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돼지 폭등 막으려면"…'세계 2위 수출국' 대만 몰락의 교훈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대만·베트남 돼지 질환 초기 대응 실패로 확산
구제역보다 전염성 강한 아프리카돼지열병
"국제가 올라 대체 어렵다…초기에 잡아야"
구제역보다 전염성 강한 아프리카돼지열병
"국제가 올라 대체 어렵다…초기에 잡아야"
국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하면서 양돈 농가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구제역보다 전염성은 훨씬 높으면서도 백신은 없기 때문에 초기 대응이 유일한 해법이다. 업계에서는 대만과 베트남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1990년대 대만은 세계 2위 양돈 수출 국가였다. 전체 돈육 생산량의 약 40%를 해외로 보낼 정도의 수출 대국이었다.
대만의 1인당 1년 돈육 소비량은 평균 40kg에 달했다. 이는 전체 육류 소비량의 54%를 차지했을 정도다. 해산물까지 포함해도 돈육 소비량 비중은 36%에 달할 만큼 양돈 대국이었다. 1980년부터 1996년까지 대만 돈육 시장은 호황을 맞았고 1996년 대만의 돼지 사육 두수는 1071만두, 돼지고기 생산량은 127만톤에 육박했다.
하지만 1997년 3월14일 타이페이에서 60km 떨어진 양돈장에서 최초로 구제역(FMD)이 발생했다. 3월 한 달 동안 1300개 농장, 4월 3864개 농장으로 구제역이 퍼졌다.
결국 대만 양돈 산업 몰락의 단초가 됐다. 당시 대만 언론은 초기 대응 실패가 치명적이었다고 입을 모아 지적했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시 대만에서 구제역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감염 돼지 도살, 백신 접종, 격리 조치 등을 시행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7년 3월부터 7월까지 총 6147개의 양돈장에서 구제역이 발발했다. 전체 대만 양돈장의 4분의 1 수준이었다"고 분석했다.
구제역 발생 기간 동안 관련 산업에서는 약 6만5000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정부의 구제역 대응 관련 비용은 약 6억6000만 달러로 치솟았다.
한 연구원은 "이후 2001년까지 대만에서 반복적으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초기 대응이 실패했고 수출 판로가 단절되는 등 대만 양돈장 수는 1997년 2만5000개에서 5년 후인 2002년 1만3000개까지 감소했다"며 "대만 돼지 사육 수와 돈육 생산량은 1997년을 정점으로 하락세를 보여 현재 각각 550만두, 80만톤으로 쪼그라들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100억달러(약 11조3650억원) 규모의 베트남 양돈산업도 지난 2월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휘청이고 있다. 베트남 국영 온라인 매체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한 후 베트남 돼지고기 가격은 킬로그램당 5만5000동(약 2695원)에서 남부 지역에서는 4만3000동(약 2107원)으로, 북부 지역에서는 3만동(약 1470원)까지 급락했다. 현지 언론 역시 초기 대응 실패를 원인으로 지적한다.
베트남 월간 돼지고기 수요는 약 300만마리로 지금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한 손실은 4조~5조동(약 1960억~24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 축산보건부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계속 확산 추세여서 앞으로 손실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베트남 17개주와 도시에서 발병했고 2만3000마리의 돼지가 폐사됐다.
이 같은 영향으로 중국 당국은 베트남산 돼지와 멧돼지 등의 수입을 금지했다. 미국과 영국, 대만, 두바이 등도 베트남산 돼지고기 수입을 금지했다. 베트남 언론은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전멸하려면 20~30년이 걸리는 만큼 베트남 돼지고기 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만과 베트남 사례에서 보듯 돼지 관련 질병은 초기 대응이 중요한 만큼 전문가들은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동환(안양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은 "우리나라도 초기 대응을 잘못할 경우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할 우려가 상당히 높다"며 "우리나라는 이미 구제역 때문에 수출이 안되고 있고,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국제 가격도 오른 상황이어서 대체도 어려운 만큼 초기에 잡는 것이 최우선이다"고 강조했다.
서울대학교 푸드비즈니스랩 소장을 맡고 있는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동유럽은 돼지열병으로 양돈산업이 완전히 초토화됐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이 병이 돌았을 때 회복하는 데까지 무려 36년이 걸렸다"면서 "돼지열병이 전국으로 확산된다면 국내산 삼겹살을 먹는 것은 어쩌면 30년 후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23일 업계에 따르면 1990년대 대만은 세계 2위 양돈 수출 국가였다. 전체 돈육 생산량의 약 40%를 해외로 보낼 정도의 수출 대국이었다.
대만의 1인당 1년 돈육 소비량은 평균 40kg에 달했다. 이는 전체 육류 소비량의 54%를 차지했을 정도다. 해산물까지 포함해도 돈육 소비량 비중은 36%에 달할 만큼 양돈 대국이었다. 1980년부터 1996년까지 대만 돈육 시장은 호황을 맞았고 1996년 대만의 돼지 사육 두수는 1071만두, 돼지고기 생산량은 127만톤에 육박했다.
하지만 1997년 3월14일 타이페이에서 60km 떨어진 양돈장에서 최초로 구제역(FMD)이 발생했다. 3월 한 달 동안 1300개 농장, 4월 3864개 농장으로 구제역이 퍼졌다.
결국 대만 양돈 산업 몰락의 단초가 됐다. 당시 대만 언론은 초기 대응 실패가 치명적이었다고 입을 모아 지적했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시 대만에서 구제역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감염 돼지 도살, 백신 접종, 격리 조치 등을 시행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7년 3월부터 7월까지 총 6147개의 양돈장에서 구제역이 발발했다. 전체 대만 양돈장의 4분의 1 수준이었다"고 분석했다.
구제역 발생 기간 동안 관련 산업에서는 약 6만5000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정부의 구제역 대응 관련 비용은 약 6억6000만 달러로 치솟았다.
한 연구원은 "이후 2001년까지 대만에서 반복적으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초기 대응이 실패했고 수출 판로가 단절되는 등 대만 양돈장 수는 1997년 2만5000개에서 5년 후인 2002년 1만3000개까지 감소했다"며 "대만 돼지 사육 수와 돈육 생산량은 1997년을 정점으로 하락세를 보여 현재 각각 550만두, 80만톤으로 쪼그라들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100억달러(약 11조3650억원) 규모의 베트남 양돈산업도 지난 2월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휘청이고 있다. 베트남 국영 온라인 매체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한 후 베트남 돼지고기 가격은 킬로그램당 5만5000동(약 2695원)에서 남부 지역에서는 4만3000동(약 2107원)으로, 북부 지역에서는 3만동(약 1470원)까지 급락했다. 현지 언론 역시 초기 대응 실패를 원인으로 지적한다.
베트남 월간 돼지고기 수요는 약 300만마리로 지금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한 손실은 4조~5조동(약 1960억~24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 축산보건부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계속 확산 추세여서 앞으로 손실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 베트남 17개주와 도시에서 발병했고 2만3000마리의 돼지가 폐사됐다.
이 같은 영향으로 중국 당국은 베트남산 돼지와 멧돼지 등의 수입을 금지했다. 미국과 영국, 대만, 두바이 등도 베트남산 돼지고기 수입을 금지했다. 베트남 언론은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전멸하려면 20~30년이 걸리는 만큼 베트남 돼지고기 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만과 베트남 사례에서 보듯 돼지 관련 질병은 초기 대응이 중요한 만큼 전문가들은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동환(안양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은 "우리나라도 초기 대응을 잘못할 경우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할 우려가 상당히 높다"며 "우리나라는 이미 구제역 때문에 수출이 안되고 있고,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국제 가격도 오른 상황이어서 대체도 어려운 만큼 초기에 잡는 것이 최우선이다"고 강조했다.
서울대학교 푸드비즈니스랩 소장을 맡고 있는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동유럽은 돼지열병으로 양돈산업이 완전히 초토화됐고, 스페인과 포르투갈에 이 병이 돌았을 때 회복하는 데까지 무려 36년이 걸렸다"면서 "돼지열병이 전국으로 확산된다면 국내산 삼겹살을 먹는 것은 어쩌면 30년 후가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