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를 개선하기 위해 조속한 법 개정을 국회에 촉구하고 나섰다. 후보자들이 현행 선거제도하에서는 자신을 알리기가 어려워 ‘깜깜이 선거’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위법의 유혹에 빠진 후보자들이 잇따라 적발되는 등 선거는 벌써부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4일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와 관련된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 개정안을 조기에 처리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도 지난해 말부터 행안위에 위탁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요청하고 있다.
농·수협조합장 '깜깜이 선거'…정부 "법 개정 절실"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는 농협·수협·산림조합 등 전국 1300여 개 상호금융조합의 조합장을 뽑는 선거다. 과거에는 조합별로 조합장의 임기가 돌아올 때마다 선거를 치렀으나,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이유로 국회가 농업협동조합법 등을 개정해 2015년부터 전국동시선거로 바뀌었다. 4년 임기가 끝나는 올해 3월 13일 두 번째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가 열린다.

조합장 선거는 위탁선거법에 따라 공직선거보다 선거운동이 제한된다. 후보자 본인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고, 운동 기간도 14일밖에 되지 않는다. 선거운동은 공보, 벽보, 어깨띠, 전화, 인터넷 등 법에 규정된 방법으로만 허용된다. 후보자 연설회 및 공개토론회는 금지돼 있고, 인터넷도 해당 조합 홈페이지를 이용한 선거운동만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조합장 선거는 시행 당시부터 ‘깜깜이 선거’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평소 자신을 알릴 기회가 없는 신인들에게 불리한 제도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때문에 후보자들이 법을 어겨서라도 선거운동을 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으로 조합장 선거 관련 부정행위로 인한 검찰 고발은 7건, 수사 의뢰는 1건, 경고 등은 31건으로 집계됐다.

국회에는 조합장 선거제도를 바꾸기 위한 위탁선거법 개정안이 다수 올라와 있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 선거운동을 허용하고, 선거 60일 전에 정책발표를 할 수 있는 예비후보자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8월 후보자 배우자의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개정안을, 주승용 바른미래당 의원은 2017년 8월 위탁단체가 정책토론회를 열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내놨다.

그러나 관련 개정안들은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해 여전히 계류돼 있다. 농식품부는 선거일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개정안들이 조속히 처리되도록 국회를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위탁선거법이 개정되면 선거 중 혼란을 초래하지 않도록 신중히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