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 국내 LCD 생산 절반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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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發 공급과잉에 가동 멈춰
LG도 일부 라인 중단 검토
LG도 일부 라인 중단 검토
삼성디스플레이가 월 12만 장 규모의 국내 대형 LCD(액정표시장치)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한다. 중국발(發) LCD 공급 과잉에 미·중 무역분쟁까지 겹치면서 세계적으로 TV 수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월 9만 장의 LCD 패널을 생산하는 충남 아산사업장 8.5세대 LCD 생산라인 L8-1의 가동을 이달 중단한다. 또 L8-2-1라인도 다음달부터 월 생산량을 3만 장 줄일 예정이다. 국내에서 매달 생산한 LCD 패널 약 25만 장 가운데 절반 가까운 물량의 생산을 중단하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 공간에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퀀텀닷(QD)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생산을 위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으나 최종 결정은 아직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도 경기 파주 8.5세대 LCD 생산라인 P8-2의 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업계가 잇달아 가동을 멈추는 건 LCD 가격이 급락해 손실이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지난 7월 43인치 LCD 패널 평균 판매 가격은 77달러로, 작년 1월(106달러)보다 27% 하락했다. 디스플레이업계의 ‘탈(脫)LCD’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면서 조만간 인력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공급과잉에 美·中 분쟁으로 TV수요 '뚝'…LCD發 인력 구조조정 예고
국내 디스플레이업계의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생산라인 가동 중단은 예견된 일이었다. 2017년 세계 1위 LCD 업체이던 LG디스플레이가 중국 BOE에 1위 자리를 내주면서부터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탈(脫)LCD 및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의 전환’을 추진했다. 공급 과잉이 더 심해지기 전에 중국 업체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OLED 사업으로 넘어간다는 계획이었다.
문제는 LCD업계 불황이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다는 점이다. 중국 업체들이 대형 LCD 패널을 쏟아붓는 와중에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경기 둔화로 TV 수요가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TV에 들어가는 LCD 패널 가격은 지난 5월부터 다시 급락했다. 국내 디스플레이업계는 LCD에서 번 돈을 OLED에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LCD사업에서 올 상반기 수백억원의 적자를 냈다. LG디스플레이는 상반기에 500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는 여전히 매출의 70% 이상을 LCD에 의존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가동 중단 검토
삼성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LG디스플레이도 8.5세대 LCD 생산라인 가동 중단을 고려하고 있는 배경이다. 중국 TV업체들의 판매가 부진하면서 중국 디스플레이업계의 재고도 빠르게 늘고 있다. 서동희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전무)는 “이미 파주 8.5세대 LCD 라인은 재고 조절을 위한 가동률 조정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의사결정 내용은 단순한 가동률 조정이 아니라 라인을 계속 가동해야 하는지까지 포함해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동률 조정이란 설비를 유휴 상태로 놔두면서 가동률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8.5세대 LCD를 생산하고 있는 파주 P8 공장의 가동률은 60%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LCD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하고 이를 OLED 라인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생산 제품을 바꾸는 과정에서 생산량이 큰 폭으로 줄면서 인력이 남아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3분기 창사 이후 처음으로 생산직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지난 2분기 말 직원 수는 2만9147명으로, 1년 전(3만3522명)에 비해 13% 이상 줄었다.
LG디스플레이는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지난달 31일 8134억원 규모의 해외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1년 뒤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이 대량으로 발행되면서 유통 물량 확대에 따른 주가 하락 우려는 더 커졌다. 시장에서는 인력 감원 없이는 자금 조달을 위한 신규 투자자 모집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룹 차원에서는 계열사로의 생산직 전환 배치 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제적으로 생산량을 줄인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의존도가 20%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인한 추가 인력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대형 OLED 투자 가속화
LG디스플레이는 오는 29일 열리는 중국 광저우 공장 준공식을 계기로 ‘OLED 세계화 전략’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대형 OLED를 생산하는 업체는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중국 TV업체들도 프리미엄 TV를 생산하기 위해 OLED 패널 구매를 원하지만 패널이 없어 못 파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광저우 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면 물량 공급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시험생산 과정에서 수율을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대형 LCD를 대체하기 위해 퀀텀닷(QD) OLED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LCD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하고 이곳을 QD OLED 생산라인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지만 양산 능력 확보 등의 문제로 1년 가까이 관련 투자가 늦어지고 있다.
3분기부터 가전업계의 성수기가 시작되는 만큼 LCD 패널 가격이 소폭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반등일 뿐 장기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CD 패널 가격이 하락하는 한 OLED사업 확대를 통한 수익성 개선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연/황정수 기자 yeon@hankyung.com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월 9만 장의 LCD 패널을 생산하는 충남 아산사업장 8.5세대 LCD 생산라인 L8-1의 가동을 이달 중단한다. 또 L8-2-1라인도 다음달부터 월 생산량을 3만 장 줄일 예정이다. 국내에서 매달 생산한 LCD 패널 약 25만 장 가운데 절반 가까운 물량의 생산을 중단하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 공간에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퀀텀닷(QD)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생산을 위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으나 최종 결정은 아직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도 경기 파주 8.5세대 LCD 생산라인 P8-2의 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업계가 잇달아 가동을 멈추는 건 LCD 가격이 급락해 손실이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지난 7월 43인치 LCD 패널 평균 판매 가격은 77달러로, 작년 1월(106달러)보다 27% 하락했다. 디스플레이업계의 ‘탈(脫)LCD’가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면서 조만간 인력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공급과잉에 美·中 분쟁으로 TV수요 '뚝'…LCD發 인력 구조조정 예고
국내 디스플레이업계의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생산라인 가동 중단은 예견된 일이었다. 2017년 세계 1위 LCD 업체이던 LG디스플레이가 중국 BOE에 1위 자리를 내주면서부터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탈(脫)LCD 및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의 전환’을 추진했다. 공급 과잉이 더 심해지기 전에 중국 업체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OLED 사업으로 넘어간다는 계획이었다.
문제는 LCD업계 불황이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다는 점이다. 중국 업체들이 대형 LCD 패널을 쏟아붓는 와중에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경기 둔화로 TV 수요가 꽁꽁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TV에 들어가는 LCD 패널 가격은 지난 5월부터 다시 급락했다. 국내 디스플레이업계는 LCD에서 번 돈을 OLED에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LCD사업에서 올 상반기 수백억원의 적자를 냈다. LG디스플레이는 상반기에 500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는 여전히 매출의 70% 이상을 LCD에 의존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가동 중단 검토
삼성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LG디스플레이도 8.5세대 LCD 생산라인 가동 중단을 고려하고 있는 배경이다. 중국 TV업체들의 판매가 부진하면서 중국 디스플레이업계의 재고도 빠르게 늘고 있다. 서동희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전무)는 “이미 파주 8.5세대 LCD 라인은 재고 조절을 위한 가동률 조정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의사결정 내용은 단순한 가동률 조정이 아니라 라인을 계속 가동해야 하는지까지 포함해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동률 조정이란 설비를 유휴 상태로 놔두면서 가동률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8.5세대 LCD를 생산하고 있는 파주 P8 공장의 가동률은 60%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LCD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하고 이를 OLED 라인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생산 제품을 바꾸는 과정에서 생산량이 큰 폭으로 줄면서 인력이 남아돌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3분기 창사 이후 처음으로 생산직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지난 2분기 말 직원 수는 2만9147명으로, 1년 전(3만3522명)에 비해 13% 이상 줄었다.
LG디스플레이는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지난달 31일 8134억원 규모의 해외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1년 뒤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이 대량으로 발행되면서 유통 물량 확대에 따른 주가 하락 우려는 더 커졌다. 시장에서는 인력 감원 없이는 자금 조달을 위한 신규 투자자 모집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룹 차원에서는 계열사로의 생산직 전환 배치 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제적으로 생산량을 줄인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의존도가 20%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인한 추가 인력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대형 OLED 투자 가속화
LG디스플레이는 오는 29일 열리는 중국 광저우 공장 준공식을 계기로 ‘OLED 세계화 전략’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대형 OLED를 생산하는 업체는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중국 TV업체들도 프리미엄 TV를 생산하기 위해 OLED 패널 구매를 원하지만 패널이 없어 못 파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광저우 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면 물량 공급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시험생산 과정에서 수율을 끌어올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대형 LCD를 대체하기 위해 퀀텀닷(QD) OLED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LCD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하고 이곳을 QD OLED 생산라인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지만 양산 능력 확보 등의 문제로 1년 가까이 관련 투자가 늦어지고 있다.
3분기부터 가전업계의 성수기가 시작되는 만큼 LCD 패널 가격이 소폭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반등일 뿐 장기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CD 패널 가격이 하락하는 한 OLED사업 확대를 통한 수익성 개선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연/황정수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