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의선 "中사업 구하라" 특명…현대·기아車 '반등 전략'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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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인력 15명 투입 TFT 가동
상용차 증자, 승용은 추가감산
상용차 증자, 승용은 추가감산
현대·기아자동차가 ‘차이나 쇼크’에서 벗어나기 위해 생존 전략을 다시 짠다. 중국 사업의 중장기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별도 조직을 꾸렸다. 현지 사업장의 추가 구조조정 여부를 판단하고, 바닥으로 떨어진 판매량을 다시 끌어올릴 ‘비책’을 찾는 게 목표다. 현대차 베이징2공장의 감산과 쓰촨현대(상용차 합작법인)의 대규모 증자 방안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오랫동안 위기에 빠진 현대·기아차의 중국 사업을 구하라”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특명’이 반영된 조치다.
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최근 ‘중국 중장기 전략 태스크포스팀(TFT)’을 출범시켰다. 이병호 현대·기아차 중국사업총괄 사장(중국 지주회사 대표 겸임) 등 15명의 핵심 인력을 TFT에 투입했다.
중국 TFT는 현지에서 자동차 수요 예측을 다시 하고 생산·판매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TFT는 중국 내 사업장의 추가 감산 검토에 들어갔다. 올 들어 잇단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생산설비를 더 줄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는 최근 각각 베이징1공장(연산 30만 대)과 옌청1공장(연산 14만 대) 등의 가동을 멈췄다. 이를 통해 연 270만 대(상용차 포함)에 달하던 현대·기아차의 중국 생산능력을 연 211만 대 수준으로 줄였다.
"차이나 쇼크 탈출하라"…현대·기아차, 中 사업전략 전면 재검토
현대·기아자동차는 팰리세이드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중심으로 한 탄탄한 신차 라인업을 앞세워 내수시장을 석권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중견 자동차 3사의 위상이 점점 쪼그라드는 데 따른 반사이익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도 선방하고 있다. 인도 시장에선 올 하반기 들어 주춤하고 있지만, 비상벨이 울릴 정도는 아니다. 문제는 ‘차이나 쇼크’다. 중국 내 과잉 생산능력 100만 대
현대·기아차는 올 들어 중국에서 대규모 감산에도 불구하고 판매량 감소로 고전하고 있다. 지난 1~8월 중국 판매량은 56만9857대로 작년 같은 기간(69만2453대)보다 17.7% 줄었다. 올해 두 회사의 연간 중국 판매량은 90만 대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100만 대가량의 남아도는 ‘과잉 생산능력’을 해소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상황이 더 개선되지 않으면 베이징 2공장(연산 30만 대) 가동 중단 등 추가 감산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승용차 부문 몸집을 줄이는 대신 트럭과 버스 등 상용차를 생산하는 쓰촨현대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자본잠식에 빠진 쓰촨현대에 내년까지 2000억원 이상 대규모 증자를 하기로 했다. 합작 파트너였던 난쥔자동차와 결별하고 지분 전량(지분율 50%)을 인수해 100% 자회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상용차 부문의 경우 중국 정부의 외국기업 지분 제한 규정(최대 50%)이 없어져 굳이 합작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상용차 부문 경쟁력을 높이고, 향후 기술력이 앞선 수소전기차 기반의 트럭·버스를 내놔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올 들어 중국 경영진을 싹 바꾸는 등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한국에 있던 중국사업본부와 중국제품개발본부 등을 중국으로 전진배치했다. 이병호 사장(중국사업본부장 겸 현대차그룹 중국지주회사 대표)이 직접 중국에 건너가 진두지휘하고 있다.
“사업구조 근본적으로 바꿔야”
현대·기아차는 2002년 중국 토종업체들과 지분 50 대 50의 합작사를 세웠다. 중국 진출 이후 ‘현대 속도’라는 말을 낳을 정도로 빠르게 생산능력을 키워 판매량을 늘려왔다. 2016년 중국에서만 179만 대를 팔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를 겪으면서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같은 해 자동차 판매량이 114만5000대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작년에도 116만 대를 파는 데 그쳤다. ‘사드 보복’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5년부터 중국에서 SUV 붐이 일었지만 현지에서 통할 만한 모델을 제때 내놓지 못한 점도 판매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판매 중인 몇몇 SUV 모델 역시 중국 토종 업체들이 내놓은 모델보다 30%가량 비싸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토종 브랜드의 추격도 거세다. 2015년만 해도 시장점유율 2% 수준에 그쳤던 지리자동차는 최근 중국 시장 ‘빅3’로 올라섰다. 중국 토종 브랜드의 점유율은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다. 2013년엔 15% 수준이었지만 올 들어 30%에 육박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등 다른 수입차 브랜드와 중국 토종업체들 사이에 끼여 ‘어정쩡한’ 처지에 몰렸다.
상처의 골은 깊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공장 가동률은 최근 2년 넘게 50%를 밑돌았다. ‘일감절벽’으로 설비와 인력을 놀리면서 고정비용만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2017년과 지난해에는 적자를 냈다.
두 회사가 각각 중국 1공장 문을 닫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좀처럼 늪에서 헤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현대·기아차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게 된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력과 생산설비를 더 줄이고,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 중심의 라인업을 확대하는 등 사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지분 50 대 50의 승용차 사업 합작 형태를 언제까지 유지해야 할지도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장창민/도병욱/박상용 기자 cmjang@hankyung.com
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최근 ‘중국 중장기 전략 태스크포스팀(TFT)’을 출범시켰다. 이병호 현대·기아차 중국사업총괄 사장(중국 지주회사 대표 겸임) 등 15명의 핵심 인력을 TFT에 투입했다.
중국 TFT는 현지에서 자동차 수요 예측을 다시 하고 생산·판매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TFT는 중국 내 사업장의 추가 감산 검토에 들어갔다. 올 들어 잇단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생산설비를 더 줄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는 최근 각각 베이징1공장(연산 30만 대)과 옌청1공장(연산 14만 대) 등의 가동을 멈췄다. 이를 통해 연 270만 대(상용차 포함)에 달하던 현대·기아차의 중국 생산능력을 연 211만 대 수준으로 줄였다.
"차이나 쇼크 탈출하라"…현대·기아차, 中 사업전략 전면 재검토
현대·기아자동차는 팰리세이드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중심으로 한 탄탄한 신차 라인업을 앞세워 내수시장을 석권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중견 자동차 3사의 위상이 점점 쪼그라드는 데 따른 반사이익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도 선방하고 있다. 인도 시장에선 올 하반기 들어 주춤하고 있지만, 비상벨이 울릴 정도는 아니다. 문제는 ‘차이나 쇼크’다. 중국 내 과잉 생산능력 100만 대
현대·기아차는 올 들어 중국에서 대규모 감산에도 불구하고 판매량 감소로 고전하고 있다. 지난 1~8월 중국 판매량은 56만9857대로 작년 같은 기간(69만2453대)보다 17.7% 줄었다. 올해 두 회사의 연간 중국 판매량은 90만 대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100만 대가량의 남아도는 ‘과잉 생산능력’을 해소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상황이 더 개선되지 않으면 베이징 2공장(연산 30만 대) 가동 중단 등 추가 감산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승용차 부문 몸집을 줄이는 대신 트럭과 버스 등 상용차를 생산하는 쓰촨현대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자본잠식에 빠진 쓰촨현대에 내년까지 2000억원 이상 대규모 증자를 하기로 했다. 합작 파트너였던 난쥔자동차와 결별하고 지분 전량(지분율 50%)을 인수해 100% 자회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상용차 부문의 경우 중국 정부의 외국기업 지분 제한 규정(최대 50%)이 없어져 굳이 합작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상용차 부문 경쟁력을 높이고, 향후 기술력이 앞선 수소전기차 기반의 트럭·버스를 내놔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올 들어 중국 경영진을 싹 바꾸는 등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한국에 있던 중국사업본부와 중국제품개발본부 등을 중국으로 전진배치했다. 이병호 사장(중국사업본부장 겸 현대차그룹 중국지주회사 대표)이 직접 중국에 건너가 진두지휘하고 있다.
“사업구조 근본적으로 바꿔야”
현대·기아차는 2002년 중국 토종업체들과 지분 50 대 50의 합작사를 세웠다. 중국 진출 이후 ‘현대 속도’라는 말을 낳을 정도로 빠르게 생산능력을 키워 판매량을 늘려왔다. 2016년 중국에서만 179만 대를 팔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를 겪으면서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같은 해 자동차 판매량이 114만5000대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작년에도 116만 대를 파는 데 그쳤다. ‘사드 보복’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5년부터 중국에서 SUV 붐이 일었지만 현지에서 통할 만한 모델을 제때 내놓지 못한 점도 판매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판매 중인 몇몇 SUV 모델 역시 중국 토종 업체들이 내놓은 모델보다 30%가량 비싸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토종 브랜드의 추격도 거세다. 2015년만 해도 시장점유율 2% 수준에 그쳤던 지리자동차는 최근 중국 시장 ‘빅3’로 올라섰다. 중국 토종 브랜드의 점유율은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다. 2013년엔 15% 수준이었지만 올 들어 30%에 육박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등 다른 수입차 브랜드와 중국 토종업체들 사이에 끼여 ‘어정쩡한’ 처지에 몰렸다.
상처의 골은 깊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공장 가동률은 최근 2년 넘게 50%를 밑돌았다. ‘일감절벽’으로 설비와 인력을 놀리면서 고정비용만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2017년과 지난해에는 적자를 냈다.
두 회사가 각각 중국 1공장 문을 닫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좀처럼 늪에서 헤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현대·기아차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게 된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력과 생산설비를 더 줄이고,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 중심의 라인업을 확대하는 등 사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지분 50 대 50의 승용차 사업 합작 형태를 언제까지 유지해야 할지도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장창민/도병욱/박상용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