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트럼프 탄핵 추진에 미·중 무역협상 '물건너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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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가 예상치 못한 커다란 암초를 만났습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에 들어가기로 하면서 금, 채권 등 안전자산이 급등하고 주가는 다우 0.53%, S&P500 0.84% 떨어지는 등 흔들렸습니다.
탄핵 조사 착수 원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권한을 불법 남용했다는 겁니다.
최근 미 정보기관의 내부고발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25일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에서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의 아들 헌터 바이든과 관련된 부패 혐의에 대해 조사하라고 몇 차례 요구했다'고 고발했습니다.
바이든은 부통령이던 2014년 미 정부내 우크라이나 일을 맡았는 데, 하필 헌터가 우크라이나의 천연가스 회사 버리스마홀딩스의 이사였습니다. 당시 우크라이나의 검찰총장인 빅토로 쇼킨은 버리스마홀딩스와 관련된 조사 착수를 지시했다가 2016년 해임당했습니다.
트럼프는 당시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쇼킨 총장을 해임하지 않으면 1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대출 보증을 보류하겠다'고 압박해 쇼킨을 해임시키고 조사를 중지시켰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재조사를 요구한 겁니다.
이는 지난주까지 알려진 내용입니다. 민주당 일부에서 탄핵 얘기가 나왔지만, 월가 투자은행들은 아무런 보고서를 내지 않았습니다. 탄핵 이유도 아니고, 탄핵될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으로 관측됩니다.
하지만 이날 정세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하기 일주일 전께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 직무대행에게 약 4억달러의 군사 원조를 보류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이 보도된 겁니다. 이를 통해 젤렌스키를 압박하려고 한 것이죠. 즉 경쟁자 바이든을 위해하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한 겁니다. 이에 그동안 탄핵을 주저하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이 탄핵 추진으로 돌아섰습니다.
월가에선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확률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확률을 높일 것으로 관측합니다.
하지만 그 새 미중 무역협상은 표류할 것이고, 미국 경기도 어려워지며 뉴욕 증시는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탄핵 확률이 높지 않다고 보는 건 두 가지 이유입니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 녹취록 전문'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공개 이후 분석해봐야하지만 탄핵당할 만한 구체적 내용이 없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게다가 미국의 탄핵은 하원에선 단순 과반수만 얻으면 되지만, 상원에선 3분의 2 찬성을 받아야 통과됩니다.
민주당이 지배하는 하원에서 탄핵안 통과는 확실시됩니다. 하지만 100명 중 53명이 공화당원인 상원에서 3분의 2가 탄핵을 원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 어떤 공화당 상원의원도 대통령 제거를 지지하지 않았다. 다수가 우크라이나 관련 혐의 제기에 대해 무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오히려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 재선 확률이 높아졌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원래 도덕성과 거리가 멀지만, 이번 의혹으로 바이든이 타격을 입게될 것"이라며 "바이든이 낙마하면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이 유력해지는 데 워렌의 최종 대선 당선 가능성은 바이든보다 더 낮다"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워렌 의원은 지난 12일 민주당 TV 토론 이후 급상승세를 타면서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워렌 의원이 구글 페이스북 등 거대 IT 기업 해체, 부유세 도입 등 급진적 좌파 정책을 내세우고 있어 민주당내 좌파의 지지는 얻을 수 있지만 중도파나 공화당 지지층으로의 확장성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내년 미국 대선의 핵심은 결국 경합주인 플로리다(선거인단 29명), 펜실베이니아(20명), 미시간(16명), 위스콘신(10명) 등을 누가 차지하느냐의 전쟁입니다. 그런데 플로리다를 빼면 극좌적인 정책으로 보수적 농부들이 많은 미 중부의 표심을 얻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뉴욕 증시는 그새 큰 조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뉴욕 증시는 그동안 두 번의 탄핵 사태를 겪었습니다. 1973~74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때와 1998~99년 빌 클린턴 때입니다. 닉슨 때는 오일쇼크로 인한 침체가 심화되던 때여서 증시는 조정을 크게 받았습니다. 클린턴 때는 반대로 닷컴버블이 만들어지던 시기여서 주가는 올랐습니다. 다만 그 과정은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탄핵 초기에는 뉴욕증시가 고점에서 최대 20%까지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결코 탄핵 사태가 증시에 긍정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게다가 이번 사태는 다음달 초 열릴 미중 무역협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겁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정치적 입지가 약화돼 '스몰딜'을 위해 중국에게 양보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정치적 공격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온통 신경도 무역보다는 국내 정치 상황에 쏠릴 수 있습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될 지 모를 트럼프 대통령과 현 상황에서 무역합의를 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당분간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는 지 관망하면서, 차기 대선 구도가 드러날 때까지 그냥 지켜보는 게 유리할 겁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24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에 들어가기로 하면서 금, 채권 등 안전자산이 급등하고 주가는 다우 0.53%, S&P500 0.84% 떨어지는 등 흔들렸습니다.
탄핵 조사 착수 원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권한을 불법 남용했다는 겁니다.
최근 미 정보기관의 내부고발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25일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에서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의 아들 헌터 바이든과 관련된 부패 혐의에 대해 조사하라고 몇 차례 요구했다'고 고발했습니다.
바이든은 부통령이던 2014년 미 정부내 우크라이나 일을 맡았는 데, 하필 헌터가 우크라이나의 천연가스 회사 버리스마홀딩스의 이사였습니다. 당시 우크라이나의 검찰총장인 빅토로 쇼킨은 버리스마홀딩스와 관련된 조사 착수를 지시했다가 2016년 해임당했습니다.
트럼프는 당시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쇼킨 총장을 해임하지 않으면 1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대출 보증을 보류하겠다'고 압박해 쇼킨을 해임시키고 조사를 중지시켰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재조사를 요구한 겁니다.
이는 지난주까지 알려진 내용입니다. 민주당 일부에서 탄핵 얘기가 나왔지만, 월가 투자은행들은 아무런 보고서를 내지 않았습니다. 탄핵 이유도 아니고, 탄핵될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으로 관측됩니다.
하지만 이날 정세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하기 일주일 전께 믹 멀베이니 비서실장 직무대행에게 약 4억달러의 군사 원조를 보류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이 보도된 겁니다. 이를 통해 젤렌스키를 압박하려고 한 것이죠. 즉 경쟁자 바이든을 위해하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한 겁니다. 이에 그동안 탄핵을 주저하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이 탄핵 추진으로 돌아섰습니다.
월가에선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확률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확률을 높일 것으로 관측합니다.
하지만 그 새 미중 무역협상은 표류할 것이고, 미국 경기도 어려워지며 뉴욕 증시는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탄핵 확률이 높지 않다고 보는 건 두 가지 이유입니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 녹취록 전문'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공개 이후 분석해봐야하지만 탄핵당할 만한 구체적 내용이 없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게다가 미국의 탄핵은 하원에선 단순 과반수만 얻으면 되지만, 상원에선 3분의 2 찬성을 받아야 통과됩니다.
민주당이 지배하는 하원에서 탄핵안 통과는 확실시됩니다. 하지만 100명 중 53명이 공화당원인 상원에서 3분의 2가 탄핵을 원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 어떤 공화당 상원의원도 대통령 제거를 지지하지 않았다. 다수가 우크라이나 관련 혐의 제기에 대해 무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오히려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 재선 확률이 높아졌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원래 도덕성과 거리가 멀지만, 이번 의혹으로 바이든이 타격을 입게될 것"이라며 "바이든이 낙마하면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이 유력해지는 데 워렌의 최종 대선 당선 가능성은 바이든보다 더 낮다"고 설명했습니다.
게다가 워렌 의원은 지난 12일 민주당 TV 토론 이후 급상승세를 타면서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워렌 의원이 구글 페이스북 등 거대 IT 기업 해체, 부유세 도입 등 급진적 좌파 정책을 내세우고 있어 민주당내 좌파의 지지는 얻을 수 있지만 중도파나 공화당 지지층으로의 확장성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내년 미국 대선의 핵심은 결국 경합주인 플로리다(선거인단 29명), 펜실베이니아(20명), 미시간(16명), 위스콘신(10명) 등을 누가 차지하느냐의 전쟁입니다. 그런데 플로리다를 빼면 극좌적인 정책으로 보수적 농부들이 많은 미 중부의 표심을 얻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뉴욕 증시는 그새 큰 조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뉴욕 증시는 그동안 두 번의 탄핵 사태를 겪었습니다. 1973~74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때와 1998~99년 빌 클린턴 때입니다. 닉슨 때는 오일쇼크로 인한 침체가 심화되던 때여서 증시는 조정을 크게 받았습니다. 클린턴 때는 반대로 닷컴버블이 만들어지던 시기여서 주가는 올랐습니다. 다만 그 과정은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탄핵 초기에는 뉴욕증시가 고점에서 최대 20%까지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결코 탄핵 사태가 증시에 긍정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게다가 이번 사태는 다음달 초 열릴 미중 무역협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겁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정치적 입지가 약화돼 '스몰딜'을 위해 중국에게 양보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정치적 공격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온통 신경도 무역보다는 국내 정치 상황에 쏠릴 수 있습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될 지 모를 트럼프 대통령과 현 상황에서 무역합의를 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당분간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는 지 관망하면서, 차기 대선 구도가 드러날 때까지 그냥 지켜보는 게 유리할 겁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