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의 여신전문금융 자회사 산은캐피탈이 벤처 투자에서 잇달아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한때 매각 대상으로 꼽히며 천덕꾸러기 신세였던 산은캐피탈이 효자 노릇을 하면서 산은 내 위상도 달라지는 분위기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캐피탈은 액체생검 회사 지노믹트리에 10억원가량을 투자해 최근까지 총 417억원을 회수했다. 40배 가까운 수익이다. 지난 3월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지노믹트리는 대장암 체외진단 키트 등을 개발하는 회사다. 산은캐피탈은 지노믹트리의 초기 투자자로, 한때 회사 실적이 예상에 미치지 못해 장부 가격을 10분의 1까지 떨어뜨리기도 했지만 이 회사가 상장에 성공해 주가가 상승세를 타면서 큰 이익을 냈다.

지난달 코스닥시장에 이름을 올린 기능성 실리콘 소재 개발업체인 한국바이오젠도 산은캐피탈의 투자를 받은 회사다. 산은캐피탈은 한국바이오젠 상장 후 한 달 사이에 보유지분 전량(5.81%)을 매각해 40억원가량을 현금화했다. 산은캐피탈은 엔지켐생명과학에도 투자했다. 이 회사가 2015년 코넥스시장에 상장한 뒤 지분(8.4%) 일부를 차례로 매각해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산은캐피탈의 이익은 최근 수년 새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2015년 893억원 수준이던 당기순이익(별도재무제표 기준)은 2017년 1181억원, 작년 1518억원으로 급증했다. 올 상반기에도 63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김영모 산은캐피탈 대표(사진)는 “연말까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1000억원대 초반 순이익은 무난히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은캐피탈의 매각 가능성은 희박해진 상황이다. 모회사인 산은은 2015년부터 2년간 산은캐피탈을 매각하려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및 중소·중견기업 투자를 위해서도 산은캐피탈은 중요한 존재로 부각되고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