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좌석제로 근무환경 변화에 나서는 기업…일하는 방식 혁신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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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5시. 서울 종로 그랑서울 SK 사무실에서 ‘피맥(피자·맥주)파티’가 열렸다. 대상은 SK E&S,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등 그랑서울 빌딩 입주사 임직원이었다. 스마트오피스에서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만나는 직원들끼리 서로 얼굴을 익히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SK E&S 관계자는 “새로운 공간 안에서 일하면서 다른 조직원과의 소통 기회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오피스와 공유좌석제가 기업들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스마트오피스의 핵심은 첨단 정보기술(IT)과 공유좌석제다. 공유좌석제를 활용하면 어느 자리에서나 자유롭게 앉아 일할 수 있다. 회사별, 층별, 부서별로 나뉘어 있던 칸막이 문화를 혁신해 업무 효율성과 자율성을 극대화하자는 게 스마트오피스의 핵심이다. 계열사를 많이 거느린 대기업일수록 공유좌석제가 상호 협력의 기회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첨단 기술을 적용한 화상 회의, 종이 없는 ‘페이퍼리스’ 회의도 활발해진 것이 최근 기업들의 변화상이다.
◆일하는 방식 바꾸는 스마트오피스
14일 재계에 따르면 스마트오피스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SK그룹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신년회에서 “근무시간의 80% 이상을 칸막이 안에서 일하면 새로운 시도나 비즈니스 모델 변화는 가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우연히라도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동료를 만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라는 것이 최 회장의 주문이다.
SK그룹 본사인 서울 종로 SK서린빌딩은 지난해 전면 리모델링에 돌입하면서 각 층 사무실에 공유좌석을 설치하기로 했다. 층별 공사가 진행되면서 SK E&S,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등 3개 회사는 사옥 맞은편 그랑서울 빌딩에 마련된 스마트오피스로 일터를 옮겼다. 직원들은 아침마다 전용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예약한다.
약 6개월 동안 스마트오피스와 공유좌석제를 경험한 직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다른 계열사에서 비슷한 업무를 하는 직원과 수요 예측, 시스템 개발 등 다양한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국제 업무나 법무 담당 직원들을 위해선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효율성과 보안성을 높였다. SKC도 지난 11일 서울 중학동 본사를 스마트오피스로 리모델링했다. SKC 관계자는 “처음에는 예약한 내 자리나 동료 위치를 찾는 게 어려웠지만 생각보다 빨리 적응했다”며 “평소에 인사만 하고 지내던 타 부서 사람들과 교류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호평했다.
다른 기업들도 스마트오피스의 장점을 인식하고 변화를 꾀하고 있다. LG전자도 최근 서울 양재동 서초 연구개발(R&D) 캠퍼스 내 2개 층을 공유 사무실로 바꿨다. 이곳엔 디자인경영센터 직원들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적인 기업문화가 강했던 현대자동차그룹도 ‘스마트오피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최근 일부 부서에서 공유좌석제를 시범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한 종합서비스회사인 한화에스테이트는 지난해 2월부터 공유좌석제를 도입했다. 김광성 한화에스테이트 대표는 “환경이 바뀌면 생각과 행동이 바뀌고 이렇게 만들어진 습관은 문화로 발전한다”며 “소통과 협업 문화를 무기로 혁신을 이뤄나가는 것이 경쟁력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IT 기술로 스마트한 근무환경 조성
각 기업들은 최신 IT 기술을 사무실에 적용해 스마트오피스에서의 업무 효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동국제강은 2015년부터 스마트오피스를 도입했다. 동국제강 직원들은 아침 출근 때 안면 인식과 함께 일할 좌석이 무작위로 배정된다. SKC는 좌석을 지정하면 이름, 소속, 근무 위치가 표시된 전자명패를 지급받는다. 전자 명패를 두면 같은 공간에 어느 부서 직원이 앉았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공유좌석뿐만 아니라 초고속인터넷, 클라우드 등 정보기술(IT) 환경이 대폭 강화된 것도 특징이다. 고정석을 없애며 생긴 공간은 회의실로 만들어 원격 화상 회의를 지원한다. 종이 문서로 대면 보고를 하는 경우도 줄었다. 이에 따라 종이 사용량이 감소한 것도 스마트오피스의 장점이다. 그랑서울 빌딩 내 SK 스마트오피스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회의실에 전자칠판 시스템이 적용돼 있다”며 “실시간으로 필기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도 화상회의 효율을 높이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업무 효율 오를까 회의적 시각도 존재
스마트오피스가 각 기업 사이 유행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도입을 망설이고 있다. 업무 환경을 완전히 바꾼다고 해서 정말로 근무 효율이 높아지느냐는 회의감 때문이다. 국내 정유사에 근무하는 김모 과장(35)은 “회사 분위기가 보수적이어서 스마트오피스를 만들고 공유좌석제를 한다 하더라도 팀장이나 임원들이 특정 자리로 출근하라 지시할 것 같다”며 “자기 자리 없이 카페처럼 열린 공간에서 좁게 앉는 게 더 불편하다”고 말했다.
스마트오피스를 도입한 기업도 각종 문제를 보완해 나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좌석이 바뀔 때마다 직원 위치 확인이 어렵다는 의견을 받고 전자 명패와 위치 확인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여기에 소형 단말기를 서버에 접속해 가상 데스크탑 컴퓨터처럼 쓸 수 있는 VDI 시스템을 공유좌석제와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사무가구 전문기업 퍼시스는 “스마트오피스와 공유좌석제를 부분 도입한 한 기업은 업무 공간에 대한 만족도가 2.72점에서 3.53점(5점 만점)으로 증가했다”며 “일률적인 적용은 역효과를 부를 수 있어 일하는 형태나 직군에 따라 유연하게 활용하는 편이 좋다”고 설명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스마트오피스와 공유좌석제가 기업들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스마트오피스의 핵심은 첨단 정보기술(IT)과 공유좌석제다. 공유좌석제를 활용하면 어느 자리에서나 자유롭게 앉아 일할 수 있다. 회사별, 층별, 부서별로 나뉘어 있던 칸막이 문화를 혁신해 업무 효율성과 자율성을 극대화하자는 게 스마트오피스의 핵심이다. 계열사를 많이 거느린 대기업일수록 공유좌석제가 상호 협력의 기회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첨단 기술을 적용한 화상 회의, 종이 없는 ‘페이퍼리스’ 회의도 활발해진 것이 최근 기업들의 변화상이다.
◆일하는 방식 바꾸는 스마트오피스
14일 재계에 따르면 스마트오피스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SK그룹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신년회에서 “근무시간의 80% 이상을 칸막이 안에서 일하면 새로운 시도나 비즈니스 모델 변화는 가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우연히라도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동료를 만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라는 것이 최 회장의 주문이다.
SK그룹 본사인 서울 종로 SK서린빌딩은 지난해 전면 리모델링에 돌입하면서 각 층 사무실에 공유좌석을 설치하기로 했다. 층별 공사가 진행되면서 SK E&S,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 등 3개 회사는 사옥 맞은편 그랑서울 빌딩에 마련된 스마트오피스로 일터를 옮겼다. 직원들은 아침마다 전용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예약한다.
약 6개월 동안 스마트오피스와 공유좌석제를 경험한 직원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다른 계열사에서 비슷한 업무를 하는 직원과 수요 예측, 시스템 개발 등 다양한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국제 업무나 법무 담당 직원들을 위해선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효율성과 보안성을 높였다. SKC도 지난 11일 서울 중학동 본사를 스마트오피스로 리모델링했다. SKC 관계자는 “처음에는 예약한 내 자리나 동료 위치를 찾는 게 어려웠지만 생각보다 빨리 적응했다”며 “평소에 인사만 하고 지내던 타 부서 사람들과 교류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호평했다.
다른 기업들도 스마트오피스의 장점을 인식하고 변화를 꾀하고 있다. LG전자도 최근 서울 양재동 서초 연구개발(R&D) 캠퍼스 내 2개 층을 공유 사무실로 바꿨다. 이곳엔 디자인경영센터 직원들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적인 기업문화가 강했던 현대자동차그룹도 ‘스마트오피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최근 일부 부서에서 공유좌석제를 시범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한 종합서비스회사인 한화에스테이트는 지난해 2월부터 공유좌석제를 도입했다. 김광성 한화에스테이트 대표는 “환경이 바뀌면 생각과 행동이 바뀌고 이렇게 만들어진 습관은 문화로 발전한다”며 “소통과 협업 문화를 무기로 혁신을 이뤄나가는 것이 경쟁력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IT 기술로 스마트한 근무환경 조성
각 기업들은 최신 IT 기술을 사무실에 적용해 스마트오피스에서의 업무 효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동국제강은 2015년부터 스마트오피스를 도입했다. 동국제강 직원들은 아침 출근 때 안면 인식과 함께 일할 좌석이 무작위로 배정된다. SKC는 좌석을 지정하면 이름, 소속, 근무 위치가 표시된 전자명패를 지급받는다. 전자 명패를 두면 같은 공간에 어느 부서 직원이 앉았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공유좌석뿐만 아니라 초고속인터넷, 클라우드 등 정보기술(IT) 환경이 대폭 강화된 것도 특징이다. 고정석을 없애며 생긴 공간은 회의실로 만들어 원격 화상 회의를 지원한다. 종이 문서로 대면 보고를 하는 경우도 줄었다. 이에 따라 종이 사용량이 감소한 것도 스마트오피스의 장점이다. 그랑서울 빌딩 내 SK 스마트오피스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회의실에 전자칠판 시스템이 적용돼 있다”며 “실시간으로 필기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도 화상회의 효율을 높이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업무 효율 오를까 회의적 시각도 존재
스마트오피스가 각 기업 사이 유행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도입을 망설이고 있다. 업무 환경을 완전히 바꾼다고 해서 정말로 근무 효율이 높아지느냐는 회의감 때문이다. 국내 정유사에 근무하는 김모 과장(35)은 “회사 분위기가 보수적이어서 스마트오피스를 만들고 공유좌석제를 한다 하더라도 팀장이나 임원들이 특정 자리로 출근하라 지시할 것 같다”며 “자기 자리 없이 카페처럼 열린 공간에서 좁게 앉는 게 더 불편하다”고 말했다.
스마트오피스를 도입한 기업도 각종 문제를 보완해 나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좌석이 바뀔 때마다 직원 위치 확인이 어렵다는 의견을 받고 전자 명패와 위치 확인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여기에 소형 단말기를 서버에 접속해 가상 데스크탑 컴퓨터처럼 쓸 수 있는 VDI 시스템을 공유좌석제와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사무가구 전문기업 퍼시스는 “스마트오피스와 공유좌석제를 부분 도입한 한 기업은 업무 공간에 대한 만족도가 2.72점에서 3.53점(5점 만점)으로 증가했다”며 “일률적인 적용은 역효과를 부를 수 있어 일하는 형태나 직군에 따라 유연하게 활용하는 편이 좋다”고 설명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