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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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바뀌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변신이다. 정보기술(IT) 기업만의 일이 아니다. 전통 제조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과거에는 기존 제품에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등을 적용해 소비자의 편의성을 끌어올리는 수준이었지만, 최근엔 사업 포트폴리오 자체를 바꾸는 추세다.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현실에 안주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기업들을 움직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4차 산업혁명 불꽃 속으로 한국 기업들이 간다!
스타트업 인수하고 외부 인재도 영입

삼성전자는 AI 연구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우수 인재를 적극 영입하는 동시에 국내외 유망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꾸준히 인수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영입한 해외 석학은 세바스찬 승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다. 다니엘 리 코넬대 교수도 스카우트했다. 이들은 모두 AI 분야 세계적 권위자로 인정받는다.

삼성전자가 투자한 대표적인 스타트업은 미국 AI 플랫폼 개발 기업인 비브랩스다. 비브랩스의 AI 플랫폼은 외부 서비스 제공자들이 각자의 서비스를 자연어 상태로 인공지능 인터페이스에 연결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플런티도 인수했다. 플런티는 대화형 AI 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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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2017년 11월 삼성리서치를 출범시켰다. 삼성리서치 산하에 AI 센터를 만들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AI 관련 선행연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해외 연구 기반도 마련 중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및 뉴욕, 캐나다 토론토 및 몬트리올, 영국 케임브리지, 러시아 모스크바 등에 AI 연구센터를 열었다.

현대·기아자동차도 미래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과거 외부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전략적 투자를 하고 있다. 투자 분야도 다양하다. 차량공유 기업부터 자율주행 기술 기업,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제작 기업, 드론 기업 등이 모두 현대차그룹 투자 대상에 포함됐다.

현대차는 ‘동남아시아의 우버’라 불리는 싱가포르 차량공유업체 그랩에 2억7500만달러(약 3100억원)를, 인도 차량호출 서비스기업 올라에 3억달러(약 3400억원)를 투자했다. 크로아티아 고성능 전기차 업체인 리막 오토모빌리에도 1000억원을 투자했다. 현대·기아차와 리막은 내년 고성능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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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이다. SK그룹 출신인 설원희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객원교수를 미래혁신기술센터장(부사장)으로 영입한 게 대표적이다. 삼성전자 출신인 지영조 전략기술본부장(사장)과 KT 출신인 윤경림 오픈이노베이션전략사업부장도 있다. ICT기술사업부장인 김지윤 상무와 ICT본부장 서정식 전무도 KT 출신이다. 에어랩 리더 김정희 상무는 네이버에서 일했던 인물이다.

미래 기술 확보에 ‘올인’

SK그룹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기술을 보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5세대(5G) 통신과 사이버 보안 등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두 회사가 힘을 모아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자는 취지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번 협력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차별화된 상품·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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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의 종합정보보안 회사인 SK인포섹은 새로운 융합보안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보안기술과 안전관리 기술을 합쳐 안전사고, 재난재해 등으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시큐디움 아이오티(Secudium IoT)’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 서비스는 위험 요소를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사고를 예방한다.

LG그룹은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중심으로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있다. 이곳에는 LG그룹의 연구개발 인력 2만2000여 명이 집결한다. 업종이 다른 계열사들이 한데 모여 대규모 융복합 연구단지를 조성한 것은 국내 최초다. LG그룹은 LG사이언스파크에 총 4조원을 투자했다. 축구장 24개 크기인 17만여㎡(약 5만3000평) 부지에 연면적 111만여㎡(약 33만7000평) 규모로 만들어졌다. 연면적 기준으로 서울 여의도 총 면적의 3분의 1이 넘는다.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하우시스,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 CNS 등 8개 계열사 연구인력 1만7000여 명이 집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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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은 이곳을 개방형 R&D 생태계의 중심지로 육성할 계획이다. 글로벌 선도기업은 물론 중소 스타트업과 공동 연구를 하는 공간으로 운영하겠다는 전략이다. LG 관계자는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의 외부와 협업을 통해 각 사의 미래성장 동력도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