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안 망한다고?…'우발채무' 외면하다 큰코다친다"[증권사 블랙스완 부동산PF④-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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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비은행권 거시건전성 관리강화 연구' 진행
"리스크 관리조치 필수…증권사 네트워크 시스템 점검해야"
"리스크 관리조치 필수…증권사 네트워크 시스템 점검해야"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가 증권사들의 독무대가 됐다. 하지만 정부가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기로 하는 등 부동산 시장 침체 위험이 높아지고 있어 문제다. 금융당국이나 신용평가사도 제2의 저축은행 사태를 우려해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증권사 부동산PF의 현황과 위험요인을 살펴보고, 블랙스완(예상치 못한 위험)과 마주치지 않을 방안을 알아본다.[편집자주]
"증권사들이 부동산PF 비중을 확대하는 배경에는 부동산은 망하지 않는다는 뿌리 깊은 신뢰가 있다. 흔히 부동산 불패라고 하는데 금융투자 시장에서 영원한 건 없다. 부동산PF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은행과 금융연구원 등을 거치며 부동산금융 연구를 다수 수행, 비은행권 재무 전문가로 손꼽히는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재무)는 이달 초 진행된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증권사들이 부동산 경기 둔화에 따른 우려에도 부동산PF 채무보증(우발채무)을 무리하게 확대하고 있다"면서 "당장의 수수료 수익을 위해 리시크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리스크를 해소할 방안으로는 증권사들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와 위험가중치 조정을 꼽았다. 강 교수는 "개별 증권사는 물론이고 PF 사업장에 대한 현황 점검과 전체 증권사의 네트워크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며 "부동산 경기둔화에 따른 부실이 특정 증권사를 넘어 전체 금융권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주장은 금융당국, 금융연구원, 신용평가사 등을 중심으로 올 초부터 확산되고 있다. 증권사들이 수익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우발채무 비중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먼저 나섰다. 지난 5월 증권사의 부동산PF 관련 잠재리스크 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한 금융위는 부동산PF 건전성 규제를 정비하고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관련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나라장터)에 따르면 금융위는 예산 2억원을 편성해 '비은행권 거시건전성 관리강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해당 연구에는 '채무보증이 과도한 증권사에 대한 리스크 관리조치 도입 방안'과 '증권사의 NCR(영업용순자본비율) 적정성 제고 방안' 등이 포함됐다. 부동산PF 관련 방안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강 교수는 부동산PF 우발채무의 위험성을 특히 높게 봤다. 우발채무는 대차대조표(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재 시점의 자산과 부채 등이 담긴 자료)에 포함되지 않아 당장의 부채는 아니다. 다만 우발적인 사태가 발생할 경우 부채로 확정되기 때문에 '숨겨진 위험' '암과 같은 존재'라고 불린다. 뒤늦게 발견하면 늦었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의 입장은 다르다. 부동산PF가 진행된 물건 대부분의 안전성이 매우 높을 뿐더러 부동산 침체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는 것이다. 증권사 부동산PF 담당 임원은 "단순히 우발채무가 늘어났다는 사실만으로 위기를 말하는 건 무리가 있다"며 "일어날 가능성도 낮고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문제가 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규제를 강화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강 교수의 생각이다. 금융투자 산업의 특성상 위험가중치 조정 등의 선제적 조치가 없으면 증권사들의 우발채무는 우후죽순 늘어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증권사들이 중후순위 물건과 무등급 시공사에 투자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다"면서 "무조건 위험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부실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다. 위험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잠재리스크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방안으로는 신용공여 한도 설정, 위험가중치 조정,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등을 제시했다. 강 교수는 "채무보증 비중의 상한선을 정해 이를 넘을 경우 대응 방안을 마련하도록 해야한다"며 "개별 증권사의 부실이 금융권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업계 전체의 문제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한국은행과 금융연구원 등을 거치며 부동산금융 연구를 다수 수행, 비은행권 재무 전문가로 손꼽히는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재무)는 이달 초 진행된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증권사들이 부동산 경기 둔화에 따른 우려에도 부동산PF 채무보증(우발채무)을 무리하게 확대하고 있다"면서 "당장의 수수료 수익을 위해 리시크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리스크를 해소할 방안으로는 증권사들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와 위험가중치 조정을 꼽았다. 강 교수는 "개별 증권사는 물론이고 PF 사업장에 대한 현황 점검과 전체 증권사의 네트워크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며 "부동산 경기둔화에 따른 부실이 특정 증권사를 넘어 전체 금융권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주장은 금융당국, 금융연구원, 신용평가사 등을 중심으로 올 초부터 확산되고 있다. 증권사들이 수익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우발채무 비중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먼저 나섰다. 지난 5월 증권사의 부동산PF 관련 잠재리스크 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한 금융위는 부동산PF 건전성 규제를 정비하고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관련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나라장터)에 따르면 금융위는 예산 2억원을 편성해 '비은행권 거시건전성 관리강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해당 연구에는 '채무보증이 과도한 증권사에 대한 리스크 관리조치 도입 방안'과 '증권사의 NCR(영업용순자본비율) 적정성 제고 방안' 등이 포함됐다. 부동산PF 관련 방안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강 교수는 부동산PF 우발채무의 위험성을 특히 높게 봤다. 우발채무는 대차대조표(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재 시점의 자산과 부채 등이 담긴 자료)에 포함되지 않아 당장의 부채는 아니다. 다만 우발적인 사태가 발생할 경우 부채로 확정되기 때문에 '숨겨진 위험' '암과 같은 존재'라고 불린다. 뒤늦게 발견하면 늦었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의 입장은 다르다. 부동산PF가 진행된 물건 대부분의 안전성이 매우 높을 뿐더러 부동산 침체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는 것이다. 증권사 부동산PF 담당 임원은 "단순히 우발채무가 늘어났다는 사실만으로 위기를 말하는 건 무리가 있다"며 "일어날 가능성도 낮고 현재까지 단 한 차례도 문제가 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규제를 강화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강 교수의 생각이다. 금융투자 산업의 특성상 위험가중치 조정 등의 선제적 조치가 없으면 증권사들의 우발채무는 우후죽순 늘어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증권사들이 중후순위 물건과 무등급 시공사에 투자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다"면서 "무조건 위험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부실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다. 위험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잠재리스크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방안으로는 신용공여 한도 설정, 위험가중치 조정,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등을 제시했다. 강 교수는 "채무보증 비중의 상한선을 정해 이를 넘을 경우 대응 방안을 마련하도록 해야한다"며 "개별 증권사의 부실이 금융권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업계 전체의 문제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