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시장 공들이는 中기업
이번 행사에서는 ‘중국의 약진’이 돋보였다. 기조연설을 한 기업 네 곳 중 필립스를 뺀 세 곳이 중국 기업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하이얼이었다. 하이얼은 스스로를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라고 소개했다. 하이얼의 지역별 시장 점유율(순위)은 △중국 22.4%(1위) △아시아 22.3%(1위) △북미 19.9%(2위) △유럽 2.15%(9위)다.
하이얼은 다른 지역에 비해 점유율이 낮은 유럽을 공략하기 위해 인수합병(M&A)을 택했다. 단기간에 기술력과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다. 두둑한 실탄을 바탕으로 2016년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부문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 1월 후버 등의 브랜드로 익숙한 이탈리아 캔디그룹을 사들였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M&A로 하이얼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5.4%로, 유럽 시장 점유율은 5.9%로 높아졌다. 냉장고, 세탁기, 냉동고 판매량은 글로벌 1위로 올라섰다.
하이얼이 점유율을 높여가는 이유는 데이터를 축적해 ‘사물인터넷(IoT) 생태계’를 장악하기 위해서다. 얀닉 피어링 하이얼 유럽 최고경영자(CEO)는 “하이얼은 중국에만 6500만 명, 캔디그룹은 유럽에 400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들의 사용 패턴을 분석해 IoT 가전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oT 강자’로 꼽히는 캔디그룹은 축적된 데이터를 제품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자사 세탁기 이용자들의 65%가 ‘빠른 세탁 코스’로 세탁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9단계의 ‘빠른 세탁 코스’를 개발했다.
값싼 제품으로 글로벌 TV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중국 TCL은 내년까지 유럽에서 점유율 3위 안에 들겠다고 선언했다. 하이센스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공식 파트너가 돼 유럽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안달루시아=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