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민참여입법센터에 따르면 법제처는 최근 과태료 금액 정비를 목적으로 35개 법률의 일부 개정안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등 42개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법제처는 △과태료의 법 위반행위 예방효과 △사회·경제적 상황 변화 및 국민 정서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과태료 상한액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국해양소년단연맹 명칭을 무단 사용할 때 물리는 과태료 상한액은 1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30배 오른다. 기업들이 산업안전보건법에 있는 유해성 조사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하지 않거나(300만원→500만원), 대형 단말기 유통업체가 보조금을 차별적으로 줄 때 부과하는 과태료(500만원→1500만원)도 대폭 상향 조정된다.
정부는 42개 시행령은 국무회의 등을 거쳐 연내 시행하고 35개 법률은 법 개정절차가 마무리되는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정부, 77개 법·시행령 과태료 최대 30배 인상
제각각 과태료에 통일성 줬지만…'꼼수 인상' 비판도
보건환경연구원법 11조는 유사 명칭을 사용한 업체에 물리는 과태료 상한액을 100만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똑같은 ‘유사 명칭 사용’에 대해 선박투자회사법은 500만원, 대한적십자사 조직법은 50만원, 한국해양소년단연맹 육성법은 10만원으로 천차만별이다. 정부가 35개 법률과 42개 시행령에 담긴 수백 건의 과태료 금액 조정에 나선 이유다. 각 법률 소관부처가 제멋대로 매긴 과태료 금액에 일정 기준을 줘 통일성과 일관성을 갖추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오르는 과태료가 훨씬 많은데다 이런 사실을 일반 국민과 기업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꼼수 인상’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 번에 30배나 뛰는 과태료
정부가 제출한 과태료 일괄 개정안의 가장 큰 특징은 인상폭이다. 상당수는 두 배 이상 오른다. 이 중에는 △한국해양소년단연맹 육성법(유사 명칭 사용 시 과태료 상한액 10만원→300만원) △송유관 안전관리법(정부의 안전관리 규정 확인 기피·거부 시 300만원→3000만원) 등 열 배 이상 오르는 법률도 있다.
분야도 다양하다. 대다수는 △계량법(비법정 단위로 표시된 상품 제조·수입 시 300만원→500만원) △장애인고용촉진법(장애인 고용계획 미제출 시 300만원→1000만원) △폐기물국가간이동법(수출이동서류 미신고 시 100만원→200만원) 등 기업이 부과 대상이다.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접객업소 등이 에너지 사용 제한 위반해 점포 문 열고 난방 시 50만원→150만원) △공중위생관리법 시행령(세탁소의 위생관리 의무 미이행 시 30만원→60만원)도 리스트에 올랐다.
정부 관계자는 대다수 개정안의 과태료 부과금액을 올리는 이유에 대해 “과태료의 법 위반 행위 예방 효과와 국민 정서 등을 감안해 인상이 필요한 건 올리고 일부는 내렸다”며 “계량법 등 과태료 상한액이 25년 이상 유지된 14개 법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현실화했다”고 설명했다.
‘꼼수 인상’ 지적도
각각의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과태료 금액을 일괄 정비하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각 부처가 제각각 매겨온 과태료에 통일성을 줬다는 점에서 “늦었지만 잘한 일”이란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선 과태료 ‘정비’가 아니라 ‘대폭 인상’인 데다 반발하기 힘든 기업과 자영업자를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꼼수 인상’이라고 비판한다. 과태료를 높이면서 정작 부과 대상인 국민과 기업에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언론 브리핑이나 보도자료 없이 개정안을 지난 1일 국민참여입법센터 홈페이지에 올리며 “입법예고 마감일인 다음달 12일까지 의견을 제출해 달라”고만 했다. “법 위반 예방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과태료를 올린다면서 정작 인상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는 건 앞뒤가 안 맞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계 관계자는 “복지 지출을 늘리기 위해 ‘확장 재정’에 나선 정부 입장에선 곳간을 채우기 위해 한 푼이라도 수입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올해 세수 실적이 악화되자 세금 인상에 비해 국민 저항이 적은 과태료 인상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4월까지 국세 수입은 109조400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5% 줄었다.
오상헌/성수영/서민준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