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규제…세계 100대 스타트업 절반, 한국선 사업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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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판 키우자
(3·끝) K스타트업, 글로벌 생태계 조성 막는 걸림돌
덩어리 규제에서 깨알 규제까지
기술혁신보다 사회적 혁신 먼저
(3·끝) K스타트업, 글로벌 생태계 조성 막는 걸림돌
덩어리 규제에서 깨알 규제까지
기술혁신보다 사회적 혁신 먼저
“우린 범죄자가 아닙니다.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는 혁신적인 창업가일 뿐입니다.”(국내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성명)
각종 규제가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생태계의 성장을 옥죄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견디다 못한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최근 절규에 가까운 성명서를 냈을 정도다.
국내 스타트업은 시장에 진입하자마자 거미줄 같은 규제에 가로막힌다. 기존 시스템은 스타트업이 만든 새로운 비즈니스에 제동을 건다. 스타트업은 규제를 피하기 위해 방어적으로 사업을 하고, 투자자는 국내 규제 상황에 움츠러든다. 이런 시장 환경에선 스타트업의 혁신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살아남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위기의식마저 팽배하다. 혁신 가로막는 각종 규제
정보기술(IT) 전문 로펌인 테크앤로가 지난해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세계 100대 스타트업 가운데 13곳은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할 수 없었다. 44곳은 조건부로만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100대 스타트업의 절반 이상이 한국에서 사업이 불가능하거나 조건을 바꿔야 한다고 진단했다. 우버와 그랩 등 차량공유 업체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걸린다. 숙박공유 업체 에어비앤비는 공중위생관리법에, 원격의료 업체 위닥터는 의료법의 허들을 넘을 수조차 없다.
규제 장벽에 막혀 수많은 스타트업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을 오간다. 온라인 중고차 거래 플랫폼 헤이딜러는 규제 때문에 회사가 도산 직전까지 갔다. 신개념 서비스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으나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영업이 금지돼서다.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도 오프라인 사업장처럼 3300㎡ 이상 주차장을 마련하라는 조항이 생겨났다. 견디다 못한 회사는 폐업을 선언했다. 금융당국이 온라인 자동차 경매사업자의 시설 규제를 풀어준 뒤에야 영업을 재개할 수 있었다. “규제혁신부터 선행돼야”
스타트업은 기존 대기업 위주의 성장 모델에서 진화한 혁신성장의 ‘씨앗’이다. 하지만 정작 스타트업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내놓으면 기존 제도와 규제 장벽이 버티고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4차 산업혁명 흐름에 뒤처져 글로벌 혁신 경쟁에서도 밀려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에 동행했던 스타트업 모어댄의 최이현 대표는 “사회적인 혁신이 기술 혁신보다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모어댄은 자동차 생산 과정에서 수거되는 가죽을 재사용해 가방을 제조하는 회사다.
규제가 필요하다면 적어도 글로벌 시장과 비슷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팀장은 “기존 규제를 신규 산업의 흐름에 따라 재조정해야 한다”며 “국내 스타트업이 자산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성공 이면에는 중국 정부의 규제 완화 노력이 숨어 있다. 중국 정부는 사후 규제 방식을 통해 새로운 핀테크(금융기술)를 일단 받아들인 뒤 문제가 생기면 규제를 만들겠다는 입장이었다. ‘되는 것 빼고 다 안 되는’ 한국의 포지티브 규제와 달리 중국 정부는 ‘안 되는 것 빼고 다 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적용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개방적인 혁신 환경이 중국 핀테크산업의 발전을 견인했다”며 “적극적인 규제 완화가 속도를 내야 ‘한국판 알리바바’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업은 국가 경제의 성장 전략
투자업계도 규제에 손발이 묶이기는 마찬가지다. 유니콘 기업을 향해 가는 국내 스타트업은 해외 투자자금이 간절하다. 해외 진출을 위해선 해외 투자사 유치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벤처캐피털(VC)은 해외 스타트업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없다. 중소기업창업지원법상 국내 창업투자회사는 해외 투자액이 국내 투자액을 초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해외 투자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인 규제다. 업계는 국내 VC가 국내 스타트업에만 몰려 스타트업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거품’ 현상을 야기하는 등 해외 진출을 노리는 국내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벤처투자촉진법의 통과가 시급한 이유다. VC가 해외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은 투자이윤 확대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해외 투자 경험을 통해 네트워크를 확보한 국내 자본이 한국 스타트업을 해외에 소개하는 창구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활성화는 국가 경제의 성장전략이자 생존전략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받은 국내 벤처·스타트업 1072개의 신규 고용은 4만1199명으로 2017년 대비 20% 증가했다. 정부도 과거에 비해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적 혁신 로드맵 수립에 나서 콘퍼런스 개최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각종 규제가 국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생태계의 성장을 옥죄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견디다 못한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최근 절규에 가까운 성명서를 냈을 정도다.
국내 스타트업은 시장에 진입하자마자 거미줄 같은 규제에 가로막힌다. 기존 시스템은 스타트업이 만든 새로운 비즈니스에 제동을 건다. 스타트업은 규제를 피하기 위해 방어적으로 사업을 하고, 투자자는 국내 규제 상황에 움츠러든다. 이런 시장 환경에선 스타트업의 혁신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살아남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위기의식마저 팽배하다. 혁신 가로막는 각종 규제
정보기술(IT) 전문 로펌인 테크앤로가 지난해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세계 100대 스타트업 가운데 13곳은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할 수 없었다. 44곳은 조건부로만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100대 스타트업의 절반 이상이 한국에서 사업이 불가능하거나 조건을 바꿔야 한다고 진단했다. 우버와 그랩 등 차량공유 업체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걸린다. 숙박공유 업체 에어비앤비는 공중위생관리법에, 원격의료 업체 위닥터는 의료법의 허들을 넘을 수조차 없다.
규제 장벽에 막혀 수많은 스타트업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을 오간다. 온라인 중고차 거래 플랫폼 헤이딜러는 규제 때문에 회사가 도산 직전까지 갔다. 신개념 서비스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으나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영업이 금지돼서다.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도 오프라인 사업장처럼 3300㎡ 이상 주차장을 마련하라는 조항이 생겨났다. 견디다 못한 회사는 폐업을 선언했다. 금융당국이 온라인 자동차 경매사업자의 시설 규제를 풀어준 뒤에야 영업을 재개할 수 있었다. “규제혁신부터 선행돼야”
스타트업은 기존 대기업 위주의 성장 모델에서 진화한 혁신성장의 ‘씨앗’이다. 하지만 정작 스타트업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내놓으면 기존 제도와 규제 장벽이 버티고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4차 산업혁명 흐름에 뒤처져 글로벌 혁신 경쟁에서도 밀려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에 동행했던 스타트업 모어댄의 최이현 대표는 “사회적인 혁신이 기술 혁신보다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모어댄은 자동차 생산 과정에서 수거되는 가죽을 재사용해 가방을 제조하는 회사다.
규제가 필요하다면 적어도 글로벌 시장과 비슷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팀장은 “기존 규제를 신규 산업의 흐름에 따라 재조정해야 한다”며 “국내 스타트업이 자산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성공 이면에는 중국 정부의 규제 완화 노력이 숨어 있다. 중국 정부는 사후 규제 방식을 통해 새로운 핀테크(금융기술)를 일단 받아들인 뒤 문제가 생기면 규제를 만들겠다는 입장이었다. ‘되는 것 빼고 다 안 되는’ 한국의 포지티브 규제와 달리 중국 정부는 ‘안 되는 것 빼고 다 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적용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개방적인 혁신 환경이 중국 핀테크산업의 발전을 견인했다”며 “적극적인 규제 완화가 속도를 내야 ‘한국판 알리바바’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업은 국가 경제의 성장 전략
투자업계도 규제에 손발이 묶이기는 마찬가지다. 유니콘 기업을 향해 가는 국내 스타트업은 해외 투자자금이 간절하다. 해외 진출을 위해선 해외 투자사 유치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벤처캐피털(VC)은 해외 스타트업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없다. 중소기업창업지원법상 국내 창업투자회사는 해외 투자액이 국내 투자액을 초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해외 투자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인 규제다. 업계는 국내 VC가 국내 스타트업에만 몰려 스타트업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거품’ 현상을 야기하는 등 해외 진출을 노리는 국내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벤처투자촉진법의 통과가 시급한 이유다. VC가 해외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은 투자이윤 확대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해외 투자 경험을 통해 네트워크를 확보한 국내 자본이 한국 스타트업을 해외에 소개하는 창구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활성화는 국가 경제의 성장전략이자 생존전략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받은 국내 벤처·스타트업 1072개의 신규 고용은 4만1199명으로 2017년 대비 20% 증가했다. 정부도 과거에 비해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적 혁신 로드맵 수립에 나서 콘퍼런스 개최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