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줄이고 임대 수익에 환차익까지…자산가들 '1석3조' 해외 부동산 눈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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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부동산 투자 5년새 3배 증가
2013년 2150억→2018년 7400억
양도세 중과세·규제 피하려는 목적
2013년 2150억→2018년 7400억
양도세 중과세·규제 피하려는 목적
지난달 27일 서울 역삼동 신한아트홀. 신한은행과 거래하는 고액자산가 100여 명이 모였다. 해외 부동산을 직접 구매할 때 필요한 노하우를 설명하는 자리였다. 관심은 뜨거웠다. 초대한 80명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참석해 임시 좌석까지 마련했다. 질문도 쉴 새 없이 쏟아졌다. 90분으로 예정했던 설명회는 세 시간을 훌쩍 넘겨 겨우 끝났다.
다른 시중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고액자산가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박상욱 우리은행 해외부동산팀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 부동산을 직접 구입하기 위한 상담 요청이 한 달에 한 번 들어올까 말까 했는데 올 들어선 1주일에 여섯 번 이상 상담이 잡힌다”고 했다.
미국·베트남·캐나다·필리핀 순 투자
국내 고액자산가들이 해외 부동산을 직접 구매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와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려는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다.
19일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거주자들이 해외 부동산 취득을 위해 해외로 송금한 금액은 총 6억2550만달러(약 7400억원)였다. 5년 전인 2013년(1억8100만달러)의 3배 이상으로 늘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3억4880만달러(약 4100억원)로 가장 많았고 △베트남 6040만달러 △캐나다 4080만달러 △필리핀 2770만달러 △태국 1730만달러 △일본 1580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해외 부동산을 구입하려는 이들은 지역에 따라 투자 목적이 다르다. 경기회복세가 뚜렷한 미국·일본에선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노린다. 기축통화와 같은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효과는 덤이다. 고액자산가 A씨는 우리은행의 중개로 올해 상반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상가를 1000만달러(약 120억원)에 구입했다. 임대수익률 연 5.2%에다 달러 투자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일본 부동산 투자는 ‘레버리지 효과’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보다 낮은 금리로 담보가격의 60%까지 돈을 빌릴 수 있다.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 경제성장 속도가 빠른 동남아시아는 적은 투자로 짭짤한 매매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베트남 송금 건수는 지난해 1347건으로 각 국가 중 가장 많았다. 송금 평균액은 4만달러(약 4700만원)였다. 캐나다에 투자한 이들 중엔 자녀의 유학으로 자연스럽게 해당 지역 부동산에 관심이 생긴 사례가 많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자녀 거주 목적으로 집을 임차했다가 투자가치를 발견하고 매입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 해외 부동산 투자 중개
해외 부동산 구매가 이어지는 것은 국내 부동산 시장을 그만큼 비관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로 부동산 추가 구매가 어려워진 데다 양도소득세 중과세로 매매차익을 얻기도 힘들어졌다.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우리은행은 고액자산가 회원을 대상으로 미국 일본 베트남 등의 부동산 투자를 중개하고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고급 콘도미니엄인 ‘메디슨 하우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뉴욕에 있는 한국계 부동산개발회사 로코퍼레이션의 박성우 사장은 “맨해튼은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몰려들고 있는 데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로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던 유럽계 은행들까지 이전해 오는 추세여서 성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이 이달 초 내놓은 일본 부동산 사모펀드는 사전 수요조사에서 이미 모집금액 174억원을 채웠다. 각 지역 프라이빗뱅커(PB)들이 순번을 정할 정도로 물량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뜨거웠다는 후문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을 직접 구매하기 전에 경험 차원에서 사모펀드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해외 부동산 투자 열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본에선 건물의 용도가 편법으로 변경돼 활용되고 있다면 1금융권의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 베트남에선 토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 건물 소유권도 신규 분양에서만 얻을 수 있다.
김용남 글로벌PMC 사장은 “해외 부동산을 취득할 때 흔히 동포나 친척 등을 통해 거래하는데 매입 후 계약 조건이 달라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다”며 “해외 네트워크를 갖추고 실적을 쌓은 중개업체를 통해 거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신영/이정선/하헌형 기자 nyusos@hankyung.com
다른 시중은행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고액자산가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박상욱 우리은행 해외부동산팀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 부동산을 직접 구입하기 위한 상담 요청이 한 달에 한 번 들어올까 말까 했는데 올 들어선 1주일에 여섯 번 이상 상담이 잡힌다”고 했다.
미국·베트남·캐나다·필리핀 순 투자
국내 고액자산가들이 해외 부동산을 직접 구매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와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려는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다.
19일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거주자들이 해외 부동산 취득을 위해 해외로 송금한 금액은 총 6억2550만달러(약 7400억원)였다. 5년 전인 2013년(1억8100만달러)의 3배 이상으로 늘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3억4880만달러(약 4100억원)로 가장 많았고 △베트남 6040만달러 △캐나다 4080만달러 △필리핀 2770만달러 △태국 1730만달러 △일본 1580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해외 부동산을 구입하려는 이들은 지역에 따라 투자 목적이 다르다. 경기회복세가 뚜렷한 미국·일본에선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노린다. 기축통화와 같은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효과는 덤이다. 고액자산가 A씨는 우리은행의 중개로 올해 상반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상가를 1000만달러(약 120억원)에 구입했다. 임대수익률 연 5.2%에다 달러 투자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일본 부동산 투자는 ‘레버리지 효과’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보다 낮은 금리로 담보가격의 60%까지 돈을 빌릴 수 있다.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 경제성장 속도가 빠른 동남아시아는 적은 투자로 짭짤한 매매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베트남 송금 건수는 지난해 1347건으로 각 국가 중 가장 많았다. 송금 평균액은 4만달러(약 4700만원)였다. 캐나다에 투자한 이들 중엔 자녀의 유학으로 자연스럽게 해당 지역 부동산에 관심이 생긴 사례가 많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자녀 거주 목적으로 집을 임차했다가 투자가치를 발견하고 매입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 해외 부동산 투자 중개
해외 부동산 구매가 이어지는 것은 국내 부동산 시장을 그만큼 비관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로 부동산 추가 구매가 어려워진 데다 양도소득세 중과세로 매매차익을 얻기도 힘들어졌다.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우리은행은 고액자산가 회원을 대상으로 미국 일본 베트남 등의 부동산 투자를 중개하고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고급 콘도미니엄인 ‘메디슨 하우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뉴욕에 있는 한국계 부동산개발회사 로코퍼레이션의 박성우 사장은 “맨해튼은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몰려들고 있는 데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로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던 유럽계 은행들까지 이전해 오는 추세여서 성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이 이달 초 내놓은 일본 부동산 사모펀드는 사전 수요조사에서 이미 모집금액 174억원을 채웠다. 각 지역 프라이빗뱅커(PB)들이 순번을 정할 정도로 물량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뜨거웠다는 후문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을 직접 구매하기 전에 경험 차원에서 사모펀드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해외 부동산 투자 열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주의해야 할 점도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본에선 건물의 용도가 편법으로 변경돼 활용되고 있다면 1금융권의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 베트남에선 토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다. 건물 소유권도 신규 분양에서만 얻을 수 있다.
김용남 글로벌PMC 사장은 “해외 부동산을 취득할 때 흔히 동포나 친척 등을 통해 거래하는데 매입 후 계약 조건이 달라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다”며 “해외 네트워크를 갖추고 실적을 쌓은 중개업체를 통해 거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신영/이정선/하헌형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