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와 작년 통계 표본이 완전히 달라졌는데 어떻게 단순 비교하나. 통계청이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서 저소득층 소득이 급감했다는 결과가 나오자 당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한 말이다. 저소득층 소득 감소 결과는 표본 변화 탓이고 통계청 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얘기였다. 가계동향조사 표본은 2017년 5500가구에서 작년 8000가구로 늘었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단순히 표본이 늘어난다고 통계 정확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신뢰할 수 없는 통계라면 발표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표본 오류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결국엔 황수경 통계청장의 ‘경질’로 이어졌다.

하지만 23일 발표된 올해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도 하위 20% 저소득층의 소득이 1년 전보다 2.5% 감소했다는 결과가 도출되면서 과거 여당의 주장이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와 작년의 통계 표본에는 변동이 없었다. 저소득층 소득 악화가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진 것이다. 여당은 이날 통계 결과에 관해서는 침묵했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정치적인 이유로 통계의 신뢰도를 흔든 데 대한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가계소득 추이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이 너무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4년 만에 소득격차가 완화됐다”는 내용을 앞세웠다.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을 비교한 ‘5분위 배율’이 올 1분기 5.80배로, 2015년 이후 처음 개선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 1분기 5분위 배율은 역대 최악인 작년 동기(5.95배)에 비해서는 개선됐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10년(5.82배) 후 가장 나쁜 수치다.

저소득층 소득이 늘어난 것도 아니다. 하위 20%의 소득은 2.5% 줄었다. 다만 상위 20% 소득(-2.2%)도 동반 감소한 덕분에 5분위 배율이 감소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전 통계청장)는 “전체 가구 소득이 하향 평준화된 것인데 이를 두고 소득 배분 개선이라고 표현하는 건 무리”라며 “처분가능소득이 10년 만에 감소한 것은 언급도 하지 않는 등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