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략 제안해 보세요"…'디알못'은 은행 입사 꿈도 못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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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이해도 높아야 입사 유리
핀테크 기업과 경쟁하는 은행
"디지털 중심으로 사업구조 재편
기존인력도 흐름 못 따르면 도태"
핀테크 기업과 경쟁하는 은행
"디지털 중심으로 사업구조 재편
기존인력도 흐름 못 따르면 도태"
“은행에 디지털 전환이 필요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디지털 전략엔 어떤 차이가 있다고 봅니까.”
평소 디지털에 대한 연구나 고민 없이는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앞으로는 이런 질문에 대답할 준비가 돼 있지 않고는 은행에 취직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다수 은행이 디지털 이해도가 높은 인력을 원하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업체와 대기업에서 벌어지던 디지털 인력 확보 경쟁이 은행권에도 본격 확산되고 있다. ‘디알못(디지털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디지털 전환 뛰어든 은행들
은행들이 디지털 인력 확보에 본격 나선 것은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제대로 된 디지털 전환을 하려면 구성원 중에 디지털 역량을 갖춘 인력이 많아야 한다. 하지만 기존 은행 인력 대부분은 디알못에 가깝다. 한 시중은행장은 “지금부터라도 디지털 인력을 적극적으로 뽑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은행은 전 업권을 통틀어 ‘변화가 가장 늦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보수적이다. 기본 영업기반이 탄탄하기 때문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아도 먹고살 만하다. 대기업이 수년 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변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일 때도 은행권은 여유로웠다. 위기감이 생겨난 것은 2017년 모바일 플랫폼을 무기로 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등장하면서다. 은행 고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디지털을 활용해 금융 거래 편의성을 높이자 은행 이용자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며 “디지털 역량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은행 경쟁력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깨닫게 된 계기였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의 성공 사례에 힘입어 수많은 핀테크(금융기술)업체가 금융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정부도 핀테크 활성화 정책에 고삐를 죄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경쟁하던 은행들에 갑자기 많은 경쟁자가 생겨난 것이다. 올해 은행장들의 신년사에 디지털 전환 또는 디지털 경쟁력 강화가 공통적으로 담긴 이유다. “디지털 관심만 있어도 긍정적”
올 하반기부터는 디지털 이해도와 관심이 높으면 입행에 유리해진다. 디지털 업무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개인금융, 기업·자산관리 등 은행 업무 전반에서 디지털 역량은 우대받게 된다. 은행들은 기존 인력들에게 디지털 마인드를 심는 것보다 디지털을 아는 인력에게 은행 업무를 가르치는 게 효율적이라고 보고 있다.
디지털 인력에겐 수시 채용 기회도 많아진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디지털 인력을 수시로 뽑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2025년까지 디지털 인력 4000명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KEB하나은행은 내년까지 디지털 인력 1200명을 육성할 계획이다.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은 “직원 1만3000여 명 중 2000명가량은 코딩을 활용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당장 전문가 수준의 디지털 인력을 찾겠다는 건 아니다. 우선 디지털 관련 용어와 이슈 정도만 알고 있어도 긍정적으로 본다는 방침이다. 자기소개서에 디지털 관련 관심이나 경력을 쓰면 유리할 수 있다.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은 면접 때 디지털 전문가가 참여한다. 디지털 관련 질문 한두 개는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기존 인력도 디지털 공부해야
금융그룹 차원에서도 디지털 인력 확보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디지털 인력을 두고 대기업 등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판이기 때문이다. 통상 이공계 출신 디지털 인력의 대부분은 외국 기업, IT기업, 대기업 등을 선호한다. 유능한 디지털 인력을 은행 등 금융권이 확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김광수 농협금융그룹 회장은 “수준급 전문가가 아니어도 좋다”며 “디지털 역량을 쌓을 준비가 돼 있는 인력을 뽑아 그들의 디지털 전문성을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올 하반기 공채부터 농협은행 등 금융계열사 신입직원에게 한 달간 디지털 의무 교육을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입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기간을 기존 2개월에서 3개월로 늘리고, 1개월은 매일 8시간 동안 코딩 등 디지털 교육을 할 계획이다.
은행 내부에선 디지털 역량이 낮은 인력은 뒤처질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몇 년 뒤엔 디지털을 중심으로 은행권의 인력 구조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지방 점포엔 인터넷뱅킹도 할 줄 모르는 디알못이 상당수”라며 “디지털을 배우지 않으면 3~4년 뒤엔 승진에서 밀리는 등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평소 디지털에 대한 연구나 고민 없이는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앞으로는 이런 질문에 대답할 준비가 돼 있지 않고는 은행에 취직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다수 은행이 디지털 이해도가 높은 인력을 원하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업체와 대기업에서 벌어지던 디지털 인력 확보 경쟁이 은행권에도 본격 확산되고 있다. ‘디알못(디지털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디지털 전환 뛰어든 은행들
은행들이 디지털 인력 확보에 본격 나선 것은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제대로 된 디지털 전환을 하려면 구성원 중에 디지털 역량을 갖춘 인력이 많아야 한다. 하지만 기존 은행 인력 대부분은 디알못에 가깝다. 한 시중은행장은 “지금부터라도 디지털 인력을 적극적으로 뽑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은행은 전 업권을 통틀어 ‘변화가 가장 늦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보수적이다. 기본 영업기반이 탄탄하기 때문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아도 먹고살 만하다. 대기업이 수년 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변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일 때도 은행권은 여유로웠다. 위기감이 생겨난 것은 2017년 모바일 플랫폼을 무기로 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등장하면서다. 은행 고위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디지털을 활용해 금융 거래 편의성을 높이자 은행 이용자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며 “디지털 역량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은행 경쟁력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깨닫게 된 계기였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의 성공 사례에 힘입어 수많은 핀테크(금융기술)업체가 금융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정부도 핀테크 활성화 정책에 고삐를 죄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경쟁하던 은행들에 갑자기 많은 경쟁자가 생겨난 것이다. 올해 은행장들의 신년사에 디지털 전환 또는 디지털 경쟁력 강화가 공통적으로 담긴 이유다. “디지털 관심만 있어도 긍정적”
올 하반기부터는 디지털 이해도와 관심이 높으면 입행에 유리해진다. 디지털 업무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개인금융, 기업·자산관리 등 은행 업무 전반에서 디지털 역량은 우대받게 된다. 은행들은 기존 인력들에게 디지털 마인드를 심는 것보다 디지털을 아는 인력에게 은행 업무를 가르치는 게 효율적이라고 보고 있다.
디지털 인력에겐 수시 채용 기회도 많아진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디지털 인력을 수시로 뽑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2025년까지 디지털 인력 4000명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KEB하나은행은 내년까지 디지털 인력 1200명을 육성할 계획이다. 지성규 KEB하나은행장은 “직원 1만3000여 명 중 2000명가량은 코딩을 활용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당장 전문가 수준의 디지털 인력을 찾겠다는 건 아니다. 우선 디지털 관련 용어와 이슈 정도만 알고 있어도 긍정적으로 본다는 방침이다. 자기소개서에 디지털 관련 관심이나 경력을 쓰면 유리할 수 있다.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은 면접 때 디지털 전문가가 참여한다. 디지털 관련 질문 한두 개는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기존 인력도 디지털 공부해야
금융그룹 차원에서도 디지털 인력 확보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디지털 인력을 두고 대기업 등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판이기 때문이다. 통상 이공계 출신 디지털 인력의 대부분은 외국 기업, IT기업, 대기업 등을 선호한다. 유능한 디지털 인력을 은행 등 금융권이 확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김광수 농협금융그룹 회장은 “수준급 전문가가 아니어도 좋다”며 “디지털 역량을 쌓을 준비가 돼 있는 인력을 뽑아 그들의 디지털 전문성을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올 하반기 공채부터 농협은행 등 금융계열사 신입직원에게 한 달간 디지털 의무 교육을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입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기간을 기존 2개월에서 3개월로 늘리고, 1개월은 매일 8시간 동안 코딩 등 디지털 교육을 할 계획이다.
은행 내부에선 디지털 역량이 낮은 인력은 뒤처질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몇 년 뒤엔 디지털을 중심으로 은행권의 인력 구조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지방 점포엔 인터넷뱅킹도 할 줄 모르는 디알못이 상당수”라며 “디지털을 배우지 않으면 3~4년 뒤엔 승진에서 밀리는 등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