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과 이베이코리아, 11번가가 결국 합쳐질 것이다.”

국내 선두권 e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 간 ‘합종연횡’을 점치는 증권사 보고서가 나왔다. 절대 강자가 없는 국내 e커머스 시장 특징과 쿠팡의 공격적인 움직임 등을 볼 때 통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투자는 20일 ‘로켓배송은 어디로 날아가고 있을까’란 보고서에서 쿠팡의 향후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상장사 주가 전망을 주로 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비상장사를, 그것도 가능성만으로 예측 보고서를 낸 것은 이례적이다. 이 증권사가 3사 통합을 예상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쿠팡 대주주인 소프트뱅크(비전펀드)의 투자 패턴 때문이다.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기 위해 소프트뱅크는 그동안 주요 기업 합병을 주된 전략으로 활용했다. 미국에선 통신사 스프린트와 T모바일 합병을 시도 중이고, 중국에선 승차 공유 업체 디디추싱과 우버차이나의 합병으로 시장을 장악했다. 인도에서도 e커머스 업체 스냅딜에 투자한 뒤 경쟁사 플립카트와 합병을 제안하기도 했다. 박종대 연구원은 “소프트뱅크가 국내에서도 산업 구조 재편을 주도할 수 있는 협상력이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11번가와 이베이코리아도 쿠팡과 경쟁하느니 통합한 1등 회사 지분을 보유하는 게 낫다는 분석이다. “이베이코리아의 모기업 미국 이베이와 11번가의 모기업 SK텔레콤이 수조원의 현금을 쏟아부으면서까지 쿠팡과 경쟁하는 것에 회의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온라인 시장이 주요국과 다르게 ‘파편화’돼 있다는 점도 합병을 점친 이유다. 중국과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모두 1위 사업자가 50% 안팎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박 연구원은 “세 회사 합병으로 점유율 약 40%의 1위 사업자가 탄생하면, 무리한 사업 확대보다는 수익성 제고와 상장 준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며 “2021년 기준 시가총액 약 40조원의 통합 법인이 기술특례상장으로 시장에 데뷔할 것”으로 전망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