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에 치이고 NO재팬에 터지고…한국 기업 롯데의 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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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부지 제공해 中에 '미운털'
日기업이란 오해로 불매 타깃
日기업이란 오해로 불매 타깃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일본은 한국에 3억달러를 무상으로 줬다. 이 돈으로 식민지 지배와 관련된 모든 보상을 해줬다는 게 일본의 주장이다. 10여 년 후인 1970년대 중반 신격호 롯데 창업자는 호텔을 짓기 위해 1억5000만달러를 한국에 들여왔다. 무상으로 일본 정부로부터 받은 자금의 절반 규모다.
이 자금을 기반으로 롯데는 한국에서 사업을 일으켰다. 작년 한국 롯데는 약 100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 고용인원만 13만 명에 이른다. 매출은 일본 롯데의 28배, 고용은 25배 많다. 롯데는 앞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부지를 국가에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쫓겨나다시피 했다. 이런 롯데지만 최근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타깃이 되고 있다. 주변국과 갈등이 있을 때마다 롯데는 계속 희생양이 되고 있는 셈이다.
롯데면 무조건 일본 낙인
일본 기업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된 뒤 롯데의 주류, 식품, 유통, 패션 사업들이 영향을 받았다. 일본 기업과 함께 국내에서 하는 사업이 대부분 문제가 됐다. 유니클로 무인양품 아사히맥주 등이다. 하지만 불매운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롯데가 자체적으로 하는 사업에도 영향을 줬다. ‘처음처럼’이 대표적이다.
주로 소셜미디어(SNS)에 불매운동에 참여했다는 글이 많이 올라온다. “처음처럼 끊고 참이슬로 갈아탔다”는 식이다. 그러나 처음처럼은 일본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롯데칠성음료 주류사업부의 소주 브랜드일 뿐이다. 두산으로부터 인수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그렇다. ‘일본 기업’이란 낙인이 찍혀 있다.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 한국 세븐일레븐은 코리아세븐이란 법인을 통해 운영한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롯데지주다. 롯데지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은 96.8%. 일본 지분은 없다. 일본으로 가는 것은 일부 로열티다. 그것도 일본으로 직접 가는 것이 아니다. 세븐일레븐 미국 본사를 거쳐 일부가 간다. 세븐일레븐 본사를 일본의 세븐아이홀딩스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세븐일레븐 매장 대부분은 개별 점주가 프랜차이즈로 운영한다. 불매운동의 피해는 고스란히 점주들에게 돌아간다. 롯데가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코리아세븐이 최근 “세븐일레븐은 글로벌 브랜드이고, 이를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대한민국 기업”이라는 내용의 긴급 안내문을 보낸 것도 점주들 피해를 우려한 조치였다.
증시에 상장된 롯데 계열사 주가 폭락은 불매운동이 빌미가 됐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투자자들은 일본 관련주란 이유로 투자를 꺼렸다. 최근 한 달 새 롯데지주(-29.6%), 롯데쇼핑(-24.1%), 롯데하이마트(-23.2%) 등 주력 계열사 주가는 20% 이상 떨어졌다. 7일 기준 롯데쇼핑 시가총액(3조4654억원)은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3조6037억원)에도 못 미친다.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롭스 등 롯데의 주요 유통 사업을 이끌고 있는 회사다.
롯데지주 세워 ‘脫일본’
롯데를 일본 기업이라고 주장하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과거 지배구조가 큰 영향을 미쳤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1948년 일본에서 롯데를 세운 뒤 1967년 한국으로 건너와 국내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국내 주요 투자가 이뤄질 때마다 일본 롯데 자금을 활용했다. 일본에서 번 돈을 한국에 투자한 셈이다. 이에 따라 국내 롯데 계열사들이 일본 롯데와 복잡하게 지분관계로 얽혔다.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신동빈 회장이 나섰다. 그는 일본 롯데와 지분 고리를 끊는 데 주력했다. 2017년 10월 국내에 지주사(롯데지주)를 세웠다. 신 회장 자신이 최대주주가 됐다. 그리고 롯데지주 아래로 계열사를 모았다.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롯데제과 등 그룹 내 주력 계열사 대부분이 들어갔다. 현재 롯데지주 밑에 놓인 계열사는 90여 곳 중 총 66개.
호텔롯데 상장도 추진 중이다. 호텔롯데만 상장하면 일본과의 관계는 상당 부분 정리된다. 일본 롯데가 99%의 지분을 보유한 호텔롯데를 증시에 상장해 일본 주주 지분율을 50% 미만으로 떨어뜨릴 예정이다.
법적으로도 한국 법인
이런 노력과 매출, 고용, 투자 등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조차 일본 롯데를 한국 롯데의 계열사로 판단하고 있을 정도다. 법적으로도 롯데를 일본 기업으로 볼 수 없다. 일반적으로 본사가 어느 나라에 있는지와 어느 나라 법에 따라 설립됐는지로 기업 국적을 판단한다. 이에 비춰봐도 롯데를 일본 기업이라고 부르는 것은 법적 무지의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일본 기업’이란 오명에서 온전히 벗어나지 못한 책임 일부는 롯데에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동안 롯데가 한국 사회에서 쌓아온 이미지가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수난은 있었다. 롯데는 2015년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이듬해 검찰 조사,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등을 연이어 겪었다. 이 과정에서 신 회장은 8개월간 실형을 살기도 했다.
작년 10월 경영에 복귀한 신 회장이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자”고 강조한 것은 이런 롯데에서 벗어나자는 얘기였다. 외풍에 많이 시달리다 보니 ‘국민 정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지난달 사장단 회의에서 그가 제시한 ‘공감(共感)’이란 화두도 그렇다.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사회와 공감하지 못하는 기업은 존재할 수도, 성장할 수도 없다”고 했다. 롯데가 ‘일본 기업’이란 이미지를 벗기 위해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들고 나온 이유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이 자금을 기반으로 롯데는 한국에서 사업을 일으켰다. 작년 한국 롯데는 약 100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 고용인원만 13만 명에 이른다. 매출은 일본 롯데의 28배, 고용은 25배 많다. 롯데는 앞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부지를 국가에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쫓겨나다시피 했다. 이런 롯데지만 최근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타깃이 되고 있다. 주변국과 갈등이 있을 때마다 롯데는 계속 희생양이 되고 있는 셈이다.
롯데면 무조건 일본 낙인
일본 기업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된 뒤 롯데의 주류, 식품, 유통, 패션 사업들이 영향을 받았다. 일본 기업과 함께 국내에서 하는 사업이 대부분 문제가 됐다. 유니클로 무인양품 아사히맥주 등이다. 하지만 불매운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롯데가 자체적으로 하는 사업에도 영향을 줬다. ‘처음처럼’이 대표적이다.
주로 소셜미디어(SNS)에 불매운동에 참여했다는 글이 많이 올라온다. “처음처럼 끊고 참이슬로 갈아탔다”는 식이다. 그러나 처음처럼은 일본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롯데칠성음료 주류사업부의 소주 브랜드일 뿐이다. 두산으로부터 인수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그렇다. ‘일본 기업’이란 낙인이 찍혀 있다.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 한국 세븐일레븐은 코리아세븐이란 법인을 통해 운영한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롯데지주다. 롯데지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은 96.8%. 일본 지분은 없다. 일본으로 가는 것은 일부 로열티다. 그것도 일본으로 직접 가는 것이 아니다. 세븐일레븐 미국 본사를 거쳐 일부가 간다. 세븐일레븐 본사를 일본의 세븐아이홀딩스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세븐일레븐 매장 대부분은 개별 점주가 프랜차이즈로 운영한다. 불매운동의 피해는 고스란히 점주들에게 돌아간다. 롯데가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다. 코리아세븐이 최근 “세븐일레븐은 글로벌 브랜드이고, 이를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대한민국 기업”이라는 내용의 긴급 안내문을 보낸 것도 점주들 피해를 우려한 조치였다.
증시에 상장된 롯데 계열사 주가 폭락은 불매운동이 빌미가 됐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투자자들은 일본 관련주란 이유로 투자를 꺼렸다. 최근 한 달 새 롯데지주(-29.6%), 롯데쇼핑(-24.1%), 롯데하이마트(-23.2%) 등 주력 계열사 주가는 20% 이상 떨어졌다. 7일 기준 롯데쇼핑 시가총액(3조4654억원)은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3조6037억원)에도 못 미친다.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롭스 등 롯데의 주요 유통 사업을 이끌고 있는 회사다.
롯데지주 세워 ‘脫일본’
롯데를 일본 기업이라고 주장하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과거 지배구조가 큰 영향을 미쳤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1948년 일본에서 롯데를 세운 뒤 1967년 한국으로 건너와 국내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국내 주요 투자가 이뤄질 때마다 일본 롯데 자금을 활용했다. 일본에서 번 돈을 한국에 투자한 셈이다. 이에 따라 국내 롯데 계열사들이 일본 롯데와 복잡하게 지분관계로 얽혔다.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신동빈 회장이 나섰다. 그는 일본 롯데와 지분 고리를 끊는 데 주력했다. 2017년 10월 국내에 지주사(롯데지주)를 세웠다. 신 회장 자신이 최대주주가 됐다. 그리고 롯데지주 아래로 계열사를 모았다.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롯데제과 등 그룹 내 주력 계열사 대부분이 들어갔다. 현재 롯데지주 밑에 놓인 계열사는 90여 곳 중 총 66개.
호텔롯데 상장도 추진 중이다. 호텔롯데만 상장하면 일본과의 관계는 상당 부분 정리된다. 일본 롯데가 99%의 지분을 보유한 호텔롯데를 증시에 상장해 일본 주주 지분율을 50% 미만으로 떨어뜨릴 예정이다.
법적으로도 한국 법인
이런 노력과 매출, 고용, 투자 등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조차 일본 롯데를 한국 롯데의 계열사로 판단하고 있을 정도다. 법적으로도 롯데를 일본 기업으로 볼 수 없다. 일반적으로 본사가 어느 나라에 있는지와 어느 나라 법에 따라 설립됐는지로 기업 국적을 판단한다. 이에 비춰봐도 롯데를 일본 기업이라고 부르는 것은 법적 무지의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일본 기업’이란 오명에서 온전히 벗어나지 못한 책임 일부는 롯데에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그동안 롯데가 한국 사회에서 쌓아온 이미지가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수난은 있었다. 롯데는 2015년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이듬해 검찰 조사,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등을 연이어 겪었다. 이 과정에서 신 회장은 8개월간 실형을 살기도 했다.
작년 10월 경영에 복귀한 신 회장이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자”고 강조한 것은 이런 롯데에서 벗어나자는 얘기였다. 외풍에 많이 시달리다 보니 ‘국민 정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지난달 사장단 회의에서 그가 제시한 ‘공감(共感)’이란 화두도 그렇다.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사회와 공감하지 못하는 기업은 존재할 수도, 성장할 수도 없다”고 했다. 롯데가 ‘일본 기업’이란 이미지를 벗기 위해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들고 나온 이유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