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자 심야시간에 영업을 포기하는 편의점이 늘고 있다. 서울 중구의 한 편의점 점주가 새벽 1~6시 문을 열지 않는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자 심야시간에 영업을 포기하는 편의점이 늘고 있다. 서울 중구의 한 편의점 점주가 새벽 1~6시 문을 열지 않는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편의점 CU를 운영 중인 BGF리테일 본사에는 요즘 심야시간 영업 관련 문의가 부쩍 늘었다. 심야에 문을 닫아도 되는지, 닫는다면 계약 조건을 바꿔야 하는지 등을 묻는 게 주된 내용이다. 주로 5년 단위로 계약하는 편의점 가맹점주는 최초 계약 때 선택한 영업시간을 준수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지하철이나 건물 전체가 문을 닫는 특수 매장을 제외하면 CU 매장 대부분은 24시간 영업한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24시간 영업은 고객과 회사의 약속이기 때문에 최대한 이를 유지하도록 노력 중”이라며 “최저임금 상승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24시간 운영하는 점주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심야에 문 닫는 점포 비율 20% 육박

인건비 뛰자 24시 떼낸 편의점 "오래 문 열수록 적자…심야영업 포기"
국내에서 편의점이 4만 개를 넘을 정도로 ‘국민 유통채널’이 된 배경에는 24시간 영업이 있었다. 1989년 서울 방이동에 국내 1호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올림픽점이 생긴 뒤 30년간 편의점은 브랜드, 판매 상품, 매장 인테리어 등에서 큰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24시간 영업만큼은 유지했다. 편의점 본사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24시간 영업만큼은 지키려고 노력했다. 24시간 영업 기조가 깨지면 슈퍼와 대형마트 등 다른 업태에 비해 우위에 서기 힘들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24시간 영업을 고수하기 쉽지 않다. 점주 상당수가 이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CU에선 전체 매장 중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는 곳의 비율이 작년 말 기준 19%까지 올라갔다. 2016년 10%대 초반에서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GS25(13.6%), 세븐일레븐(17.6%) 등도 10%를 훌쩍 넘겼다.

점주들은 “최저임금 상승으로 밤늦게까지 영업하면 남는 게 없다”고 주장한다. 오후 6시 퇴근 시간 이후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가는 오피스 상권에 있는 편의점이 특히 그렇다. 경기 판교테크노밸리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한 점주는 “2017년 310만원이던 아르바이트 두 명의 인건비가 올해는 480만원으로 170만원이나 뛰었는데 매출, 본사 지원금 등은 큰 차이가 없다”며 “매출이 주간의 30% 수준에 불과한 심야시간만이라도 문을 닫으면 인건비 절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은 2017년 6470원에서 올해 8350원으로 29% 뛰었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장은 “상권 특성에 따라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4시간 영업 강요하면 정부 단속

24시간 편의점이 줄어들고 있는 데는 정부의 단속 영향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작년부터 심야시간(밤 12시부터 오전 6시)에 직전 3개월간 적자를 본 매장에 대해선 문을 닫아도 되도록 했다. 기존 6개월이던 것을 3개월로 단축했다. 위반하면 편의점 본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매긴다. 작년 말 편의점 본사들이 내놓은 자율규약에도 이 내용이 들어갔다.

편의점 가맹점주 단체는 이 조항을 활용해 본사에 보다 많은 보조금을 요구하고 있다. 24시간 문을 여는 매장에 전기요금과 신선식품 폐기 지원 등을 기존보다 더 늘려달라고 하는 것이다. 편의점 본사들은 “지금도 최대한 지원하고 있어 더 지원하면 본사도 적자”라고 맞선다. 작년 400억원 이상을 ‘상생 기금’으로 내놓은 BGF리테일은 2017년 4.3%였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3% 안팎까지 떨어졌다. 사정이 이렇자 점주들은 “기존 24시간 영업 혜택은 유지하고 영업시간만이라도 탄력적으로 가자”는 타협안을 내놓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트렌드가 된 영향도 있다. “매출을 더 올릴 기회가 있더라도 밤에는 쉬고 싶다”는 점주가 늘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심야시간에 아르바이트 직원이 일을 하더라도 점주가 수시로 전화를 받아야 하고,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매장에 나가야 한다”며 “수익을 조금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적게 일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