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이 직접고용하라"…KTX·SRT 객실승무원 파업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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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 수납원 직고용' 후폭풍
大法 판결 후 첫 공공부문 파업
자회사 대신 본사 직접고용 요구
열차운행 지장 없지만 승객 불편
大法 판결 후 첫 공공부문 파업
자회사 대신 본사 직접고용 요구
열차운행 지장 없지만 승객 불편
고속철도 KTX와 SRT 객실승무원들이 11일 임금 인상과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2016년 SRT 개통 이후 두 고속철도 승무원이 공동파업을 벌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공동파업은 표면적으론 지난해 말 SRT 승무원들이 자신들의 본사인 SR이 아니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자회사로 편입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지난달 대법원이 한국도로공사에 대해 “고속도로 요금수납원을 직접고용하라”는 판결을 내린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사례 중 상당수가 자회사 설립 방식으로 이뤄졌는데 대법원 판결 후 본사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사상 첫 철도 공동파업
전국철도노동조합 코레일관광개발지부는 11일 파업에 들어갔다. 참여 인원은 KTX 승무원 550여 명과 SRT 승무원 120여 명 등 모두 690여 명이다. 노조는 “자회사의 임금 차별을 해소하고 안전업무를 하는 직원을 직접고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임금 인상은 정부 가이드라인(3.3%)을 넘지 못하고 직접고용 문제는 자회사가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맞서고 있다. 노사 양측은 지난 5월부터 교섭을 해왔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파업 찬반투표에서 찬성률은 91.5%에 달했다. 이들은 승차권 검사, 안내방송 등의 업무를 맡고 있어 열차 운행에는 큰 지장이 없지만 귀성·귀경객이 한꺼번에 몰리는 연휴 기간이어서 어느 정도 불편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동파업 빌미 된 노·사·전 합의문
철도 승무원의 첫 공동파업은 이미 지난해 예견됐다. SR은 작년 말 노·사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노사전협의체에서 민간위탁업체(이브릿지) 소속인 객실승무원을 코레일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의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협상에서 SR이 직접고용하는 방안과 SR 자회사를 설립해 이들을 채용하는 방안도 논의했지만 직접고용은 법률 개정 문제가, 자회사 설립은 ‘이미 같은 역할을 하는 자회사가 코레일에 있다’는 이유로 기획재정부가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결국 두 개의 공기업에서 근무하는 승무원을 한쪽 자회사가 맡게 되면서 한곳에서 파업을 해도 철도 전체에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했던 철도 경쟁체제를 허물고 두 회사의 통합을 추진했다”며 “아마도 정부에서는 통합을 염두에 두고 코레일관광개발에 SRT 승무원을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16년 말 SR 출범과 함께 철도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정부 정책이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셈이다. 코레일과 SR은 겉으론 경쟁사지만 사실상 코레일이 모회사다. SR 지분의 41%를 코레일이 보유하고 있다.
희망고문 3년차 ‘승자 없는 게임’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내홍을 겪고 있는 곳은 코레일뿐만 아니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달 30일 대법원 판결에 따라 소송에 참여한 499명을 직접고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노조는 판결 취지가 해고된 1500명 전원을 직접고용하라는 것이라며 본사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인천공항을 제외한 국내 모든 공항의 청소·경비 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공항공사(KAC) 자회사인 KAC공항서비스 직원들도 이미 용역업체가 아닌,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됐지만 처우 개선과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지난달 파업을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 전환 ‘1호 사업장’인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전력공사 등도 정규직화를 놓고 노사 갈등이 진행형이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이 3년차를 맞았다. 334개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 대상자는 9만6030명, 이 중 7만1549명(75%·6월 말 기준)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직접고용이 4만2130명(58.9%), 자회사 정규직 전환이 2만9333명(41%)이다. 직접고용의 꿈을 접고 자회사 방식에 동의했지만 대법원의 도로공사 판결 이후 갈등이 촉발될 가능성이 있는 인원이 3만 명에 달한다는 얘기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사상 첫 철도 공동파업
전국철도노동조합 코레일관광개발지부는 11일 파업에 들어갔다. 참여 인원은 KTX 승무원 550여 명과 SRT 승무원 120여 명 등 모두 690여 명이다. 노조는 “자회사의 임금 차별을 해소하고 안전업무를 하는 직원을 직접고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은 “임금 인상은 정부 가이드라인(3.3%)을 넘지 못하고 직접고용 문제는 자회사가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맞서고 있다. 노사 양측은 지난 5월부터 교섭을 해왔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파업 찬반투표에서 찬성률은 91.5%에 달했다. 이들은 승차권 검사, 안내방송 등의 업무를 맡고 있어 열차 운행에는 큰 지장이 없지만 귀성·귀경객이 한꺼번에 몰리는 연휴 기간이어서 어느 정도 불편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동파업 빌미 된 노·사·전 합의문
철도 승무원의 첫 공동파업은 이미 지난해 예견됐다. SR은 작년 말 노·사와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노사전협의체에서 민간위탁업체(이브릿지) 소속인 객실승무원을 코레일 자회사인 코레일관광개발의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협상에서 SR이 직접고용하는 방안과 SR 자회사를 설립해 이들을 채용하는 방안도 논의했지만 직접고용은 법률 개정 문제가, 자회사 설립은 ‘이미 같은 역할을 하는 자회사가 코레일에 있다’는 이유로 기획재정부가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결국 두 개의 공기업에서 근무하는 승무원을 한쪽 자회사가 맡게 되면서 한곳에서 파업을 해도 철도 전체에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들어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했던 철도 경쟁체제를 허물고 두 회사의 통합을 추진했다”며 “아마도 정부에서는 통합을 염두에 두고 코레일관광개발에 SRT 승무원을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16년 말 SR 출범과 함께 철도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정부 정책이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셈이다. 코레일과 SR은 겉으론 경쟁사지만 사실상 코레일이 모회사다. SR 지분의 41%를 코레일이 보유하고 있다.
희망고문 3년차 ‘승자 없는 게임’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내홍을 겪고 있는 곳은 코레일뿐만 아니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달 30일 대법원 판결에 따라 소송에 참여한 499명을 직접고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노조는 판결 취지가 해고된 1500명 전원을 직접고용하라는 것이라며 본사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인천공항을 제외한 국내 모든 공항의 청소·경비 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공항공사(KAC) 자회사인 KAC공항서비스 직원들도 이미 용역업체가 아닌,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됐지만 처우 개선과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지난달 파업을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 전환 ‘1호 사업장’인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전력공사 등도 정규직화를 놓고 노사 갈등이 진행형이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이 3년차를 맞았다. 334개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 대상자는 9만6030명, 이 중 7만1549명(75%·6월 말 기준)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직접고용이 4만2130명(58.9%), 자회사 정규직 전환이 2만9333명(41%)이다. 직접고용의 꿈을 접고 자회사 방식에 동의했지만 대법원의 도로공사 판결 이후 갈등이 촉발될 가능성이 있는 인원이 3만 명에 달한다는 얘기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