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영화, 롱패딩 열풍 만든 '집단동조'
모바일 쇼핑을 하다 보면 하단에 화면이 하나 뜬다. ‘이 상품을 검색한 사람이 함께 본 상품’ ‘이 상품군 내 판매 순위 10위’ 등이다. 나이키 운동화를 검색하면 아디다스, 언더아머 등 다른 운동화가 하단에 죽 나열된다. 업체마다 표현은 다르지만 메시지는 한 가지다. “다른 사람이 샀으니 안심하고 사세요.”

이런 방식이 효과가 있을까. 실제로 큰 효과가 있었다. 한 이커머스 업체가 ‘남이 많이 본 상품’을 보여주고 얼마나 많이 클릭하는지 조사했다. 이 카테고리에 넣었을 때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클릭 수가 3.8배 많았다. ‘남이 본 상품을 사겠느냐’는 질문에는 32%가 ‘구매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이커머스 업체 관계자는 “소비자가 처음 검색해서 찾은 상품을 구매할 확률보다 남들이 보는 상품을 구매할 확률이 경험적으로 더 높다”고 말했다. 쇼핑할 때 자신의 의사보다 다수의 다른 사람 의견을 더 중요시한다는 얘기다.

심리학에선 이 같은 현상을 ‘집단 동조’란 용어로 설명한다. 다른 소비자의 구매 행태가 유용한 정보로 작용한다. 무의식적으로 이를 본 소비자가 집단의 압력을 느낀다는 설명도 가능하다. 1950년대 미국에서 한 유명한 실험이 있다. 6명의 사람에게 개를 보여준 뒤 ‘뭘 봤느냐’고 물었다. 먼저 대답하는 5명에게는 개를 고양이라고 얘기하도록 미리 짰다. 6번째 사람 중 개를 고양이라고 답한 사람이 세 명 중 한 명꼴로 나왔다. ‘분명히 개인데’라고 생각하면서도 고양이라고 답한 사람이 많았다. 이렇게 답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앞서 5명이 똑같이 답했기 때문에 자신이 틀렸을 수 있다고 생각했거나, 똑같이 답해야 안전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진화심리학 측면에서 무리에서 떨어지면 안전에 위협을 느낀 원시인의 뇌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는 학자도 있다.

집단 동조 현상은 한국에서 특히 강하게 나타난다. ‘국민 아이템’이라 불리는 롱패딩(벤치파카)이 그렇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운동부 학생이나 입던 롱패딩이 올겨울 가장 잘 팔리는 패션 상품이 됐다. 길거리에 나가면 다들 입고 다니고, 홈쇼핑 방송에 매일 나오니 버티기 쉽지 않은 게 사람의 심리다. 또 인구의 20%인 1000만 명이 보는 영화가 심심치 않게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대화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집단 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