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 약세를 위해 환율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의 환율조작을 비난해온 ‘기축통화국’ 미국이 환율시장에 개입하면 글로벌 환율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

15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인 핌코의 요아힘 펠스 고문은 투자메모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부 인사들이 약달러에 대한 관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데, 이는 시장에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이런 행동이 전면적 환율전쟁으로 고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미국이 달러 가치가 높아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3일 트위터를 통해선 “중국과 유럽이 통화정책을 통해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추고 있다. 미국도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96.54를 기록해 1년 전보다 2%가량 높았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최근 미국의 환율시장 개입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골드만삭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무역전쟁을 통해 어떤 조치든 가능하다는 인식을 투자자에게 안겨줬다”며 “(환율시장 개입은) 수십 년간의 규범에 반하는 것이지만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최근 대차대조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정부가 달러 약세를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는 1995년 도입한 ‘강달러 정책’을 공식 포기하거나, 달러를 환율시장에 매각하는 것이 있다. 미국은 1995년 이후 이런 개입을 한 적이 없다. BOA의 벤 랜돌 외환전략가는 미국이 행동보다 구두 개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강달러 정책 폐기만으로 달러 가치가 최대 10%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CNN비즈니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싶어하지만, 이는 환율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키트 저크스 소시에테제네랄(SG) 외환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신흥국이 (환율조작의) 주축이던 과거와 달리 미국이 전면에 나서면 차원이 다른 환율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