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스마트폰·TV도 비상대책 마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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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디스플레이 사장단 소집
日 출장결과 공유·대응책 논의
日 출장결과 공유·대응책 논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일본 출장 복귀 하루 만에 반도체·디스플레이 경영진을 긴급 소집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 마련을 지시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확대로 반도체 외에 스마트폰, TV 등 주력 제품 생산에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세우도록 당부했다. 경제계에선 5박6일간의 출장을 통해 일본 현지의 심각한 분위기를 직접 느낀 이 부회장이 현 상황을 ‘최악의 위기’로 판단하고 대응책 모색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14일 경제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토요일인 지난 13일 삼성전자의 한 사업장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 경영진 회의를 열었다. 회의엔 반도체·디스플레이사업을 총괄하는 김기남 DS부문 대표(부회장)와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일본 출장 결과를 공유하고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의 수급 현황, 일본의 수출 규제가 전체 사업에 미치는 영향, 대응 방안 등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일본이 수출 규제를 확대하면 스마트폰, TV 등의 생산도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며 “상황별 대응책을 마련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반도체 핵심 소재 거래처 다변화와 국내 소재산업 육성에도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日 수출 규제'에 비상경영 돌입…"시나리오별 대응 마련하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일본 출장에서 복귀하자마자 경영진에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마련을 주문했다.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품목을 확대하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TV 등 완제품 생산까지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직접 전한 것이다. 경제계에선 이 부회장이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비상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반도체 이어 가전제품도 위기
삼성이 느끼는 ‘위기감’은 이 부회장이 지난 7일 편도 비행기 티켓만 손에 쥔 채 일본 출장길에 올랐을 때부터 감지됐다. 그는 삼성 총수 일가가 그동안 쌓아온 일본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현지 경제계 관계자들을 만나 삼성의 입장을 전하고 향후 대응 방안에 관해 조언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계에 영향이 큰 메가뱅크(대형 금융회사) 관계자들을 접촉해 ‘한·일 관계 추가 악화’에 대한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5박6일간 현지 분위기를 느낀 이 부회장이 귀국하자마자 꺼내 든 카드는 컨틴전시 플랜 마련이다. 일본 정부는 다음달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크다. 수출 규제 품목이 확대되면 스마트폰, TV 등의 생산에 필수적인 핵심 부품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 DS(부품·반도체)부문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정보기술&모바일), CE(소비자가전)부문까지 일본 수출 규제의 사정권에 들어간다.
이 부회장은 삼성 경영진에 규제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경영진에 앞으로 더 큰 위기가 생겨 다른 사업부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체질 강화’ 지시한 이 부회장
경제계에선 이 부회장이 ‘비상 경영’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삼성이 ‘사면초가’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반도체 등 주력 제품 시장은 업황 침체로 정체 상태다. 증권업계에선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작년의 반 토막 수준에도 못 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세계 경기 위축으로 수요 개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무차별적 검찰 수사로 경영진이 줄줄이 구속되며 ‘컨트롤타워’ 부재에 시달리고 있기도 하다. 이달부턴 ‘일본 수출 규제’가 더해졌다.
삼성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이 부회장이 ‘삼성의 위기’가 짧은 시간 안에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성과나 위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중·장기 전략’ 마련과 ‘체질 강화’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게 이 부회장의 판단이란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13일 경영진 긴급 회의에서도 “단기 현안 대처에만 급급하지 말고 글로벌 경영 환경 변화의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흔들리지 않고 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소재 조달처 다변화 방안 마련
이에 따라 삼성 경영진이 삼성전자와 계열사를 망라하는 차원의 대응 방안을 곧 준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임직원은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국내 소재 업체와 접촉하고 중국·대만·미국 등지를 돌며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의 긴급물량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충분한 수준은 아니지만 일부 물량을 확보한 것은 맞다”며 “당분간 공장 정상 가동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14일 경제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토요일인 지난 13일 삼성전자의 한 사업장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 경영진 회의를 열었다. 회의엔 반도체·디스플레이사업을 총괄하는 김기남 DS부문 대표(부회장)와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일본 출장 결과를 공유하고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의 수급 현황, 일본의 수출 규제가 전체 사업에 미치는 영향, 대응 방안 등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일본이 수출 규제를 확대하면 스마트폰, TV 등의 생산도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며 “상황별 대응책을 마련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반도체 핵심 소재 거래처 다변화와 국내 소재산업 육성에도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용 '日 수출 규제'에 비상경영 돌입…"시나리오별 대응 마련하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이 일본 출장에서 복귀하자마자 경영진에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마련을 주문했다.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품목을 확대하면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TV 등 완제품 생산까지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직접 전한 것이다. 경제계에선 이 부회장이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비상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반도체 이어 가전제품도 위기
삼성이 느끼는 ‘위기감’은 이 부회장이 지난 7일 편도 비행기 티켓만 손에 쥔 채 일본 출장길에 올랐을 때부터 감지됐다. 그는 삼성 총수 일가가 그동안 쌓아온 일본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현지 경제계 관계자들을 만나 삼성의 입장을 전하고 향후 대응 방안에 관해 조언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계에 영향이 큰 메가뱅크(대형 금융회사) 관계자들을 접촉해 ‘한·일 관계 추가 악화’에 대한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5박6일간 현지 분위기를 느낀 이 부회장이 귀국하자마자 꺼내 든 카드는 컨틴전시 플랜 마련이다. 일본 정부는 다음달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크다. 수출 규제 품목이 확대되면 스마트폰, TV 등의 생산에 필수적인 핵심 부품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 DS(부품·반도체)부문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정보기술&모바일), CE(소비자가전)부문까지 일본 수출 규제의 사정권에 들어간다.
이 부회장은 삼성 경영진에 규제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경영진에 앞으로 더 큰 위기가 생겨 다른 사업부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체질 강화’ 지시한 이 부회장
경제계에선 이 부회장이 ‘비상 경영’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삼성이 ‘사면초가’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반도체 등 주력 제품 시장은 업황 침체로 정체 상태다. 증권업계에선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작년의 반 토막 수준에도 못 미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세계 경기 위축으로 수요 개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무차별적 검찰 수사로 경영진이 줄줄이 구속되며 ‘컨트롤타워’ 부재에 시달리고 있기도 하다. 이달부턴 ‘일본 수출 규제’가 더해졌다.
삼성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이 부회장이 ‘삼성의 위기’가 짧은 시간 안에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성과나 위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중·장기 전략’ 마련과 ‘체질 강화’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게 이 부회장의 판단이란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13일 경영진 긴급 회의에서도 “단기 현안 대처에만 급급하지 말고 글로벌 경영 환경 변화의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흔들리지 않고 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소재 조달처 다변화 방안 마련
이에 따라 삼성 경영진이 삼성전자와 계열사를 망라하는 차원의 대응 방안을 곧 준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임직원은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국내 소재 업체와 접촉하고 중국·대만·미국 등지를 돌며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등의 긴급물량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충분한 수준은 아니지만 일부 물량을 확보한 것은 맞다”며 “당분간 공장 정상 가동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