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뛰자 24시 떼낸 편의점 "오래 문 열수록 적자…심야영업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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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 편의점이 사라진다
'편의점 = 24시간' 공식 깨져
"인건비·임차료 등 비용 오른데다
밤 10시만 넘어도 손님 뜸해 매출 뚝…알바비 주기도 힘들어"
이마트24 작년 신규매장 10%만 심야영업 선택…올핸 거의 없어
본사선 24시간 영업 유지하려 로열티 깎고 지원 확대 '안간힘'
'편의점 = 24시간' 공식 깨져
"인건비·임차료 등 비용 오른데다
밤 10시만 넘어도 손님 뜸해 매출 뚝…알바비 주기도 힘들어"
이마트24 작년 신규매장 10%만 심야영업 선택…올핸 거의 없어
본사선 24시간 영업 유지하려 로열티 깎고 지원 확대 '안간힘'
편의점 CU를 운영 중인 BGF리테일 본사에는 요즘 심야시간 영업 관련 문의가 부쩍 늘었다. 심야에 문을 닫아도 되는지, 닫는다면 계약 조건을 바꿔야 하는지 등을 묻는 게 주된 내용이다. 주로 5년 단위로 계약하는 편의점 가맹점주는 최초 계약 때 선택한 영업시간을 준수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지하철이나 건물 전체가 문을 닫는 특수 매장을 제외하면 CU 매장 대부분은 24시간 영업한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24시간 영업은 고객과 회사의 약속이기 때문에 최대한 이를 유지하도록 노력 중”이라며 “최저임금 상승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24시간 운영하는 점주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심야에 문 닫는 점포 비율 20% 육박
국내에서 편의점이 4만 개를 넘을 정도로 ‘국민 유통채널’이 된 배경에는 24시간 영업이 있었다. 1989년 서울 방이동에 국내 1호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올림픽점이 생긴 뒤 30년간 편의점은 브랜드, 판매 상품, 매장 인테리어 등에서 큰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24시간 영업만큼은 유지했다. 편의점 본사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24시간 영업만큼은 지키려고 노력했다. 24시간 영업 기조가 깨지면 슈퍼와 대형마트 등 다른 업태에 비해 우위에 서기 힘들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24시간 영업을 고수하기 쉽지 않다. 점주 상당수가 이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CU에선 전체 매장 중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는 곳의 비율이 작년 말 기준 19%까지 올라갔다. 2016년 10%대 초반에서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GS25(13.6%), 세븐일레븐(17.6%) 등도 10%를 훌쩍 넘겼다.
점주들은 “최저임금 상승으로 밤늦게까지 영업하면 남는 게 없다”고 주장한다. 오후 6시 퇴근 시간 이후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가는 오피스 상권에 있는 편의점이 특히 그렇다. 경기 판교테크노밸리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한 점주는 “2017년 310만원이던 아르바이트 두 명의 인건비가 올해는 480만원으로 170만원이나 뛰었는데 매출, 본사 지원금 등은 큰 차이가 없다”며 “매출이 주간의 30% 수준에 불과한 심야시간만이라도 문을 닫으면 인건비 절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은 2017년 6470원에서 올해 8350원으로 29% 뛰었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장은 “상권 특성에 따라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4시간 영업 강요하면 정부 단속
24시간 편의점이 줄어들고 있는 데는 정부의 단속 영향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작년부터 심야시간(밤 12시부터 오전 6시)에 직전 3개월간 적자를 본 매장에 대해선 문을 닫아도 되도록 했다. 기존 6개월이던 것을 3개월로 단축했다. 위반하면 편의점 본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매긴다. 작년 말 편의점 본사들이 내놓은 자율규약에도 이 내용이 들어갔다.
편의점 가맹점주 단체는 이 조항을 활용해 본사에 보다 많은 보조금을 요구하고 있다. 24시간 문을 여는 매장에 전기요금과 신선식품 폐기 지원 등을 기존보다 더 늘려달라고 하는 것이다. 편의점 본사들은 “지금도 최대한 지원하고 있어 더 지원하면 본사도 적자”라고 맞선다. 작년 400억원 이상을 ‘상생 기금’으로 내놓은 BGF리테일은 2017년 4.3%였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3% 안팎까지 떨어졌다. 사정이 이렇자 점주들은 “기존 24시간 영업 혜택은 유지하고 영업시간만이라도 탄력적으로 가자”는 타협안을 내놓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트렌드가 된 영향도 있다. “매출을 더 올릴 기회가 있더라도 밤에는 쉬고 싶다”는 점주가 늘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심야시간에 아르바이트 직원이 일을 하더라도 점주가 수시로 전화를 받아야 하고,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매장에 나가야 한다”며 “수익을 조금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적게 일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24시간 영업은 고객과 회사의 약속이기 때문에 최대한 이를 유지하도록 노력 중”이라며 “최저임금 상승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24시간 운영하는 점주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심야에 문 닫는 점포 비율 20% 육박
국내에서 편의점이 4만 개를 넘을 정도로 ‘국민 유통채널’이 된 배경에는 24시간 영업이 있었다. 1989년 서울 방이동에 국내 1호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올림픽점이 생긴 뒤 30년간 편의점은 브랜드, 판매 상품, 매장 인테리어 등에서 큰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24시간 영업만큼은 유지했다. 편의점 본사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24시간 영업만큼은 지키려고 노력했다. 24시간 영업 기조가 깨지면 슈퍼와 대형마트 등 다른 업태에 비해 우위에 서기 힘들다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24시간 영업을 고수하기 쉽지 않다. 점주 상당수가 이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CU에선 전체 매장 중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는 곳의 비율이 작년 말 기준 19%까지 올라갔다. 2016년 10%대 초반에서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GS25(13.6%), 세븐일레븐(17.6%) 등도 10%를 훌쩍 넘겼다.
점주들은 “최저임금 상승으로 밤늦게까지 영업하면 남는 게 없다”고 주장한다. 오후 6시 퇴근 시간 이후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가는 오피스 상권에 있는 편의점이 특히 그렇다. 경기 판교테크노밸리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한 점주는 “2017년 310만원이던 아르바이트 두 명의 인건비가 올해는 480만원으로 170만원이나 뛰었는데 매출, 본사 지원금 등은 큰 차이가 없다”며 “매출이 주간의 30% 수준에 불과한 심야시간만이라도 문을 닫으면 인건비 절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은 2017년 6470원에서 올해 8350원으로 29% 뛰었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장은 “상권 특성에 따라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4시간 영업 강요하면 정부 단속
24시간 편의점이 줄어들고 있는 데는 정부의 단속 영향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작년부터 심야시간(밤 12시부터 오전 6시)에 직전 3개월간 적자를 본 매장에 대해선 문을 닫아도 되도록 했다. 기존 6개월이던 것을 3개월로 단축했다. 위반하면 편의점 본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매긴다. 작년 말 편의점 본사들이 내놓은 자율규약에도 이 내용이 들어갔다.
편의점 가맹점주 단체는 이 조항을 활용해 본사에 보다 많은 보조금을 요구하고 있다. 24시간 문을 여는 매장에 전기요금과 신선식품 폐기 지원 등을 기존보다 더 늘려달라고 하는 것이다. 편의점 본사들은 “지금도 최대한 지원하고 있어 더 지원하면 본사도 적자”라고 맞선다. 작년 400억원 이상을 ‘상생 기금’으로 내놓은 BGF리테일은 2017년 4.3%였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3% 안팎까지 떨어졌다. 사정이 이렇자 점주들은 “기존 24시간 영업 혜택은 유지하고 영업시간만이라도 탄력적으로 가자”는 타협안을 내놓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트렌드가 된 영향도 있다. “매출을 더 올릴 기회가 있더라도 밤에는 쉬고 싶다”는 점주가 늘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심야시간에 아르바이트 직원이 일을 하더라도 점주가 수시로 전화를 받아야 하고,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매장에 나가야 한다”며 “수익을 조금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적게 일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