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의선 "中사업 구하라" 특명…현대·기아車 '반등 전략'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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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용차 증자, 승용은 추가감산
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최근 ‘중국 중장기 전략 태스크포스팀(TFT)’을 출범시켰다. 이병호 현대·기아차 중국사업총괄 사장(중국 지주회사 대표 겸임) 등 15명의 핵심 인력을 TFT에 투입했다.
중국 TFT는 현지에서 자동차 수요 예측을 다시 하고 생산·판매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TFT는 중국 내 사업장의 추가 감산 검토에 들어갔다. 올 들어 잇단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생산설비를 더 줄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와 둥펑위에다기아는 최근 각각 베이징1공장(연산 30만 대)과 옌청1공장(연산 14만 대) 등의 가동을 멈췄다. 이를 통해 연 270만 대(상용차 포함)에 달하던 현대·기아차의 중국 생산능력을 연 211만 대 수준으로 줄였다.
"차이나 쇼크 탈출하라"…현대·기아차, 中 사업전략 전면 재검토
현대·기아자동차는 팰리세이드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중심으로 한 탄탄한 신차 라인업을 앞세워 내수시장을 석권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중견 자동차 3사의 위상이 점점 쪼그라드는 데 따른 반사이익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도 선방하고 있다. 인도 시장에선 올 하반기 들어 주춤하고 있지만, 비상벨이 울릴 정도는 아니다. 문제는 ‘차이나 쇼크’다. 중국 내 과잉 생산능력 100만 대
현대·기아차는 올 들어 중국에서 대규모 감산에도 불구하고 판매량 감소로 고전하고 있다. 지난 1~8월 중국 판매량은 56만9857대로 작년 같은 기간(69만2453대)보다 17.7% 줄었다. 올해 두 회사의 연간 중국 판매량은 90만 대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100만 대가량의 남아도는 ‘과잉 생산능력’을 해소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상황이 더 개선되지 않으면 베이징 2공장(연산 30만 대) 가동 중단 등 추가 감산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승용차 부문 몸집을 줄이는 대신 트럭과 버스 등 상용차를 생산하는 쓰촨현대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자본잠식에 빠진 쓰촨현대에 내년까지 2000억원 이상 대규모 증자를 하기로 했다. 합작 파트너였던 난쥔자동차와 결별하고 지분 전량(지분율 50%)을 인수해 100% 자회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상용차 부문의 경우 중국 정부의 외국기업 지분 제한 규정(최대 50%)이 없어져 굳이 합작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상용차 부문 경쟁력을 높이고, 향후 기술력이 앞선 수소전기차 기반의 트럭·버스를 내놔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올 들어 중국 경영진을 싹 바꾸는 등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한국에 있던 중국사업본부와 중국제품개발본부 등을 중국으로 전진배치했다. 이병호 사장(중국사업본부장 겸 현대차그룹 중국지주회사 대표)이 직접 중국에 건너가 진두지휘하고 있다.
“사업구조 근본적으로 바꿔야”
현대·기아차는 2002년 중국 토종업체들과 지분 50 대 50의 합작사를 세웠다. 중국 진출 이후 ‘현대 속도’라는 말을 낳을 정도로 빠르게 생산능력을 키워 판매량을 늘려왔다. 2016년 중국에서만 179만 대를 팔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17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를 겪으면서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같은 해 자동차 판매량이 114만5000대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작년에도 116만 대를 파는 데 그쳤다. ‘사드 보복’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5년부터 중국에서 SUV 붐이 일었지만 현지에서 통할 만한 모델을 제때 내놓지 못한 점도 판매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판매 중인 몇몇 SUV 모델 역시 중국 토종 업체들이 내놓은 모델보다 30%가량 비싸 가격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토종 브랜드의 추격도 거세다. 2015년만 해도 시장점유율 2% 수준에 그쳤던 지리자동차는 최근 중국 시장 ‘빅3’로 올라섰다. 중국 토종 브랜드의 점유율은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다. 2013년엔 15% 수준이었지만 올 들어 30%에 육박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등 다른 수입차 브랜드와 중국 토종업체들 사이에 끼여 ‘어정쩡한’ 처지에 몰렸다.
상처의 골은 깊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공장 가동률은 최근 2년 넘게 50%를 밑돌았다. ‘일감절벽’으로 설비와 인력을 놀리면서 고정비용만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2017년과 지난해에는 적자를 냈다.
두 회사가 각각 중국 1공장 문을 닫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지만 좀처럼 늪에서 헤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현대·기아차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게 된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력과 생산설비를 더 줄이고,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 중심의 라인업을 확대하는 등 사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지분 50 대 50의 승용차 사업 합작 형태를 언제까지 유지해야 할지도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장창민/도병욱/박상용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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