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남 서호전기 사장이 ‘신개념 자동항만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김승남 서호전기 사장이 ‘신개념 자동항만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항만자동화는 물류 허브를 선점하기 위한 핵심기술입니다. 유럽과 중동, 중국(상하이 칭다오 등)의 주요 항만은 생산성과 안전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앞다퉈 자동화컨테이너 터미널을 구축했습니다. 앞으로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더욱 앞선 기술로 항만자동화에 나서야 합니다.”

김승남 서호전기 사장은 지난 16일 ‘부산항 미래 비전 선포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부산신항 자동화 프로젝트를 보고했다. 김 사장은 “그동안 해양수산개발원(KMI), 터미널 운영시스템업체 TSB 등과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개발 과제를 바탕으로 항만자동화에 관해 설명했다”며 “앞으로 부산이 중국, 동남아, 일본 등과의 경쟁에서 앞서가려면 항만자동화 분야에서 외국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19일 말했다.

김승남 서호전기 사장 "항만 자동화는 물류허브 선점위한 핵심기술"
서호전기가 소개한 것은 좀 더 많은 자동화 크레인 및 자동운반장치 등을 통해 컨테이너 이송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이다. 게다가 트럭 대신 자동운반장치를 활용하면 안전성도 크게 높아진다.

김 사장은 “예컨대 X와 Y축으로 이동하는 크레인 대신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크레인(오버헤드셔틀)을 설치하면 비용이 20%가량 더 들지만 생산성은 40%나 높아진다”며 “항만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요즘엔 경제성이 있다면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유치하는 데 유리하고 이 시스템을 외국에 수출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오버헤드셔틀과 자동운반장치 등을 설치하면 부산신항의 생산성은 칭다오나 상하이보다 최대 40%가량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호전기는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는 거대한 크레인의 컨트롤러 등 자동화시스템을 제작하는 업체다. 글로벌 시장에서 스위스 ABB 등과 경쟁하고 있다. 서호전기는 싱가포르의 ‘파시르 판장’ 자동화 터미널 개발 계획의 일환으로 총 130대(10선석 분량)의 ‘자동화 야드 크레인(ARMG: automatic rail mounted gantry crane)’을 수주해 이를 구축한 경험도 있다.

김 사장은 “싱가포르건은 단일 프로젝트로 세계 최대 규모”라며 “2015년 초부터 시작해 작년 12월 중순 완공했는데 원래 납기보다 3개월 정도 앞당겼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프로젝트를 포함해 서호전기가 크레인 시스템을 공급한 곳은 파나마 멕시코 대만 인도 등 20여 개국에 달한다.

김 사장은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UNSW)와 동 대학원에서 자동제어를 전공한 뒤 알스톰에서 12년간 근무했다. 이후 서호전기로 옮겨 20년째 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서호전기는 작년 매출 446억원에 영업이익 129억원을 기록했다. 2002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창업자는 서울대 전기공학과 출신인 이상호 회장(71)이다. 이 회장은 전동기 속도제어 장비인 인버터 사업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