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규제와 기술 등의 획기적인 혁신 없이는 앞으로 10년간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7년과 지난해 성장률은 각각 3.1%, 2.7%였다. 단기적인 경기 부양을 노린 재정 확대 정책을 반복하면 생산성 향상은 못한 채 국가 재정에 부담만 준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KDI의 경고 "규제개혁·기술혁신 못하면 향후 10년 성장률 年 1%대로 추락할 것"
KDI는 16일 발표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성장률 둔화와 장기전망’ 보고서에서 “지금의 생산성 추세가 이어진다면 2020년대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1.7%에 머무를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2010년대에 연평균 3% 수준의 성장을 하고 있다. KDI 전망대로면 향후 10년은 성장률이 1%포인트 넘게 꺾여 완연한 저성장 국가가 되는 셈이다. 1.7%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전망한 2020년대 한국 성장률(2.2%)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암울한 전망의 주범은 생산성이었다. 연구를 수행한 권규호 KDI 연구위원은 취업자 수와 물적 자본 투입, 총요소생산성 등 세 가지 요소가 성장률에 기여한 정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총요소생산성의 기여율은 2000년대 1.6%포인트에서 2011~2018년 0.7%포인트로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요소생산성은 기술과 제도의 효율성, 교육 및 인적 자본 등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모은 지표다. 같은 기간 취업자 수의 기여도는 0.8%포인트로 같았다. 물적 자본 기여도는 1.9%포인트에서 1.4%포인트로 낮아졌다. 권 연구위원은 “물적 자본 기여도 하락도 투자 부진이라기보다 총요소생산성 둔화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며 “한국 제조업이 생산성 증가세가 낮고 대외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해 국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즉 2010년대 성장률 둔화의 가장 큰 원인은 생산성이 정체된 데 있고 이런 추세가 계속되는 한 2020년대엔 성장률의 1%대 추락이 불가피하다는 게 연구의 결론이다.

한국은 2016년 기준 금융·노동·기업활동 규제 환경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28위에 그쳤다. OECD와 캐나다의 싱크탱크 프레이저연구소가 총요소생산성을 결정하는 주요 지표를 나라별로 분석한 결과다. 2010년 26위에서 더 나빠졌다. 특히 해고 비용, 고용 규제와 최저임금 수준 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국제무역자유도(29위), 법제 및 재산권 보호(24위), 노동생산성(19위)도 중하위권이다.

보고서는 다만 “경제 전반의 혁신으로 생산성 증가세가 확대되면 2020년대 2% 초중반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20년대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0.7%포인트에서 1.2%포인트로 개선되면 성장률이 2.4%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단기적인 경기 부양에 치우친 재정 정책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 연구위원은 “한국의 성장률 둔화는 낮은 생산성, 빠른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이 크다”며 “이런 상황에서 단기적인 경기 부양을 목표로 확장 재정 정책을 반복하면 중장기적으로 국가 재정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장률 또는 경제 지표가 오르고 내리는 것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긴 안목을 갖고 혁신에 속도를 내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총요소생산성

노동·자본 등 단일 요소 외에 기술, 경영혁신, 노사관계, 법제도 등을 복합적으로 반영해 산출된 생산성 지표다. 기술혁신, 자원배분 등 노동과 자본 이외의 부문이 얼마나 생산에 기여했는지를 보여주는 효율성 지표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