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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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이 영국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 수주전에서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사업권을 따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 이후 두 번째 원전 수출이다. 해외에서 한국의 앞선 원전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국내에서 추진 중인 탈(脫)원전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전은 6일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자인 뉴제너레이션의 지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한전은 내년 상반기까지 지분 인수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은 영국 북서부에 2030년께까지 3.8GW의 원전 3기를 짓는 프로젝트다. 사업비가 21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사업이다.

뉴제너레이션은 일본 도시바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미국 원전 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을 본 도시바는 원전사업부문을 정리하기로 하고 뉴제너레이션 지분 매각을 추진해 왔다. 한전이 뉴제너레이션 지분 100%를 인수하는 데 드는 비용은 3000억원대로 추산된다.

'탈원전' 딛고… 한전, 영국 원전 따냈다
UAE 원전 사업은 건설비를 UAE가 지급하는 방식이었지만 무어사이드 사업은 건설 비용을 조달해 완공한 뒤 전기를 팔아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한전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무어사이드 원전에서 생산하는 전기를 얼마나 비싸게 받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이와 관련한 협상은 영국 정부와 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탈원전 정책이 계속된다면 해외 원전 건설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을 시작하기까지 5년은 걸릴 것”이라며 “그동안 국내에서 신규 원전을 짓지 않으면 관련 업체들이 도산하거나 업종을 변경해 기술력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