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라 디스럽터2 [사진=휠라코리아 제공]
휠라 디스럽터2 [사진=휠라코리아 제공]
신발이 국내 패션 업체의 '황금알' 역할을 하고 있다. 현지 특성을 담은 라인업을 확대하고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하면 한국 신발이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등 한국 아이돌의 열풍도 한국 신발 판매에 호재다. 30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시내 면세점 신발 부문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33.8% 증가했다. 면세점에 입점해 있는 휠라코리아, F&F의 신발 매출 증가율이 두드러졌고 그 밖에 기타 신발 중소 디자이너,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들의 신발 판매도 늘어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세계 시장에서 국내 브랜드 신발이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방탄소년단 등 아이돌을 중심으로 한류가 확산했기 때문"이라며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른 전 세계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한 온라인 마케팅을 지속하고 현지 특성을 담은 라인업을 확장한다면 향후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7년 세계 의류 및 신발 시장은 1조 7000억 달러 규모였다. 향후 2022년까지 연평균 2%대의 성장이 예상된다. 국내 업체들이 신발 품목 비중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 휠라 '디스럽터2' 1000만족 판매 신화

신발 장사를 가장 잘 한 기업으로는 단연 휠라가 꼽힌다. 2017년 7월 국내에 첫 출시된 휠라 '디스럽터2'는 어글리 슈즈 트렌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제품이다. 디스럽터2는 현재(지난달 기준)까지 국내에서만 약 260만족 이상 팔렸다.

이 제품은 해외에서도 인기다. 지난해 미국 신발전문매체인 풋웨어 뉴스가 발표한 2018 올해의 신발로 디스럽터2가 선정됐다. 지난해 말까지 전 세계적으로 1000만족 가량 판매됐다.

디스럽터2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월 출시된 '휠라레이'도 현재까지 190만족 가량 판매됐다. 같은 해 11월 말에 등장한 '휠라바리케이드XT97' 역시 100만족 판매를 돌파한 상황. 휠라는 100만족 이상 판매된 어글리 슈즈를 다수 배출했다.

그 결과 휠라의 지난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각각 21%(9593억원), 25%(1449억원) 증가했다.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호실적이었다. 상반기로 확장하면 매출 1조7939억원, 영업이익은 260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22%, 30% 증가했다. 반기 사상 최대 실적이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패션 아이템 중 신발의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한국 신발 시장은 두 자릿수의 고성장을 기록하고 있다"며 "휠라는 브랜드력 상승으로 이 시장에서 점유율까지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휠라가 신발을 히트시켜 나갈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R&D 강화와 브랜드가 보유한 '소싱력'에 있다는 설명이다. 휠라는 2009년 5월 중국 진장 지역에 샘플 제작 공장 역할까지 수행하는 '글로벌 소싱센터'를 건립해 신발 샘플을 100% 자체 개발하고 있다. 아룰러 스포츠 브랜드의 성패는 '신발'에 달려있다고 일찌감치 확신해 온 데다, 다양한 카테고리의 샘플을 직접 개발하고 생산 공장과 빠르게 소통한다.

◆ "모자·패딩만 있는 줄 알았지?"…F&F
MLB 빅볼 청키 [사진=F&F]
MLB 빅볼 청키 [사진=F&F]
인기 브랜드 'MLB', '디스커버리'를 보유한 패션그룹 F&F의 호실적도 두드러진다.

이 업체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6%, 50% 증가한 2015억원과 289억원을 기록, 시장 기대치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 특히 눈에 띄게 성장한 품목은 신발로 MLB와 디스커버리 모두 연초에 예상했던 신발 물량을 상반기에 절반 이상 팔아 치웠다. 전통적으로 신발은 의류에 비해 재고 부담이 적은 품목으로 꼽혀 하반기 경영이 수월해졌다는 평가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2분기 디스커버리와 MLB의 매출은 각각 16%, 44% 늘어났고 두 브랜드의 면세점 매출은 55% 증가했다"며 "신발 판매량은 1분기 약 5만 켤레에서 2분기에 12만 켤레로 확대되면서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MLB와 디스커버리의 신발 판매량 기존 전망치가 올해 30만 켤레 수준이었는데 상반기에만 24만 켤레가 판매된 것으로 파악되고 이로 인해 약 21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대로라면 올해 연간 50만 켤레 이상 판매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진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기준 신발은 F&F의 매출 비중에서 10%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졌다"며 "신발 판매 호조로 인해 신발 품목의 마진이 의류 마진만큼 상승했으며, 모자 품목 의존도를 낮췄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 아디다스에 나이키까지…화승 인더스트리

아디다스 신발 OEM(주문자상표부착) 중심으로 실적 성장을 일군 화승인더스트리는 제조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업체는 올 상반기 매출이 6310억원을 기록해 전년동기대비 20.5% 증가했다. 올해 초에는 화승크라운이라는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했고 이 법인이 지난 5월 베트남 패션업체인 유니팍스를 인수했다. 주목할 점은 유니팍스가 나이키를 대형 고객사를 두고 있어 나이키 물량까지 따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화승인더스트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나이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아디다스의 두 배가 넘는다.

한 내부 관계자는 "신발 매출 규모에서 아디다스보다 훨씬 큰 나이키와 접점을 만들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