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라면 아십니까…요괴라면 이어 이번엔 삼성전자 '갤럭시 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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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食문화 돌풍' 일으킨 옥토끼프로젝트 5인방
10년지기 5인방의 美食모험
유통구조 혁신…대기업서 러브콜
삼성전자·오뚜기 등서 협업요청 쇄도
10년지기 5인방의 美食모험
유통구조 혁신…대기업서 러브콜
삼성전자·오뚜기 등서 협업요청 쇄도
삼성전자가 ‘갤럭시 라면’을 이달 출시한다. 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라면 제품을 이달 내놓는다. 봉지라면인 갤럭시 라면은 파란색 라면 봉지에 외계인들이 갤럭시로 라면을 끓이는 만화 컷이 그려져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본격적으로 20~30대 밀레니얼 세대 소비층을 공략하기 위해 세운 마케팅 전략의 핵심 상품이다.
삼성전자가 라면 기획과 제조를 의뢰한 곳은 농심이나 오뚜기가 아니다. 옥토끼프로젝트다. 옥토끼프로젝트는 2017년 12월 ‘요괴라면’을 내놓으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대형마트나 편의점에 입점하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팔았는데 출시 한 달 만에 월 7만 개 이상씩 팔렸다. 대만 홍콩 등으로도 퍼져나갔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수출 의뢰가 쇄도한다. 옥토끼프로젝트는 라면회사가 아니다. 외식업, 패션, 유통, 디자인 등 각계 전문가가 모여 차린 ‘거대한 e커머스 실험실’이다. 삼성전자, 오뚜기 등 대기업들의 협업 요청이 끊임없이 몰리는 이유는 이들의 독창적인 기획력과 확장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거대한 e커머스 실험실’의 시작
요괴라면은 “1인당 라면 소비량 1위인 한국에 왜 독특한 라면이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10년 넘게 미식과 경영 스터디를 함께 즐기던 친구 5명이 모여 나눈 대화가 씨앗이 됐다. e커머스업체 네오스토어의 여인호 대표(49), 패션 브랜드 앤디앤뎁의 김석원 디자이너(50), 디자인회사 미드플래닝의 남이본 대표(49), 삼원가든 투뿔등심 등 외식업을 운영하는 SG다인힐의 박영식 대표(40), 주한 미국대사관 의전보좌관 출신인 박리안 옥토끼프로젝트 부사장(37) 등이 아이디어를 모으고 투자했다.
박리안 부사장은 “가공식품 중에서도 수십 년간 대기업, 기성 브랜드가 독점해온 라면에 집중하기로 하고 어른을 위한 해장라면을 내놓기로 했다”고 전했다. 여인호 대표가 총지휘를 하고 소문난 미식가인 김석원 디자이너와 남이본 대표는 각종 컬래버레이션과 제품 디자인 등에 관여했다. 외식업을 잘 아는 박영식 대표는 맛을 검증하고 유통하는 데 힘을 보탰다. 5명의 설립자가 모두 개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제품을 알리고, 캐릭터와 디자인 탄생 배경 등을 동영상과 만화 등으로 제작했다.
라면의 성공…편의점 ‘고잉메리’로 확장
옥토끼라는 프로젝트명에도 실험과 도전 정신을 담았다. 미국 케네디 대통령 시절 달나라로 우주선을 쏘아올린 뒤 매우 대담해 보이는 프로젝트를 ‘문샷 프로젝트’로 부른 데서 따왔다. 중국 소설 서유기에서 지구에 온 옥토끼가 요괴 짓을 하다가 용서를 받고 달나라로 돌아갔다는 일화도 더해졌다. 사람들을 매혹하자는 뜻을 담아 제품명은 ‘요괴라면’으로 정하고, 서울 이태원에 ‘요괴소굴’이라는 이름의 사무실을 냈다.
지난달에는 ‘고잉메리’라는 감성 편의점을 서울 종로에 냈다. 인근 직장인들이 몰려 아침부터 밤까지 긴 줄이 늘어선다. 옥토끼프로젝트는 첫 점포를 시작으로 연내 5개, 내년까지 2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고잉메리는 지난해 말 미국 사무소를 개설했고, 곧 뉴욕에 진출한다. 고잉메리에서는 아메리카노 커피를 900~1900원, 셰프가 끓여주는 요괴라면을 3900원, 오렌지 3개가 들어간 착즙주스를 2500원에 판다. 칵테일과 와인도 한 잔에 4900~5900원 사이다. 만두 스테이크, 샌드위치, 볶음밥 등 메뉴판의 40개 메뉴를 다 주문해도 20만원을 넘지 않는다. 박 부사장은 “싸도 싸구려가 아닌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트렌드’를 겨냥했다”며 “수익이 나지 않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말했다.
“10원짜리 50원에 파는 시대는 끝”
옥토끼프로젝트의 뿌리는 e커머스업체 네오스토어다. 네오스토어는 식품 제조사와 유통 채널 사이에서 도매, 물류관리, 마케팅 등을 연결하는 기획사 겸 대행사다. 여인호 대표가 2008년 설립했다. CJ제일제당, 하림, 오뚜기, 코카콜라 등이 주요 고객이다. 여 대표는 2015년 급성골수성 백혈병에 걸려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다음 단계의 유통을 고민했다. 그는 “오프라인은 죽고 온라인은 뜬다는 식이 아니라 첨단 기술과 기존 유통 체계가 결합하는 새로운 커머스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했다.
오뚜기 일동후디스 등 식품회사는 물론 삼성전자, 패션·화장품회사까지 옥토끼프로젝트에 협업 요청을 한다. 오뚜기는 옥토끼프로젝트의 ‘개념만두’와 ‘개념볶음밥’ 등을 제조한다. 업계는 옥토끼프로젝트의 성공을 유통구조의 혁신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보고 있다. e커머스 회사의 ‘고객사’가 순식간에 ‘경쟁사’이자 ‘제조공장’이 됐기 때문이다.
옥토끼프로젝트 측은 “장사의 목표는 이윤을 남기는 것이라는 오래된 질서가 이미 무너지고 있다”며 “장사는 인간의 행동양식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됐고, 요괴라면은 그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보라/이승우 기자 destinybr@hankyung.com
삼성전자가 라면 기획과 제조를 의뢰한 곳은 농심이나 오뚜기가 아니다. 옥토끼프로젝트다. 옥토끼프로젝트는 2017년 12월 ‘요괴라면’을 내놓으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대형마트나 편의점에 입점하지 않고 온라인으로만 팔았는데 출시 한 달 만에 월 7만 개 이상씩 팔렸다. 대만 홍콩 등으로도 퍼져나갔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수출 의뢰가 쇄도한다. 옥토끼프로젝트는 라면회사가 아니다. 외식업, 패션, 유통, 디자인 등 각계 전문가가 모여 차린 ‘거대한 e커머스 실험실’이다. 삼성전자, 오뚜기 등 대기업들의 협업 요청이 끊임없이 몰리는 이유는 이들의 독창적인 기획력과 확장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거대한 e커머스 실험실’의 시작
요괴라면은 “1인당 라면 소비량 1위인 한국에 왜 독특한 라면이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했다. 10년 넘게 미식과 경영 스터디를 함께 즐기던 친구 5명이 모여 나눈 대화가 씨앗이 됐다. e커머스업체 네오스토어의 여인호 대표(49), 패션 브랜드 앤디앤뎁의 김석원 디자이너(50), 디자인회사 미드플래닝의 남이본 대표(49), 삼원가든 투뿔등심 등 외식업을 운영하는 SG다인힐의 박영식 대표(40), 주한 미국대사관 의전보좌관 출신인 박리안 옥토끼프로젝트 부사장(37) 등이 아이디어를 모으고 투자했다.
박리안 부사장은 “가공식품 중에서도 수십 년간 대기업, 기성 브랜드가 독점해온 라면에 집중하기로 하고 어른을 위한 해장라면을 내놓기로 했다”고 전했다. 여인호 대표가 총지휘를 하고 소문난 미식가인 김석원 디자이너와 남이본 대표는 각종 컬래버레이션과 제품 디자인 등에 관여했다. 외식업을 잘 아는 박영식 대표는 맛을 검증하고 유통하는 데 힘을 보탰다. 5명의 설립자가 모두 개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제품을 알리고, 캐릭터와 디자인 탄생 배경 등을 동영상과 만화 등으로 제작했다.
라면의 성공…편의점 ‘고잉메리’로 확장
옥토끼라는 프로젝트명에도 실험과 도전 정신을 담았다. 미국 케네디 대통령 시절 달나라로 우주선을 쏘아올린 뒤 매우 대담해 보이는 프로젝트를 ‘문샷 프로젝트’로 부른 데서 따왔다. 중국 소설 서유기에서 지구에 온 옥토끼가 요괴 짓을 하다가 용서를 받고 달나라로 돌아갔다는 일화도 더해졌다. 사람들을 매혹하자는 뜻을 담아 제품명은 ‘요괴라면’으로 정하고, 서울 이태원에 ‘요괴소굴’이라는 이름의 사무실을 냈다.
지난달에는 ‘고잉메리’라는 감성 편의점을 서울 종로에 냈다. 인근 직장인들이 몰려 아침부터 밤까지 긴 줄이 늘어선다. 옥토끼프로젝트는 첫 점포를 시작으로 연내 5개, 내년까지 2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고잉메리는 지난해 말 미국 사무소를 개설했고, 곧 뉴욕에 진출한다. 고잉메리에서는 아메리카노 커피를 900~1900원, 셰프가 끓여주는 요괴라면을 3900원, 오렌지 3개가 들어간 착즙주스를 2500원에 판다. 칵테일과 와인도 한 잔에 4900~5900원 사이다. 만두 스테이크, 샌드위치, 볶음밥 등 메뉴판의 40개 메뉴를 다 주문해도 20만원을 넘지 않는다. 박 부사장은 “싸도 싸구려가 아닌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트렌드’를 겨냥했다”며 “수익이 나지 않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말했다.
“10원짜리 50원에 파는 시대는 끝”
옥토끼프로젝트의 뿌리는 e커머스업체 네오스토어다. 네오스토어는 식품 제조사와 유통 채널 사이에서 도매, 물류관리, 마케팅 등을 연결하는 기획사 겸 대행사다. 여인호 대표가 2008년 설립했다. CJ제일제당, 하림, 오뚜기, 코카콜라 등이 주요 고객이다. 여 대표는 2015년 급성골수성 백혈병에 걸려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다음 단계의 유통을 고민했다. 그는 “오프라인은 죽고 온라인은 뜬다는 식이 아니라 첨단 기술과 기존 유통 체계가 결합하는 새로운 커머스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했다.
오뚜기 일동후디스 등 식품회사는 물론 삼성전자, 패션·화장품회사까지 옥토끼프로젝트에 협업 요청을 한다. 오뚜기는 옥토끼프로젝트의 ‘개념만두’와 ‘개념볶음밥’ 등을 제조한다. 업계는 옥토끼프로젝트의 성공을 유통구조의 혁신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보고 있다. e커머스 회사의 ‘고객사’가 순식간에 ‘경쟁사’이자 ‘제조공장’이 됐기 때문이다.
옥토끼프로젝트 측은 “장사의 목표는 이윤을 남기는 것이라는 오래된 질서가 이미 무너지고 있다”며 “장사는 인간의 행동양식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됐고, 요괴라면은 그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보라/이승우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