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술은 사람을 연결하고 마음을 치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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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왕 건배주 '백년의 고독' 만든
구로키혼텐의 양조철학
한국 찾은 구로키 신사쿠 사장
구로키혼텐의 양조철학
한국 찾은 구로키 신사쿠 사장
일왕이 된 나루히토는 왕세자 시절 인터뷰에서 저녁 식사 때 반주로 어떤 술을 즐기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루히토는 “미야자키현에서 온 ‘백년의 고독’을 즐긴다”고 답했다. 이후 백년의 고독은 ‘왕세자의 술’로 불리며 인기가 높아졌다.
이 술을 빚는 곳은 일본 남쪽 끝 미야자키현 고유의 134년 된 양조장 ‘구로키혼텐’이다. 메이지 시대부터 이어온 전통 방식과 양조시설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3일 한국을 찾은 구로키 신사쿠 구로키혼텐 5대 사장(31·사진)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대표 소주인 ‘백년의 고독’을 들고 “4대 사장이던 아버지가 1985년 구로키혼텐의 100년을 기념해 오크통에서 숙성한 증류 소주 ‘백년의 고독’을 처음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백년의 고독은 보리와 보리 누룩으로 만드는 보리소주다.
이 소주의 이름은 동명 소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노벨문학상 수상작 《백년의 고독》의 이름을 따랐다. 그는 “소설 《백년의 고독》이 일본에 번역 출간된 해와 구로키혼텐의 창립 100주년이 같았다”고 했다. 또 “소설 내용이 가문의 100년사를 다루고 있어, 우리 가문의 이야기와 닮았다”면서 “술이 오크통 속에서 홀로 갇혀 숙성되는 시간이 고독하게 느껴진다는 중의적 의미도 담겨 있다”고 했다. 구로키혼텐은 11종의 소주를 만든다. 그는 “1885년 시작 당시부터 3대 사장인 할아버지 때까지 작은 소주 양조장이었다”고 말했다. 일본 전역엔 쌀로 빚는 사케 문화가 발달돼 있어 소주를 만드는 양조장은 미야자키, 가고시마, 구마모토 등 규슈 지방에만 한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구로키는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소주 외길’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대대로 다음 세대에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 고민하는 문화, 축복의 땅인 고유 지역의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는 1985년 보리로 빚고 한 번 증류해 오크통에 넣어 숙성하면서 쌀로 만든 소주와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소주 명가’의 지위를 얻었다. 1990년대 말부터는 보리와 감자, 고구마 등 소주의 재료가 되는 농작물을 직접 재배하기 시작했다. 구로키는 “만드는 소주의 양이 늘어 폐기물이 많아졌는데, 이를 비료로 다시 사용하는 유기농법을 쓴다”며 “안정적인 원료를 공급하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양조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로키는 20대 초 프랑스 파리와 부르고뉴 지역에서 1년간 유학했다. 가업을 이을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프랑스의 와이너리를 돌아보며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차남이어서 가업을 잇겠다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았다”면서 “프랑스에서 땅과 물과 바람, 사람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와인의 세계를 만난 뒤 구로키혼텐의 앞으로의 100년을 이어가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했다.
구로키가 5대 사장에 취임한 뒤 지난해 12월 내놓은 고구마 소주 ‘Q’는 와인과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알코올도수 20~40도보다 훨씬 낮은 14도인 데다 향을 즐기며 음식과 함께 즐길 수 있어 넓은 와인 잔에 마신다.
구로키는 술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134년간 구로키 가문의 양조 철학은 ‘술로 사람과 사람을 잇고,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다. 좋은 술은 우리의 전통과 다음 세대를 연결하고, 서로 다른 문화와 문화를 잇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김보라 기자/사진=김영우 기자 destinybr@hankyung.com
이 술을 빚는 곳은 일본 남쪽 끝 미야자키현 고유의 134년 된 양조장 ‘구로키혼텐’이다. 메이지 시대부터 이어온 전통 방식과 양조시설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3일 한국을 찾은 구로키 신사쿠 구로키혼텐 5대 사장(31·사진)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대표 소주인 ‘백년의 고독’을 들고 “4대 사장이던 아버지가 1985년 구로키혼텐의 100년을 기념해 오크통에서 숙성한 증류 소주 ‘백년의 고독’을 처음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백년의 고독은 보리와 보리 누룩으로 만드는 보리소주다.
이 소주의 이름은 동명 소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노벨문학상 수상작 《백년의 고독》의 이름을 따랐다. 그는 “소설 《백년의 고독》이 일본에 번역 출간된 해와 구로키혼텐의 창립 100주년이 같았다”고 했다. 또 “소설 내용이 가문의 100년사를 다루고 있어, 우리 가문의 이야기와 닮았다”면서 “술이 오크통 속에서 홀로 갇혀 숙성되는 시간이 고독하게 느껴진다는 중의적 의미도 담겨 있다”고 했다. 구로키혼텐은 11종의 소주를 만든다. 그는 “1885년 시작 당시부터 3대 사장인 할아버지 때까지 작은 소주 양조장이었다”고 말했다. 일본 전역엔 쌀로 빚는 사케 문화가 발달돼 있어 소주를 만드는 양조장은 미야자키, 가고시마, 구마모토 등 규슈 지방에만 한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구로키는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소주 외길’을 이어올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대대로 다음 세대에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 고민하는 문화, 축복의 땅인 고유 지역의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이 있었다”고 했다. 그의 아버지는 1985년 보리로 빚고 한 번 증류해 오크통에 넣어 숙성하면서 쌀로 만든 소주와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소주 명가’의 지위를 얻었다. 1990년대 말부터는 보리와 감자, 고구마 등 소주의 재료가 되는 농작물을 직접 재배하기 시작했다. 구로키는 “만드는 소주의 양이 늘어 폐기물이 많아졌는데, 이를 비료로 다시 사용하는 유기농법을 쓴다”며 “안정적인 원료를 공급하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양조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로키는 20대 초 프랑스 파리와 부르고뉴 지역에서 1년간 유학했다. 가업을 이을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프랑스의 와이너리를 돌아보며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차남이어서 가업을 잇겠다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았다”면서 “프랑스에서 땅과 물과 바람, 사람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와인의 세계를 만난 뒤 구로키혼텐의 앞으로의 100년을 이어가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했다.
구로키가 5대 사장에 취임한 뒤 지난해 12월 내놓은 고구마 소주 ‘Q’는 와인과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존 알코올도수 20~40도보다 훨씬 낮은 14도인 데다 향을 즐기며 음식과 함께 즐길 수 있어 넓은 와인 잔에 마신다.
구로키는 술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134년간 구로키 가문의 양조 철학은 ‘술로 사람과 사람을 잇고,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다. 좋은 술은 우리의 전통과 다음 세대를 연결하고, 서로 다른 문화와 문화를 잇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김보라 기자/사진=김영우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