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연구개발(R&D) 인력이 200명 추가로 투입됐고 비용도 예상보다 두 배 이상 들었다”며 “양산이 4~5개월 늦었다고 지체상금을 물리면 회사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4500억원짜리 선박도 무용지물 위기
TMC가 문을 닫으면 삼성중공업에도 큰 타격이다. 2015년 4500억원에 수주한 2척의 LNG선이 사실상 고철 덩어리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90% 이상 건조가 완료된 이 선박들은 TMC에 맞게 설계돼 수입산 멤브레인으로 대체할 수도 없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TMC는 국내 유일 LNG 멤브레인 제작사로 문을 닫으면 납품을 대체할 기업이 없다”며 “향후 10년간 약 2조원에 달하는 로열티를 아낄 기회가 날아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중공업과 KC, TMC 등은 산업통상자원부와 가스공사 측에 지체보상금 부과를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심정적으로는 억울하겠지만 내부 규정상 지체상금을 면제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GTT도 새 멤브레인 개발에 4년 이상 걸렸는데 한국이 2년밖에 안 걸렸는데도 4~5개월 지연됐다고 지체상금을 부과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구태완 부산대 융합학부 교수는 “10년도 더 걸릴 수 있는 기술 자립을 2년 만에 해낸 것”이라며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