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의 파격?…"KDB생명 팔면 사장에 최대 30억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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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째 매각 성공할까
M&A 거액보상 논란
M&A 거액보상 논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자회사인 KDB생명을 신속하게 매각하기 위해 KDB생명 경영진에게 총 45억원 규모의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내걸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은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매각에 성공할 경우 사장에게 최대 30억원, 수석부사장에게 최대 15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올려 통과시켰다. KDB생명의 매각 가격에 따라 사장에게는 5억~30억원을, 수석부사장에게는 사장의 50%(2억5000만~15억원)를 성과보수로 제시한 것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인수합병(M&A)이 유리한 조건에 이뤄지면 기존 경영진에게 스톡옵션 등 여러 방식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공공기관이 보유한 기업에서 이처럼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내건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경영진의 일반보수가 적은 대신 성과보수를 높여 매각을 성사시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주인 찾기, 세 번이나 실패
KDB생명은 생명보험업계 13위(자산 기준)의 중소형 보험사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뜬금없이’ 생보사를 갖게 된 건 2009년 말.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호생명을 인수해 간판을 바꿨다. 당초 산업은행은 이 회사를 5년 안에 되팔 생각이었다. 하지만 2014~2016년 세 차례 매각 시도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10년째 떠안고 있다.
연이은 매각 실패 이후 KDB생명은 크게 흔들렸다. 2016~2017년 2년 연속 순손실을 냈고 희망퇴직, 지점 축소 등이 이어졌다.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은 2017년 말 108.5%까지 떨어져 3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RBC비율이 100% 아래로 내려가면 보험금을 제대로 줄 수 없다는 뜻이어서 정부의 제재를 받는다. 은행들이 KDB생명의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파는 보험상품)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KDB생명, 이번엔 꼭 판다”
이 회장은 2017년 9월 취임한 뒤 “KDB생명 매각 작업을 중단하고 정상화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작년 초엔 금융연구원 동료이던 정재욱 전 세종대 교수를 ‘삼고초려’해서 KDB생명 사장으로 영입했다. 제주에 내려가 살고 있던 정 사장이 여러 차례 건강 문제를 이유로 거절했는데도 이 회장이 “보험 전문가가 꼭 필요하다”고 거듭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 전문가인 정 사장은 회사 체질을 빠르게 바꿔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 들어 KDB생명 실적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작년에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올 상반기에도 3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냈다. 후순위채 발행으로 RBC비율도 230%대로 올라선 것으로 알려졌다. KDB생명 측은 “대주주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자본 확충에 성공한 것은 그만큼 시장의 평가가 좋아졌다는 의미”라고 했다.
주력 상품은 저축성보험에서 보장성보험으로 교체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해 ‘장부상 빚’ 부담을 선제적으로 줄이기 위한 조치다.
2012년 3.6%에 불과하던 KDB생명의 보장성보험 판매 비중은 올 1분기 85.7%로 높아졌다. 이 회장은 “KDB생명의 정상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며 “산업은행과 시너지를 내기도 힘든 회사인 만큼 이참에 매각해야 한다”고 했다.
“산은, 금융지주사 등에 매각 타진 중”
이 회장은 이달 초 백인균 산업은행 경영관리본부장(부행장)을 KDB생명의 새 수석부사장으로 내정했다. 시장과의 소통 채널이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백 부행장을 내세워 매각을 서두르겠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이 회장이 제시한 ‘파격 인센티브’는 KDB생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마지막 단추’다. 다만 공공기관이 보유한 기업에서 이 같은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있다. 지난해 시행한 KDB생명의 유상증자 등은 결국 국민 세금이 투입된 것이니 경영진에 대한 보상은 적절한 수준에서만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KDB생명 매각이 3전4기 끝에 성공할지를 둘러싼 업계 전망은 엇갈린다. 보험시장이 불황인 데다 중국 안방보험 계열사인 동양생명·ABL생명 등도 조만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KDB생명 가치는 5000억원 안팎으로 시장에서 평가된다. 산업은행이 쏟아부은 돈(약 1조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매각 가격을 맞추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산업은행은 비(非)은행 부문 강화를 원하는 일부 금융지주사를 상대로 인수 의사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은/임현우 기자 selee@hankyung.com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은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매각에 성공할 경우 사장에게 최대 30억원, 수석부사장에게 최대 15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올려 통과시켰다. KDB생명의 매각 가격에 따라 사장에게는 5억~30억원을, 수석부사장에게는 사장의 50%(2억5000만~15억원)를 성과보수로 제시한 것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인수합병(M&A)이 유리한 조건에 이뤄지면 기존 경영진에게 스톡옵션 등 여러 방식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공공기관이 보유한 기업에서 이처럼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내건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경영진의 일반보수가 적은 대신 성과보수를 높여 매각을 성사시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주인 찾기, 세 번이나 실패
KDB생명은 생명보험업계 13위(자산 기준)의 중소형 보험사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뜬금없이’ 생보사를 갖게 된 건 2009년 말.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호생명을 인수해 간판을 바꿨다. 당초 산업은행은 이 회사를 5년 안에 되팔 생각이었다. 하지만 2014~2016년 세 차례 매각 시도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10년째 떠안고 있다.
연이은 매각 실패 이후 KDB생명은 크게 흔들렸다. 2016~2017년 2년 연속 순손실을 냈고 희망퇴직, 지점 축소 등이 이어졌다.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은 2017년 말 108.5%까지 떨어져 3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RBC비율이 100% 아래로 내려가면 보험금을 제대로 줄 수 없다는 뜻이어서 정부의 제재를 받는다. 은행들이 KDB생명의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파는 보험상품)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KDB생명, 이번엔 꼭 판다”
이 회장은 2017년 9월 취임한 뒤 “KDB생명 매각 작업을 중단하고 정상화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작년 초엔 금융연구원 동료이던 정재욱 전 세종대 교수를 ‘삼고초려’해서 KDB생명 사장으로 영입했다. 제주에 내려가 살고 있던 정 사장이 여러 차례 건강 문제를 이유로 거절했는데도 이 회장이 “보험 전문가가 꼭 필요하다”고 거듭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 전문가인 정 사장은 회사 체질을 빠르게 바꿔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 들어 KDB생명 실적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작년에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올 상반기에도 3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냈다. 후순위채 발행으로 RBC비율도 230%대로 올라선 것으로 알려졌다. KDB생명 측은 “대주주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자본 확충에 성공한 것은 그만큼 시장의 평가가 좋아졌다는 의미”라고 했다.
주력 상품은 저축성보험에서 보장성보험으로 교체했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해 ‘장부상 빚’ 부담을 선제적으로 줄이기 위한 조치다.
2012년 3.6%에 불과하던 KDB생명의 보장성보험 판매 비중은 올 1분기 85.7%로 높아졌다. 이 회장은 “KDB생명의 정상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며 “산업은행과 시너지를 내기도 힘든 회사인 만큼 이참에 매각해야 한다”고 했다.
“산은, 금융지주사 등에 매각 타진 중”
이 회장은 이달 초 백인균 산업은행 경영관리본부장(부행장)을 KDB생명의 새 수석부사장으로 내정했다. 시장과의 소통 채널이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백 부행장을 내세워 매각을 서두르겠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이 회장이 제시한 ‘파격 인센티브’는 KDB생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마지막 단추’다. 다만 공공기관이 보유한 기업에서 이 같은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있다. 지난해 시행한 KDB생명의 유상증자 등은 결국 국민 세금이 투입된 것이니 경영진에 대한 보상은 적절한 수준에서만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KDB생명 매각이 3전4기 끝에 성공할지를 둘러싼 업계 전망은 엇갈린다. 보험시장이 불황인 데다 중국 안방보험 계열사인 동양생명·ABL생명 등도 조만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KDB생명 가치는 5000억원 안팎으로 시장에서 평가된다. 산업은행이 쏟아부은 돈(약 1조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매각 가격을 맞추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산업은행은 비(非)은행 부문 강화를 원하는 일부 금융지주사를 상대로 인수 의사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은/임현우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