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금융≠은행'…결제, 자산관리, 투자도 카카오·삼성페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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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서 테크핀으로…주도권이 바뀐다
오프라인 결제시장 뒤흔들다
IT업체 주도 '테크핀' 확산
오프라인 결제시장 뒤흔들다
IT업체 주도 '테크핀' 확산
>> 테크핀과 핀테크
techfin.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고안한 신조어. 기술(technology)과 금융(financial)의 합성어로 IT 업체가 주도하는 금융혁신을 일컫는다. 금융에 IT를 접목하는 핀테크(fintech)에서 한걸음 더 나간 개념이다.
“요즘은 모든 금융계를 통틀어 카카오페이가 가장 무섭습니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를 ‘공포’라고 했다. “견고하던 금융업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보기술(IT) 업체가 금융의 판을 뒤흔들고 있다는 위기감이다.
카카오페이가 오프라인 결제시장 진출 1년 만에 체크카드 100만 장 발급 기록을 세운 것은 금융계에서 ‘변곡점’으로 꼽힌다. 카카오페이를 앞세운 핀테크 업체들의 영토 확장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만든 금융결제 플랫폼 ‘삼성페이’의 누적 결제 건수도 지난해 8월 13억 건을 넘어섰다. 2015년 출시 후 3년 만이다.
이대로면 ‘핀테크’ 대신 ‘테크핀’이라는 용어가 일상적으로 쓰일 날도 머지않았다는 게 금융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용어 순서가 뒤바뀐 것처럼 금융시장 주도권도 은행, 카드사 등 기존 금융사에서 IT업체로 넘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플랫폼 무기로 존재감 키워
카카오페이를 비롯한 IT업체가 금융시장에 진출한 것은 2015년부터다. 네이버가 네이버페이를 선보였고 뒤이어 삼성전자와 NHN이 각각 삼성페이와 페이코를 내놨다. 카카오는 2017년 4월 자회사로 카카오페이를 설립하면서 간편결제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당시 IT업체의 활동 반경은 온라인 영역에 국한됐다. 전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지난해부터다. 카카오페이, 페이코 등이 일제히 오프라인 결제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1월 체크카드를 출시한 데 이어 5월부터는 오프라인 QR코드 결제 사업을 시작했다. 페이코는 작년 8월 삼성전자와 제휴를 맺고 페이코 앱(응용프로그램)에 삼성페이 결제기능을 탑재했다.
테크핀 업체 중에서는 카카오페이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국민 메신저’로 통하는 카카오톡이란 플랫폼을 활용해 빠르게 금융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사장은 “평소 이용하는 모바일 메신저에서 손쉽게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접근성과 편의성이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에서 지문을 인식하는 것만으로 2~3초 만에 온·오프라인 결제가 이뤄진다. 체크카드를 쓰면 사용 실적이 카카오톡 알림으로 실시간 무료 제공된다. 보통 은행은 매월 수수료 300원을 내야 문자 알림을 해준다.
체크카드 전면에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라이언’을 입혀 친숙한 이미지를 강조한 것도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무기다. 체크카드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20대인 이유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스마트폰 활용도가 높은 20~40대를 중심으로 이용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 가입자 수는 작년 말 2600만 명을 넘어섰다. “금융·IT 경계 조만간 사라질 것”
삼성페이는 스마트폰을 매개로 금융시장에 파고들었다. 스마트폰 앱에서 결제비밀번호를 누르고, 계산대 단말기에 갖다 대는 것만으로 결제가 이뤄진다. 기존 은행이나 카드사는 시도하지 않던 새로운 방식이다. 삼성페이 가입자 수는 지난해 3월 1000만 명을 돌파했다. 누적 결제금액은 18조원을 넘겼다.
삼성전자도 카카오페이처럼 간편결제 사업자로 등록하는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데이터 수집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 잔액 조회나 사용자 기록을 모두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페이 결제 빅데이터를 토대로 금융상품을 추천해 중개료로 수익을 올리는 형태의 신사업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카드 발급 라이선스가 있는 회사와 손잡고 ‘삼성페이 선불카드’를 출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테크핀의 진격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온라인에선 네이버페이(네이버)와 엘페이(롯데), 11페이(11번가) 등 각 유통업체의 간편결제 시스템이 자리를 잡고 있다. 자산관리 앱 뱅크샐러드, 모바일 간편송금 서비스 앱 토스 등은 주요 금융사와 제휴를 맺고 제공 서비스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카카오페이도 올해 선보인 투자서비스를 펀드, 국내외 주식, 채권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아이디어와 기술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금융계에 파고들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며 “테크핀 시대엔 기존 금융계와 IT업체 간 경계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은/고재연 기자 jeong@hankyung.com
techfin.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고안한 신조어. 기술(technology)과 금융(financial)의 합성어로 IT 업체가 주도하는 금융혁신을 일컫는다. 금융에 IT를 접목하는 핀테크(fintech)에서 한걸음 더 나간 개념이다.
“요즘은 모든 금융계를 통틀어 카카오페이가 가장 무섭습니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를 ‘공포’라고 했다. “견고하던 금융업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정보기술(IT) 업체가 금융의 판을 뒤흔들고 있다는 위기감이다.
카카오페이가 오프라인 결제시장 진출 1년 만에 체크카드 100만 장 발급 기록을 세운 것은 금융계에서 ‘변곡점’으로 꼽힌다. 카카오페이를 앞세운 핀테크 업체들의 영토 확장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만든 금융결제 플랫폼 ‘삼성페이’의 누적 결제 건수도 지난해 8월 13억 건을 넘어섰다. 2015년 출시 후 3년 만이다.
이대로면 ‘핀테크’ 대신 ‘테크핀’이라는 용어가 일상적으로 쓰일 날도 머지않았다는 게 금융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용어 순서가 뒤바뀐 것처럼 금융시장 주도권도 은행, 카드사 등 기존 금융사에서 IT업체로 넘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플랫폼 무기로 존재감 키워
카카오페이를 비롯한 IT업체가 금융시장에 진출한 것은 2015년부터다. 네이버가 네이버페이를 선보였고 뒤이어 삼성전자와 NHN이 각각 삼성페이와 페이코를 내놨다. 카카오는 2017년 4월 자회사로 카카오페이를 설립하면서 간편결제 서비스에 뛰어들었다. 당시 IT업체의 활동 반경은 온라인 영역에 국한됐다. 전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지난해부터다. 카카오페이, 페이코 등이 일제히 오프라인 결제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1월 체크카드를 출시한 데 이어 5월부터는 오프라인 QR코드 결제 사업을 시작했다. 페이코는 작년 8월 삼성전자와 제휴를 맺고 페이코 앱(응용프로그램)에 삼성페이 결제기능을 탑재했다.
테크핀 업체 중에서는 카카오페이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국민 메신저’로 통하는 카카오톡이란 플랫폼을 활용해 빠르게 금융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사장은 “평소 이용하는 모바일 메신저에서 손쉽게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접근성과 편의성이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에서 지문을 인식하는 것만으로 2~3초 만에 온·오프라인 결제가 이뤄진다. 체크카드를 쓰면 사용 실적이 카카오톡 알림으로 실시간 무료 제공된다. 보통 은행은 매월 수수료 300원을 내야 문자 알림을 해준다.
체크카드 전면에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라이언’을 입혀 친숙한 이미지를 강조한 것도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무기다. 체크카드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20대인 이유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스마트폰 활용도가 높은 20~40대를 중심으로 이용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 가입자 수는 작년 말 2600만 명을 넘어섰다. “금융·IT 경계 조만간 사라질 것”
삼성페이는 스마트폰을 매개로 금융시장에 파고들었다. 스마트폰 앱에서 결제비밀번호를 누르고, 계산대 단말기에 갖다 대는 것만으로 결제가 이뤄진다. 기존 은행이나 카드사는 시도하지 않던 새로운 방식이다. 삼성페이 가입자 수는 지난해 3월 1000만 명을 돌파했다. 누적 결제금액은 18조원을 넘겼다.
삼성전자도 카카오페이처럼 간편결제 사업자로 등록하는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데이터 수집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 잔액 조회나 사용자 기록을 모두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페이 결제 빅데이터를 토대로 금융상품을 추천해 중개료로 수익을 올리는 형태의 신사업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카드 발급 라이선스가 있는 회사와 손잡고 ‘삼성페이 선불카드’를 출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테크핀의 진격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온라인에선 네이버페이(네이버)와 엘페이(롯데), 11페이(11번가) 등 각 유통업체의 간편결제 시스템이 자리를 잡고 있다. 자산관리 앱 뱅크샐러드, 모바일 간편송금 서비스 앱 토스 등은 주요 금융사와 제휴를 맺고 제공 서비스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카카오페이도 올해 선보인 투자서비스를 펀드, 국내외 주식, 채권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아이디어와 기술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금융계에 파고들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며 “테크핀 시대엔 기존 금융계와 IT업체 간 경계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은/고재연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