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소득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가 2011년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정부가 중산층 이상 지역가입자에 대한 재산보험료 부담을 높이고 주택 공시가격을 대폭 인상한 데 따른 영향이다.

반면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건보료는 4년 만에 줄어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보험료 격차가 25배로 벌어졌다. 세계에서 유례없이 재산에 건보료를 물리고, 세금도 아닌데 소득재분배 기능이 지나치게 큰 점 등 건강보험의 고질적인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3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8년 보험료 부담 대비 급여비 현황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상위 20%(5분위) 지역가입자의 가구당 월 건보료는 23만8000원에서 25만2340원으로 1만4340원(6.0%) 증가했다. 증가폭은 전년(3.0%)의 두 배고 2011년(7.9%) 후 7년 만에 가장 컸다.
고소득자 '건보료 폭탄'…7년만에 최대폭 증가
저소득과 고소득층 건보료 차이 25배

작년 5분위 지역가입자 건보료는 소득 하위 20%(1분위)보다 25배 많았다. 보험료 격차는 2014년 21배에서 2017년 22배로 완만하게 오르다가 지난해 확 뛰었다. 작년 5분위 건보료가 크게 늘고 1분위 지역가입자 건보료는 1만1060원에서 1만110원으로 8.6% 감소한 영향이다. 2014년(-2.3%) 후 첫 감소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시행된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의 핵심은 재산 규모에 따른 건보료 비중을 낮추는 것이었다. 재산보험료를 물리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고 직장가입자와 달리 지역가입자만 재산을 따지는 것은 차별이란 지적을 반영했다. 문제는 재산 5000만원 이하, 배기량 1600㏄ 이하 자동차 보유자 등 저소득층에게만 혜택을 주고 중산층 이상은 부담을 늘렸다는 점이다. 정부는 건보료를 매기는 소득·재산 등급표상 연소득 3860만원, 재산 과세표준 5억9700만원 이상인 지역가입자는 보험료를 더 내게 했다.

주택 공시가격 상승도 고소득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증가에 한몫했다. 주택 공시가격은 지역가입자의 재산보험료를 매기는 기준이다. 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2017년 8.1%에서 작년 10.2%로 뛰었다.

재산에 건보료를 매기지 않는 직장가입자는 소득 수준에 따른 건보료 격차가 크지 않았다. 작년 5분위 직장가입자는 1분위 대비 건보료를 6.7배 많이 냈다. 전년(6.9배)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이 많이 오른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은퇴자에 너무 가혹” 불만 높아

고소득 지역가입자는 보험료를 많이 내는 데 비해 혜택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지난해 5분위 지역가입자의 보험급여비, 즉 정부의 의료비 지원은 25만9000원으로 건보료보다 1.03배 많았다. 반면 1분위 지역가입자는 보험료 대비 보험급여가 16.1배에 이르렀다. 보험료를 1만원 내고 16만1000원 상당의 혜택을 받았다는 뜻이다.

은퇴자와 자영업자 사이에서 ‘병원을 많이 가지도 않는데 재산보험료 부담은 계속 증가하니 차라리 건강보험을 탈퇴하고 싶다’는 불만이 쇄도하는 이유다. 한 퇴직 공무원은 “소득은 공무원연금밖에 없는데 작년에만 건보료가 20만원 가까이 늘었다”며 “현행 건보 제도는 은퇴자에게 너무 가혹하다”고 말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건강보험은 가입자 전체를 대상으로 적절한 의료비 지원을 보장하는 제도이지 소득재분배가 주된 목적이 아니다”며 “우리나라 건보 제도는 세금 못지않게 소득재분배 기능이 지나치게 강해 가입자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로 ‘의료 쇼핑’이 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가의 의료서비스 문턱이 낮아지면서 필요 이상으로 병원을 찾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건보료 대비 10배 이상 보험급여를 받은 가구는 94만9000가구로, 전체의 5.3%였다. 전년보다 7만8000가구, 비중은 0.3%포인트 증가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