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전 결혼했습니다. 쉽게 봤던 결혼 준비, 만만치 않더군요. 바쁘다는 핑계로 신혼집에 가구도 채우지 못한 채 신혼여행을 떠났습니다.

얼마간은 텅 빈 듯한 집에서 살았습니다. 아무 가구나 사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지요. 퇴근 후 근사하게 꾸민 집에서 쉬면서 하루의 피로를 풀고 싶었습니다. 궁금증도 많았습니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예쁜 가구들은 어디 가면 살 수 있는지, 7~8년 써도 괜찮을 정도로 튼튼한지, 유해 물질은 없는지 등. 결국 많은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한 채 적당히 사고 말았습니다. 매트리스 없는 침실, 소파 없는 거실에서 오래 생활할 수는 없었습니다.

템퍼 오리지널(메모리폼)
템퍼 오리지널(메모리폼)
‘가구 읽기’는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을 가구를 사기 전에 알았더라면…’하는 아쉬움에서 시작됐습니다. 가구를 잘 고르는 법, 잘 쓰는 법, 잘 보관하는 법을 풀어나갈 예정입니다. 첫 번째는 가장 고르기 어려웠던 매트리스 이야기입니다.

침대를 선택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매트리스의 경도(단단한 정도)입니다. 매트리스 안에 수십 개의 스프링이 들어있는 제품은 누웠을 때 단단한 지지력이 느껴지고, 메모리폼으로 제조된 제품은 푹신합니다.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혼수 매트리스 리스트’로 불리는 브랜드 중 대표적인 스프링 매트리스는 시몬스, 메모리폼 매트리스는 미국 브랜드 템퍼입니다. 이 둘의 장단점은 명확합니다. 스프링의 탄성은 잠결에 몸을 뒤척일 때 움직임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대신 오래 사용하면 소음이 있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죠. 이에 비해 폴리우레탄으로 만든 메모리폼 매트리스는 지지력이 낮은 대신 온몸을 부드럽게 감싸준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누웠을 때 빈 공간을 메모리폼이 채워주기 때문에 바닥에 누웠을 때 느낄 수 있는 결림 현상이 전혀 없습니다. 물론 몸에 밀착되기 때문에 여름에는 덥습니다.

침대는 푹신할수록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체형을 고려해 경도를 선택해야 합니다. 허리를 곧게 펴고 측면을 바라봤을 때 허리부터 엉덩이까지 이어지는 부분의 굴곡이 큰 경우에는 부드러운 제품이 좋습니다. 굴곡 때문에 생기는 빈틈을 매트리스가 메워주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신체 굴곡이 적은 편이라면 조금 더 단단한 매트리스가 낫습니다. 마른 사람일수록 부드러운 매트리스를 쓰는 게 좋습니다. 지방이 적을수록 단단한 바닥에 누웠을 때 압력을 더 많이 받기 때문입니다. 침대를 같이 쓰는 부부 중 옆 사람의 뒤척임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면 반동이 덜 전달되는 메모리폼 매트리스나 포켓 스프링 매트리스(스프링끼리 이어져 있지 않은 매트리스) 제품을 고르는 게 낫습니다.

로얄에이스 400(스프링 매트리스)
로얄에이스 400(스프링 매트리스)
전문가들은 하지만 너무 물렁한 매트리스는 피해야 한다고 한결같이 말합니다. 박진규 부평힘찬병원 원장은 “침대가 너무 푹신하면 허리가 필요 이상으로 구부러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적당히 탄탄하고 탄력감이 있는 매트리스에서 자는 게 척추 건강에 좋다는 거죠.

그런데 ‘매알못(매트리스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적당한 단단함’과 ‘적당한 탄력감’처럼 어려운 말이 있을까요. 그래서 업계 관계자들도 “자신이 평소 잠을 자는 자세로 직접 누워보고 고르는 게 제일 확실하다”고 조언합니다.

[심성미 기자의 가구 읽기] 좋은 매트리스 고르는 법
명심해야 할 건 1~2분가량 짧게 누워보고 사면 안 된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평소 수면을 취하는 자세로 최소 30분, 여건이 허락된다면 짧은 낮잠을 자본 뒤 제일 편안한 매트리스를 고르라고 조언합니다.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