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흉물스럽고 위험" 주민 반대에 표류하는 태양광발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태양광발전 사업이 잇따라 좌초되고 있다. “흉물스럽고 위험하다”며 지역 주민들이 반대해서다. 여론을 의식한 지방자치단체가 태양광발전 불허처분을 내리면서 관련 행정소송도 급증세다.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현재 8% 수준에서 2040년까지 30~35%로 늘리겠다는 정부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십억원대 줄소송 걸릴 판
9일 서울시 산하 서울에너지공사에 따르면 서울대공원 주차장 태양광발전소 건립계획은 ‘무기한 연기’ 상태다. 당초 완공기한은 지난해 말까지였지만 첫 삽을 뜨지 못한 건 물론 새로운 사업기한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을 ‘태양의 도시’로 만들겠다”며 공공부지를 활용한 태양광 확대사업을 추진해왔다. 서울대공원 주차장에 짓기로 한 태양광발전 설비는 10MW로 수도권 최대 규모다.
과천시민들로 구성된 ‘서울대공원 주차장 태양광발전소 설치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11일에도 서울시청 앞에서 10차 반대집회를 연다. 김동진 위원장은 “흉물스러운 태양광 패널이 경관을 해치고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등 안전성 우려도 있다”며 “서울시가 사업포기를 공식 선언할 때까지 집회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공원 부지는 서울시 소유지만 행정구역상 공사 인·허가 권한은 과천시에 있다. 주민들의 반대가 이어지자 과천시는 서울시의 공작물 축조신고서를 두 차례 반려하며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에너지공사 관계자는 “사업 백지화를 결정한 건 아니다”면서도 “과천시에 행정소송을 거는 방법도 검토했지만 행정기관끼리 법정에서 싸울 순 없단 생각에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해 “2022년까지 약 7조원을 들여 전국 저수지 899곳에 수상태양광발전소를 짓겠다”고 발표했지만 6월 현재 착공한 건 단 한 곳도 없다. 총 2948MW 규모였던 발전 목표치도 400MW 수준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수질오염, 빛 반사, 경관훼손 등의 이유로 주민들의 반대가 워낙 거세다”며 “사실상 사업 추진이 힘들다고 본다”고 했다.
농어촌공사는 수십억원대 손해배상소송도 당할 처지다. 농어촌공사와 저수지 두 곳의 임대계약을 체결하고 수상태양광 사업을 추진하던 A업체는 최근 농어촌공사에 “이달 20일까지 사업을 재개한다는 회신이 없으면 농어촌공사를 상대로 각각 60억원, 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을 걸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농어촌공사는 지난해 신설했던 ‘신재생에너지사업본부’를 올해 초 없앴다. 담당조직이 쪼그라들면서 담당인력도 80여 명에서 30여 명으로 줄었다.
○재생에너지 확대정책 차질 불가피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40년까지 30~35%로 늘리겠다는 정부 방침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민들의 반대를 의식한 지자체는 잇따라 태양광발전 불허처분을 내리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법원 판례를 분석한 결과 태양광발전 관련 행정소송은 2014년 7건에서 지난해 102건으로 급증했다. 대부분이 ‘지자체의 태양광발전 불허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취지다.
“태양광발전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며 주민·지자체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부산고등법원 창원 제1행정부는 B업체가 창녕군수를 상대로 제기한 수상태양광발전소 불허처분 취소소송을 기각했다. 이 업체는 농어촌공사로부터 달창저수지 6만㎡ 면적을 빌려 5900kW 규모 발전소를 만들 계획이었다. 주민 반대가 극심하자 창녕군은 개발행위 불허를 통보했고 업체는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주민들이 달창저수지를 통해 누리는 공익이 크고, 환경적 가치가 높은 곳에 태양광시설을 설치하는 건 ‘환경친화적 에너지원 확보’란 정부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며 창녕군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4월 광주고등법원 전주 제1행정부는 박모씨 등 12명이 진안군수를 상대로 제기한 태양광발전 불허처분 취소소송을 기각하면서 “국가가 태양광발전을 적극 보급한다 해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정부가 공언한 재생에너지 비중은 애초에 현실성이 떨어지는 도전적 목표”라며 “공공기관의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 목표를 달성하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수십억원대 줄소송 걸릴 판
9일 서울시 산하 서울에너지공사에 따르면 서울대공원 주차장 태양광발전소 건립계획은 ‘무기한 연기’ 상태다. 당초 완공기한은 지난해 말까지였지만 첫 삽을 뜨지 못한 건 물론 새로운 사업기한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을 ‘태양의 도시’로 만들겠다”며 공공부지를 활용한 태양광 확대사업을 추진해왔다. 서울대공원 주차장에 짓기로 한 태양광발전 설비는 10MW로 수도권 최대 규모다.
과천시민들로 구성된 ‘서울대공원 주차장 태양광발전소 설치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11일에도 서울시청 앞에서 10차 반대집회를 연다. 김동진 위원장은 “흉물스러운 태양광 패널이 경관을 해치고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등 안전성 우려도 있다”며 “서울시가 사업포기를 공식 선언할 때까지 집회를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공원 부지는 서울시 소유지만 행정구역상 공사 인·허가 권한은 과천시에 있다. 주민들의 반대가 이어지자 과천시는 서울시의 공작물 축조신고서를 두 차례 반려하며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에너지공사 관계자는 “사업 백지화를 결정한 건 아니다”면서도 “과천시에 행정소송을 거는 방법도 검토했지만 행정기관끼리 법정에서 싸울 순 없단 생각에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지난해 “2022년까지 약 7조원을 들여 전국 저수지 899곳에 수상태양광발전소를 짓겠다”고 발표했지만 6월 현재 착공한 건 단 한 곳도 없다. 총 2948MW 규모였던 발전 목표치도 400MW 수준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수질오염, 빛 반사, 경관훼손 등의 이유로 주민들의 반대가 워낙 거세다”며 “사실상 사업 추진이 힘들다고 본다”고 했다.
농어촌공사는 수십억원대 손해배상소송도 당할 처지다. 농어촌공사와 저수지 두 곳의 임대계약을 체결하고 수상태양광 사업을 추진하던 A업체는 최근 농어촌공사에 “이달 20일까지 사업을 재개한다는 회신이 없으면 농어촌공사를 상대로 각각 60억원, 7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소송을 걸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농어촌공사는 지난해 신설했던 ‘신재생에너지사업본부’를 올해 초 없앴다. 담당조직이 쪼그라들면서 담당인력도 80여 명에서 30여 명으로 줄었다.
○재생에너지 확대정책 차질 불가피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40년까지 30~35%로 늘리겠다는 정부 방침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주민들의 반대를 의식한 지자체는 잇따라 태양광발전 불허처분을 내리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법원 판례를 분석한 결과 태양광발전 관련 행정소송은 2014년 7건에서 지난해 102건으로 급증했다. 대부분이 ‘지자체의 태양광발전 불허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취지다.
“태양광발전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며 주민·지자체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부산고등법원 창원 제1행정부는 B업체가 창녕군수를 상대로 제기한 수상태양광발전소 불허처분 취소소송을 기각했다. 이 업체는 농어촌공사로부터 달창저수지 6만㎡ 면적을 빌려 5900kW 규모 발전소를 만들 계획이었다. 주민 반대가 극심하자 창녕군은 개발행위 불허를 통보했고 업체는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주민들이 달창저수지를 통해 누리는 공익이 크고, 환경적 가치가 높은 곳에 태양광시설을 설치하는 건 ‘환경친화적 에너지원 확보’란 정부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며 창녕군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4월 광주고등법원 전주 제1행정부는 박모씨 등 12명이 진안군수를 상대로 제기한 태양광발전 불허처분 취소소송을 기각하면서 “국가가 태양광발전을 적극 보급한다 해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정부가 공언한 재생에너지 비중은 애초에 현실성이 떨어지는 도전적 목표”라며 “공공기관의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 목표를 달성하기는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