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빚 늘려 버텼다…금융위기 후 최대 7.8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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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액 213兆6천억 달해
1년새 12% 가파른 증가
1년새 12% 가파른 증가
경기 침체와 최저임금 인상에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의 빚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 ‘돈벌이’가 시원치 않자 대출로 연명하는 자영업자가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을 보면 지난 6월 말 기준 자영업자가 몰려 있는 도소매·숙박·음식점 업종의 대출금 잔액은 3월 말보다 7조7987억원(3.8%) 증가한 213조5875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6월 말(190조7524억원)보다 11.9%(22조8351억원) 늘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집계를 시작한 2008년 이후 가장 높았다.
자영업자들의 대출 증가 속도는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른 2018년 이후 빨라지고 있다. 분기별 대출 증가율 평균치(전년 동기 대비)는 2016년 7.6%, 2017년 7.2%에서 2018년에는 9.5%로 올라섰다. 올 들어선 11%를 웃돌았다. 자영업 대출금은 2017년 말과 비교해 33조원가량 늘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경기 침체와 인건비 부담에 타격을 받은 자영업자들이 운영자금과 생활자금을 빚으로 충당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경기 악화가 지속되면 자영업자 대출은 가계대출과 함께 금융권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 2분기에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신설 법인은 6342개로 지난해 2분기(6524개)보다 줄었다.
자영업 짓누르는 213兆 '빚폭탄'…가계빚 맞물려 금융부실 '뇌관'
2분기 도소매·숙박·음식업 대출 증가율 금융위기 후 최대
“작년까진 근근이 버텨왔지만 올해는 경기 불황과 침체된 소비로 유난히 더 힘이 드네요. 하나둘 옆 매장은 비어나가는 상황에서 내년에도 시급이 오르는데 주휴수당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매장을 내놓고 싶어도 선뜻 하겠다는 사람도 없습니다. 현장 목소리를 한 번만 직접 나오셔서 들어봐주세요.”
대형마트에서 의류업을 한다는 자영업자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린 이 글은 보름여 만에 2000명 가까운 사람이 동의를 나타냈다. 경기 침체, 최저임금 인상, 베이비부머의 대량 은퇴에 따른 자영업 포화 등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자영업자가 느끼는 어려움이 얼마나 큰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올 들어 경제 지표 곳곳에서 자영업의 위기는 확연하게 드러난다. 자영업자 대출이 사상 최대 규모로 늘고, 소득은 내리막을 타고 있다. 취약계층 중에서 그나마 근로자는 정부 재정지출과 공적연금 강화 등으로 소득 감소세가 멈췄지만 이런 혜택에서도 소외된 자영업자는 제대로 된 출구 전략도 없이 빚으로 버티고 있다.
빚 내서 버티는 자영업자
지난 6월 말 현재 대표적 자영업 분야인 도소매·음식숙박업종의 대출금은 213조58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9% 증가했다.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1분기의 11.8%를 뛰어넘었다. 도소매·음식숙박업종에는 유통 식품 대기업 등도 있지만 금융권 대출을 받는 곳은 대부분 중소형 자영업체다. 올 2분기에 도소매·숙박 및 음식점업 신설 법인 숫자가 6342개로 지난해 2분기(6524개)보다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 증가세다.
장기적인 추세를 보면 당시보다 오히려 더 심각하다. 2009년에는 1분기에 대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에 달했다가 2분기 7.6%, 3분기 5.6%, 4분기 3.2%로 떨어지는 등 빠르게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 대외변수 등으로 위축됐던 소비가 비교적 단기간에 풀렸다. 하지만 최근 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10.7%, 올 1분기 11.4%에 달하는 등 계속 확대되고 있다.
경기 활황기에는 가게를 넓히거나 신규 점포가 생기면서 시설자금 대출이 늘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시설자금 대출은 오히려 둔화되고 있다. 2분기 시설자금 대출 증가율은 10.95%로 2010년 이후 가장 낮았다. 인건비 및 임차료, 재료비 등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대출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는 얘기다. 전형적인 ‘불황형 대출’이다.
대출의 질도 나빠졌다. 도소매·음식숙박업종의 대출 중 은행 대출 증가율은 4분기째 7%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 대출은 1분기 26.1%, 2분기 28.6%에 달하는 등 매 분기 사상 최고치를 찍고 있다.
소비 회복 기미는 막막
자영업자 소득은 줄거나 정체되는 양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계 소득 중 월 근로소득은 지난해 2분기 평균 303만원에서 올 2분기 316만원으로 증가했다. 전체 월 소득도 453만원에서 470만원으로 늘었다. 반면 개인 자영업자의 소득을 의미하는 사업소득은 월 95만원에서 90만원으로 줄었다. 정부가 단기 일자리를 대폭 늘리고 기초연금을 확대하는 등 취약계층의 지원을 강화했지만 상대적으로 저소득 자영업자는 지원에서 배제됐다. 오히려 인건비 부담만 커졌다. 내수 경기가 살아나야 하는데 소비심리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소비자들의 체감 경기를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2.5로 3년7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악화했다.
자영업자가 흔들리면 고용이 줄고 내수경기는 더 나빠지는 등 거시경제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가계부채가 역대 최대인 1556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한계에 내몰린 자영업자의 대출이 빠르게 부실화될 수 있다”며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자영업 대출이 가계대출과 함께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김익환/고경봉 기자 lovepen@hankyung.com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을 보면 지난 6월 말 기준 자영업자가 몰려 있는 도소매·숙박·음식점 업종의 대출금 잔액은 3월 말보다 7조7987억원(3.8%) 증가한 213조5875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6월 말(190조7524억원)보다 11.9%(22조8351억원) 늘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집계를 시작한 2008년 이후 가장 높았다.
자영업자들의 대출 증가 속도는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른 2018년 이후 빨라지고 있다. 분기별 대출 증가율 평균치(전년 동기 대비)는 2016년 7.6%, 2017년 7.2%에서 2018년에는 9.5%로 올라섰다. 올 들어선 11%를 웃돌았다. 자영업 대출금은 2017년 말과 비교해 33조원가량 늘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경기 침체와 인건비 부담에 타격을 받은 자영업자들이 운영자금과 생활자금을 빚으로 충당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경기 악화가 지속되면 자영업자 대출은 가계대출과 함께 금융권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 2분기에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신설 법인은 6342개로 지난해 2분기(6524개)보다 줄었다.
자영업 짓누르는 213兆 '빚폭탄'…가계빚 맞물려 금융부실 '뇌관'
2분기 도소매·숙박·음식업 대출 증가율 금융위기 후 최대
“작년까진 근근이 버텨왔지만 올해는 경기 불황과 침체된 소비로 유난히 더 힘이 드네요. 하나둘 옆 매장은 비어나가는 상황에서 내년에도 시급이 오르는데 주휴수당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매장을 내놓고 싶어도 선뜻 하겠다는 사람도 없습니다. 현장 목소리를 한 번만 직접 나오셔서 들어봐주세요.”
대형마트에서 의류업을 한다는 자영업자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린 이 글은 보름여 만에 2000명 가까운 사람이 동의를 나타냈다. 경기 침체, 최저임금 인상, 베이비부머의 대량 은퇴에 따른 자영업 포화 등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자영업자가 느끼는 어려움이 얼마나 큰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올 들어 경제 지표 곳곳에서 자영업의 위기는 확연하게 드러난다. 자영업자 대출이 사상 최대 규모로 늘고, 소득은 내리막을 타고 있다. 취약계층 중에서 그나마 근로자는 정부 재정지출과 공적연금 강화 등으로 소득 감소세가 멈췄지만 이런 혜택에서도 소외된 자영업자는 제대로 된 출구 전략도 없이 빚으로 버티고 있다.
빚 내서 버티는 자영업자
지난 6월 말 현재 대표적 자영업 분야인 도소매·음식숙박업종의 대출금은 213조58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9% 증가했다.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1분기의 11.8%를 뛰어넘었다. 도소매·음식숙박업종에는 유통 식품 대기업 등도 있지만 금융권 대출을 받는 곳은 대부분 중소형 자영업체다. 올 2분기에 도소매·숙박 및 음식점업 신설 법인 숫자가 6342개로 지난해 2분기(6524개)보다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 증가세다.
장기적인 추세를 보면 당시보다 오히려 더 심각하다. 2009년에는 1분기에 대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에 달했다가 2분기 7.6%, 3분기 5.6%, 4분기 3.2%로 떨어지는 등 빠르게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 대외변수 등으로 위축됐던 소비가 비교적 단기간에 풀렸다. 하지만 최근 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10.7%, 올 1분기 11.4%에 달하는 등 계속 확대되고 있다.
경기 활황기에는 가게를 넓히거나 신규 점포가 생기면서 시설자금 대출이 늘어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시설자금 대출은 오히려 둔화되고 있다. 2분기 시설자금 대출 증가율은 10.95%로 2010년 이후 가장 낮았다. 인건비 및 임차료, 재료비 등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대출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는 얘기다. 전형적인 ‘불황형 대출’이다.
대출의 질도 나빠졌다. 도소매·음식숙박업종의 대출 중 은행 대출 증가율은 4분기째 7%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 대출은 1분기 26.1%, 2분기 28.6%에 달하는 등 매 분기 사상 최고치를 찍고 있다.
소비 회복 기미는 막막
자영업자 소득은 줄거나 정체되는 양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계 소득 중 월 근로소득은 지난해 2분기 평균 303만원에서 올 2분기 316만원으로 증가했다. 전체 월 소득도 453만원에서 470만원으로 늘었다. 반면 개인 자영업자의 소득을 의미하는 사업소득은 월 95만원에서 90만원으로 줄었다. 정부가 단기 일자리를 대폭 늘리고 기초연금을 확대하는 등 취약계층의 지원을 강화했지만 상대적으로 저소득 자영업자는 지원에서 배제됐다. 오히려 인건비 부담만 커졌다. 내수 경기가 살아나야 하는데 소비심리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소비자들의 체감 경기를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2.5로 3년7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악화했다.
자영업자가 흔들리면 고용이 줄고 내수경기는 더 나빠지는 등 거시경제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가계부채가 역대 최대인 1556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한계에 내몰린 자영업자의 대출이 빠르게 부실화될 수 있다”며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자영업 대출이 가계대출과 함께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김익환/고경봉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